원숭이도 석기시대 진입?…굴 껍데기 돌로 내리친 이유는 ‘이것’
돌로 내리쳐 굴 껍데기 깨뜨린 뒤 섭취
관광객 던져주는 먹이 끊기자 ‘기술 개발’
돌 도구 쓰는 기원 규명하는 중요 사례
수백만년 전 인류처럼 석기를 사용하는 원숭이 집단이 발견됐다. 적당한 크기와 모양을 지닌 돌을 내리쳐 굴 껍데기를 부수는 원숭이들이 태국의 한 섬에서 다수 확인된 것이다.
현지 연구진은 먹이를 던져주던 관광객의 발길이 최근 2년간 ‘코로나19 봉쇄’로 끊기면서 원숭이들 스스로 먹고 살기 위해 ‘기술 개발’을 한 것으로 추정했다.
26일(현지시간) 과학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 등에 따르면 태국 쭐라롱콘대 연구진 등은 최근 국제 학술지 ‘미국 영장류 학회지’를 통해 태국 파타야 인근 코페드 섬에서 돌을 도구로 사용해 먹이를 섭취하는 ‘마카크 원숭이’ 집단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마카크 원숭이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광범위하게 서식하는 긴꼬리 원숭이의 일종이다.
연구진은 올해 3월 코페드 섬을 방문했을 때 돌 조각을 사용해 굴 껍데기를 깨는 마카크 원숭이 총 17마리를 발견했다. 원숭이들은 A4 용지 절반 크기만 한 돌을 어깨 높이까지 들어올려 굴을 향해 내리쳤고, 굴 껍데기가 파손되면 내용물을 먹었다.
코페드 섬에 사는 마카크 원숭이들은 이전에는 돌로 만든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300만년 전 원시 인류와 닮은 동작을 하며 석기를 쓰는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특이한 행동이 ‘코로나19 봉쇄’ 때문에 일어난 것으로 추정했다.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펜데믹이 일어나면서 약 2년간 전 세계 관광지가 ‘셧다운’ 됐고, 이는 코페드 섬도 마찬가지였다. 코페드 섬은 태국의 대표 휴양지인 파타야와 인접해 있다.
코페드 섬에 들르는 관광객들은 망고나 견과류 등을 마카크 원숭이에게 던져주는 일이 많았다. 마카크 원숭이들에게 이는 중요한 식량 공급원이었다. 그런데 하루 아침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식량난’이 닥친 것이다.
섬 주변에 존재하는 굴 같은 자연적인 먹이를 알아서 섭취하지 않으면 굶주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린 원숭이들이 고민 끝에 석기라는 ‘신기술’을 개발했다는 뜻이다. 강도 측면에서 돌은 나무보다 훨씬 우수하다.
일부 영장류가 돌을 도구로 쓰는 일은 이전에도 드물게 발견된 적이 있다. 하지만 왜 그런 ‘기술 혁신’이 일어나는지를 생물학계는 명확히 알지 못했다. 이번 연구로 환경 변화에 따른 ‘먹이 확보 압박’이 석기를 쓰는 기원이자 동기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연구진은 논문을 통해 “지금은 봉쇄가 풀렸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다시 코페드 섬으로 들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마카크 원숭이들이 석기를 계속 사용하는지 관찰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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