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뺏긴 에인절스 팬 절망…"새해 선물은 새 구단주였으면" 여론 불만 폭발

신원철 기자 2023. 12. 2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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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타니 쇼헤이의 LA 에인절스 입단식.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왼쪽)와 오타니.
▲ LA 다저스와 10년 총액 7억 달러라는 역사적 계약에 사인한 오타니 쇼헤이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다른 구단주였다면 오타니 쇼헤이를 잡을 수 있었을까. 만약은 의미 없지만 LA 에인절스 팬들은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이 풀릴 것 같다. 구단 SNS 계정에 올라온 크리스마스와 연말인사에 "내년 선물은 새 구단주였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달리자 팬들의 반응이 폭발했다.

결국 오타니는 에인절스가 아닌 LA 다저스 이적을 택했다. 오타니는 지난 10일(한국시간) 다저스로 팀을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계약 조건은 충격 그 자체다. 10년 7억 달러라는 전무후무한 계약 규모도 놀랍지만 이 가운데 무려 6억 8000만 달러가 2034년 이후 10년 동안 '추후 지불'된다. 2033년까지 10년의 계약 기간 동안 오타니의 연봉은 단 200만 달러에 불과하다. 다저스는 오타니라는 거물을 데리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전력 보강에 돈을 쓸 수 있게 됐다.

이런 계약 조건은 구단이 아닌 선수 측의 요청이었다. 그런데 다저스만 이런 계약 조건을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토론토 블루제이스도 오타니의 추후 지불 제안을 수용했지만 영입 경쟁에서 밀렸다. 그리고 오타니는 또 한 구단, 에인절스에도 같은 제안을 던졌다. 그러나 에인절스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의 답은 거절이었다.

▲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아르테 모레노 구단주
▲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마이크 트라웃

이유를 떠나 모레노 구단주의 선택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에인절스는 오타니와 마이크 트라웃을 보유하고도 가을 야구에 나가지 못하는 약팀이었다. 트라웃의 마지막 포스트시즌은 무려 9년 전인 2014년이다.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시즌 동안 에인절스가 배출한 아메리칸리그 MVP 트로피가 무려 4개인데(트라웃 2016년 2019년, 오타니 2021년 2023년) 정작 팀은 이 기간 가을 야구에 가까이 가지도 못했다.

오타니가 다저스 이적을 발표한 날 에인절스타디움에서 그의 사진이 내려갔다. 이 장면을 현장에 방문한 팬들이 똑똑히 지켜봤다. 시위를 벌이는 팬들도 있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 보도에 따르면 20대 초반 에인절스 팬 세바스찬 로메로 씨는 "팀 팔아치워라, 아르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그는 "아침도 먹지 않고 나왔다. 일어나자마자 다저스 이적 소식을 들었고 샤워하면서 펑펑 울었다. (에인절스 응원은)내가 아주 열정적으로 하는 몇 안 되는 일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 에인절스는 오타니가 다저스 이적을 발표하자 약 두 시간 30분 뒤 벽면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 샘 블럼 기자 트위터
▲오타니(왼쪽)와 트라웃.

온라인에서도 팬들의 불만이 빗발치는 중이다. 일본 매체 더다이제스트는 에인절스 구단 SNS 연말 인사에 올라온 팬들의 댓글을 소개했다. "최고의 선물은 모레노가 구단을 포기하는 것", "선물은 새 구단주면 좋겠다", "디즈니가 구단주였을 때가 그립다"같이 모레노 구단주에 대한 반발심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았다.

모레노 구단주는 지난 2003년 월트디즈니컴퍼니로부터 에인절스를 사들였다. 초반에는 성적이 나쁘지 않았다. 2002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던 에인절스는 모레노 체제에서 2005년과 2007년, 2008년, 2009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중계권 수입이 늘어났고, 티켓 가격을 낮춰 많은 팬들을 불러오는 전략으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선수 영입과 선수단 관리에서는 실패가 이어졌다. 조시 해밀턴과 알버트 푸홀스, 앤서니 렌던 등 '먹튀'를 수집했다. 트라웃이 분전하고 오타니가 투타 겸업 MVP로 떠오른 뒤에도 팀 성적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장기집권 시대가 열렸고, 올해는 텍사스 레인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에인절스는 트라웃과 오타니의 전성기를 낭비했다며 놀림받았다. 악성 계약이 쌓인데다 사치세 기준을 넘지 않는 운영을 하다 보니 전력 보강에 한계가 있었다.

▲ LA 에인절스 베테랑 내야수 앤서니 렌던.

모레노 구단주는 구단 매각에 대한 입장을 뒤집었을 때도 반발에 직면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에인절스 구단을 통해 "20년 동안 에인절스의 구단주로 있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 우리는 메이저리그 구단으로서 저렴하고 가족 친화적인 야구장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들로 이뤄진 라인업을 구성하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어려운 결정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었다. 가족과 나는 지금이 결단을 내릴 적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매각 과정이 끝날 때까지 팬, 직원, 선수, 협력사들의 최대 이익을 위해 구단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알렸다.

그런데 올해 1월 돌연 이를 취소했다. 팬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3월 스프링캠프 기간 모처럼 기자들과 만났다. 그러나 분노한 여론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모레노 구단주는 "나는 SNS를 쓰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에는 무슨 일이 벌어져도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는 모든 것을 저렴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입장권, 구단 상품들 모두를. 우리는 팬들이 저렴한 가격에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 새 차를 원한다면 돈을 내야한다"고 자신을 변호했다.

▲ 오타니는 다저스의 마크 월터 구단주(왼쪽)와 앤드류 프리드먼 야구부문 사장(오른쪽)이 팀을 떠나면 FA가 될 수 있는 조항을 계약에 넣었다. ⓒ 연합뉴스/A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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