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외국인도 기업 총수 지정…쿠팡 김범석은 빠질듯
[파이낸셜뉴스] 내년부터 외국인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받는 대기업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될 수 있다. 공정위가 내·외국인 간 차별을 두지 않는 '동일인 판단 기준'을 마련했다.
동일인 지정은 공정위가 대기업집단에 각종 의무를 부과하는 기준이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4촌 이내 친족의 사업 현황과 주식 보유 현황을 매년 공정위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공정위는 이를 근거로 일감 몰아주기와 내부거래를 규제하게 된다.
우선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을 그 기업집단에 동일인으로 보는 동일인 판단의 일반 원칙은 그대로 유지된다.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에 대한 판단은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기업집단을 대표하여 활동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 5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기업집단의 범위가 동일하고,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으며, 해당 자연인의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사 간 채무 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없다는 조항이다.
이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면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더라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반대로 4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외국인이더라도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경제 글로벌화 심화로 외국인이 지배하는 법인이 한국에서 설립되는 사례가 증가해서 외국인의 동일인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국인 동일인 판단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낮고 이의제기 절차도 충분하지 않아서 동일인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총수의 동일인 지정은 지난 2021년 쿠팡이 대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후 김범석 의장이 아닌 쿠팡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며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김범석 의장의 국적은 미국이다.
당시 공정위는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제도적 미비'를 이유로 한국계 미국인인 김범석 의장 대신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했는데, 국내 기업인과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일었다.
공정위는 이를 계기로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 국적 차별 없이 적용되는 동일인 판단 기준을 마련했다.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제도 개선 논의의 시발점이 됐던 쿠팡과 김범석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기업집단 쿠팡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에 해당하지만, 동일인 지정의 예외 조항 4가지를 모두 충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현재 최상단 회사인 쿠팡Inc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공정위도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쿠팡과 관련해 새로이 확인해야 될 사실관계가 여러개 있다"며 "현재로서는 쿠팡의 경우 동일인이 누구로 지정될지에 대해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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