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헌신' 요구…여 주류 '험지 도전·불출마 선언' 이어질까

이승재 기자 2023. 12. 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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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불출마' 결단에 당내 긴장감 고조
원희룡·박민식 등 장관 출신 험지 출마 선언
압박 강도 높아질 듯…"결정 속도 빨라질 것"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2.27.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자마자 당내 의원들에게 '헌신'을 요구했고, 자신은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공천 과정에서의 고강도 인적 쇄신을 시사한 것으로 당내 긴장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인요한 혁신위원회의 '주류 희생론'이 재부각되면서 험지 출마 선언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윤석열 정부 내각 출신 인사들을 대상으로 당에서 험지 출마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먼저 험지 출마를 선언한 이른바 '스타 장관'은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다. 원 전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의 거취 결정에 따라 내년 총선에서 '명룡대전'이 벌어질 수도 있고, 이는 원 전 장관의 차후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험지로 분류되는 인천 계양을에서 이 대표와 접전을 벌이거나 이길 경우 유력 대권 주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원 장관의 도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당내 의견도 많았다. 당시 당에 '희생 혁신안'을 내밀었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은 원 장관의 결단에 대해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도 당초 알려진 경기 성남 분당을 출마에 선을 그으면서 출마 지역을 당에 백지 위임하기도 했다.

그간 분당을은 김은혜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 등이 출마를 고려하는 지역구로 알려지면서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에 당 일각에서는 장관들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양지 만을 원한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으로부터 여러 차례 험지 출마 요청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절박한 심정으로 동참해야 되겠다. 말로만 헌신이다, 희생이다가 아니라 행동으로 나서야 되겠다 해서 그런 결심을 한 2주일 전부터 확실하게 피력했다"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 내각의 핵심 인물 가운데 처음으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의원직을 포기한 것을 두고, 당의 명운을 걸고 배수진을 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을 비례대표 순번에 두고 전국적인 지지도를 활용해 후방 지원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과, 격전지에 도전해 야권의 대항마 역할을 해야 한다는 역할론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전날 취임식에서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겠다. 비례로도 출마하지 않겠다. 오직 동료시민과 이 나라의 미래만 생각하면서 승리를 위해 용기 있게 헌신하겠다"며 "승리를 위해 뭐든지 다 할 것이지만, 그 승리의 과실을 가져가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결단으로 당내 주류 세력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당 혁신위원회가 '친윤(친윤석열계)·중진 희생론'을 제시했지만, 유일하게 장제원 의원만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한동훈 체제'에서는 친윤 실세들을 향한 희생 압박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비정치인 출신으로 당내 의원들과 맺은 관계가 약하기 때문에 개혁의 칼을 휘두르기도 쉬운 위치다.

박 전 장관은 라디오에서 "국민의힘 후보들 역시 공천과 관련한, 출마와 관련한 당의 절차, 또 본인 스스로의 진퇴 여부 등에 대한 결정 속도가 상당히 빨라지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전 KBS 특집 라디오에서 한 위원장의 불출마 결정에 대해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로 국가 운명을 위해서는 개개인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내려놓자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 문제는 지금 (총선이) 100여일 남은 이 과정에서 또 서로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정리가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홍석준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위원장의 불출마 선언은)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크고 무섭다"며 "원칙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당내에도 걸고, 불체포특권 포기라든지 이런 걸 통해서 이재명의 민주당과도 확실한 차별화를 보이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에 당내에서는 더 어떻게 보면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uss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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