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유방암, 대수롭지 않다고요?"

이성주 2023. 12. 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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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ice of Academy 7-인터뷰] 한국유방암학회 한원식 이사장
한원식 한국유방암학회 이사장은 "유방암 환자가 최근 급증해 2040년에는 남녀 통틀어도 1위 암이 될 수 있다" 며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를 강조했다.[사진=서울대병원]

"유방암 환자는 급증하고 있고 2040년에는 남녀 암을 통틀어도 1위 암이 될 겁니다. 유방암을 조기 진단해 적극 치료받으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지만, 이것을 잘못 이해해서 유방암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 우려됩니다."

한국유방암학회 한원식 이사장(서울대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어떤 암도 만만한 암은 없으며 특히 유방암이 그렇다"면서 "유방암은 5년 생존율이 절대적이지 않을 정도로 언제든 재발할 수 있으며 유방암 중 특정 종류는 치료 과정도 힘들기에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관심이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유방암 환자 급증...발병률은 여성암 1위"

한 이사장은 전임의 때부터 환자 증가를 피부로 느껴왔다. 그는 "1990년대만 해도 서울대병원에서 사흘에 1명 정도 수술했으니 지금으로 치면 난소암 정도"였다면서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서울대병원에서 한 해 2200여 명을 수술한다"고 소개했다.

-유방암 환자가 많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 급증하는 줄 몰랐다. 왜 그렇게 증가하는가?

"현재 10만 명당 50여 명이 발병해 환자가 3만 명 가까이 되는데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발병률이 10대 암(갑상선 제외)에서 여성암 가운데 1등, 사망률은 5위이다. 암 증가 추세가 서구 유형을 따라가고 있는데 미국과 유럽은 우리보다 1.5배 많으므로 우리도 그 수준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생활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인데, 거기에 더해 조기출산이 줄어드는 것이 증가세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원래 예방법 1위가 아기를 빨리 낳는 것이고 2위가 금주, 절주인데 여성 음주 인구의 증가도 위험요인이다."

-유방암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환자를 보면서 느낀 것인가? 아니면 조사연구가 있나?

"환자 중에서도 가볍게 여겼다가 심각해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유방암학회가 지난 9월 전국 20~60세 여성 1000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10명 가운데 8∼9명(86%)은 유방암을 걱정하거나 관심을 보이고 있었지만 실제 유방암 검진을 받은 여성은 10명 중 6명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암 검진은 건강보험공단의 검진에서도 받을 것인데, 안 받은 사람이 많다는 것이 의외다. 조기 진단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학회의 캠페인과 언론 보도 등으로 지금은 많이 알려졌지만, 자기 가슴을 자주 체크하는 것이 좋다. 암의 형태가 다양하므로 멍울이 만져지면 주위의 유방외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좋다. 40세 이상 여성은 2년에 한 번씩 엑스선 유방촬영술, 즉 맘모그래피를 받는 게 좋다. 맘모그래프를 받고 의사 판단에 따라 초음파 검사를 받을 수도 있다."

"재발땐 마라톤하듯 다잡으며 투병"

-유방암은 치료가 잘 되는 암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조기에 발견해서 수술을 받으면 치료율이 99% 가까이 된다. 그러나 전이가 되면 차원이 달라진다. 그래도 낙담은 금물이다. 제대로 치료받으면 건강한 삶을 지킬 수 있다. 유방암도 종류에 따라 치료제가 다르다. HER-2 양성 유방암은 표적치료제가 잘 듣는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호르몬 치료가 기본이다. 젊은 호르몬 양성 유방암 환자는 난소 억제제가 치료 성과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CDK 4/6 억제제가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유방암 중에는 암세포에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HER2 수용체가 모두 없는 '삼중음성 유방암'이 15% 정도를 차지하는데 진행 속도와 전이가 빠르고 재발이 빈번한 고약한 암이었다. 그러나 최근 항체-약물 복합체, 면역항암제 등이 치료 효과를 보이고 있으므로 쉽게 치료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암 예방을 위해 멀쩡한 가슴을 잘라내서 과잉진료 논란도 있었다. 그런 식의 절제술이 과연 유방암 예방에 도움이 되나?

"BRCA-1 돌연변이가 있으면 70%는 평생 한 번 이상 유방암이 생길 수 있다. 난소암은 20~30% 발생한다. 가족력이 있고 돌연변이가 있으면 여러 조건을 고려한 뒤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을 수 있다. 이것은 유방의 겉은 그대로 나두고 유방조직을 없앤 다음 보형물을 넣는 것이다. 국내에서 이런 조건으로 수술을 받은 사람은 많지는 않지만 적게나마 있다. 한쪽 가슴에서 유방암 수술을 받던 환자가 BRCA-1 유전자 이상 진단을 받아서 암이 발병하지 않은 다른 가슴을 절제하는 사례는 국내에도 여럿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유방암에 대해 경각심을 갖지 않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나친 비관도 금물입니다.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99%가 건강히 생존하고 늦게 발견해서도 포기할 필요는 없어요. 재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 때엔 유방암 투병이 마라톤과도 같다고 다잡으며 이겨내면 됩니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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