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법치'와 '민주주의' 기로에 선 미국?

심영구 기자 2023. 12. 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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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미국에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한 차례 선거가 끝나면 곧바로 다음 선거가 시작됩니다. 호들갑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대선이 끝난 직후에는 4년 뒤 후보가 될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짚어보는 기사들이 앞다투어 실리곤 합니다.

2020년 미국 대선은 현직 대통령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면서 수많은 '초유의 사태'로 얼룩진 선거가 됐습니다. 갖은 우여곡절 때문에 4년 뒤 어떤 매치업이 성사될지도 큰 관심을 모았는데, 바이든과 트럼프가 다시 맞붙을 거란 전망이 늘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첫 손에 꼽혀 왔습니다. 수많은 사건과 변수가 등장했음에도 이 전망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바이든 대 트럼프 리턴 매치 대세론"에 균열을 일으킬 만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미국을 향한 반란에 가담한 트럼프에게 대통령 출마 자격이 없다고 판결한 겁니다. 이 판결이 뒤집히지 않으면 당장 3월 5일 "슈퍼 화요일"에 열리는 콜로라도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는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릴 수 없습니다. 우선 이 판결의 의미를 자세히 짚은 칼럼을 번역했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zB30l-eZ7gA ]
▶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미국 정치 제도에 경종을 울린 콜로라도 대법원의 판결
[ https://premium.sbs.co.kr/article/9fVJWn7Y78Q ]
 

연방제 국가 미국에서 주 대법원의 판결은 주 안에서만 효력이 있습니다. 물론 연방 대법원이 주 대법원의 판결을 다시 뒤집을 수 있고, 트럼프 측은 곧바로 연방 대법원에 이 사건을 상고했습니다. 오늘은 수정헌법 14조 3항이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고, 이번 판결을 둘러싼 쟁점, 그리고 판결이 대선 가도에 미칠 영향을 짚어보겠습니다.
 

수정헌법 14조 3항을 이해하는 열쇳말: 남북전쟁

원래 미국 대통령 출마 요건은 매우 간단합니다.

1. 35세 이상이어야 한다.

2. 태어날 때부터 미국 시민이어야 한다. (natural born citizen)

3. 지난 14년간 미국에서 거주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대통령 출마 요건은 갖춥니다. 미국에서 보통 출마 자격을 제한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러나 나라가 정말로 쪼개질 뻔했던 내전(civil war)을 겪은 뒤엔 미국도 예외적으로 반란에 가담한 자의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는 조항을 무려 수정헌법에 넣어둔 겁니다. 먼저 이번 판결의 핵심이 된 수정헌법 14조 3항 전체를 번역했습니다.
[ https://constitutioncenter.org/the-constitution/drafting-table-mobile/item/amendment-xiv ]

미합중국 헌법에 반하는 전복 행위 또는 반란에 가담한 자, 미합중국과 그 헌법의 적을 돕거나 적에게 원조를 제공한 자는 미합중국 헌법 앞에 선서해야 맡을 수 있는 미합중국 상원의원, 하원의원, 대통령과 부통령의 선거인단이 되거나 미합중국 또는 각 주에서 민사 또는 군사상 어떤 공직도 맡을 수 없다. 그러나 의회는 각 하원 2/3 이상의 투표로 제약을 무효로 할 수 있다.

"전복 행위"나 "반란"과 같은 단어가 뜻하는 바를 이해하려면 수정헌법 14조가 제정, 비준된 시기를 이해해야 합니다. 수정헌법 14조는 1868년 7월 9일 비준됐습니다. 바로 남북전쟁이 끝난 직후였죠. 북부 주들이 중심이 된 연방(the Union)은 전쟁에서 승리한 뒤 남부 주들이 꾸린 남부 연합(the Confederate)의 정치적 영향력을 봉쇄하려 했습니다. 이들이 정치권에 진출해 전쟁의 결과를 뒤바꾸는 걸 용납할 수 없었죠. 그런 행위는 곧 미국과 헌법을 향한 반란(insurrection)이었습니다. 그래서 의회는 수정헌법 14조를 제정했습니다. 즉 3항에서 말하는 반란이란 남부군이나 남부 연합 출신으로 노예제 폐지에 반대하거나 미국 연방을 적으로 간주하는 행위였습니다.

수정헌법 14조가 제정된 뒤 가장 많이 인용된 부분은 "적법 절차 조항"이나 "평등 보호 조항"이 담긴 1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남북전쟁 이후 오랫동안 실제로 적용되거나 논의되는 일이 매우 드물던 3항이 주목받게 됐습니다.
 

적법한 판결인가? 판결 둘러싼 쟁점들
[ https://podcasts.apple.com/us/podcast/the-daily/id1200361736?i=1000639198646 ]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지난 대선 직후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의회가 투표 결과를 최종 비준하는 날이자 대통령 취임 2주 전인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일으킨 의사당 테러를 수정헌법 14조 3항에 언급된 "반란"에 해당한다고 판결했습니다. 또 지지자들을 부추겨 공격을 사실상 지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반란에 가담한 자"이므로 공직을 맡을 수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트럼프가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맡을 수 없는 공직에는 대통령도 포함됩니다.

판결 직후 예상대로 다양한 주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우선 남북전쟁 때 남부군과 남부연합이 연방을 상대로 한 행위와 지난 1월 6일 의사당 테러를 같은 반란 행위로 볼 수 있느냐, 150년도 더 전에 제정된 수정헌법을 인용해 2024년 주요 대통령 후보의 출마를 가로막을 권한이 과연 사법부에 있느냐에 관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또 1월 6일 의사당 테러가 반란 행위였는지, 법을 어겼다면 누가 얼마나 어겼으므로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관해 법원은 아직 아무런 판결을 한 게 없는데, 트럼프를 "반란에 가담했다"고 단정한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이 과연 적법한 절차를 지켰는지도 쟁점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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