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겨도 아직 이른 경기 회복”
수출 기업과 달리 내수 기업 전망 하락 여파
국내 제조업체들이 해가 바뀌어도 내년 1분기에는 경기 회복이 어렵다고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내수 기업이 수출 기업보다 상황이 녹록지 않고, 주력 업종인 정보기술(IT)과 자동차 부문마저 전망이 어두웠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156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2024년 1분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전망치에 비해 1포인트 하락한 83으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BSI는 100 이상이면 해당 분기의 경기를 이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세부적으로는 수출 기업과 내수 기업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수출 기업 전망은 전 분기 대비 상승했지만 내수 기업 전망은 하락했다.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 50%를 기준으로 수출·내수 기업으로 구분해 보니 수출 기업의 BSI는 93으로 전 분기 대비 10포인트 상승했지만, 내수 기업의 BSI는 80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4포인트 하락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과 관세청 통계에서도 수출과 내수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수출은 금액 기준으로 10월과 11월 전년 동월 대비 2개월 연속 증가했고, 무역수지도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반면 내수는 10월 소매판매액이 전년 동기 대비 –4.4%를 기록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업종별로 보면 제약(115), 화장품(113), 조선(103)만이 기준치 100을 넘어 긍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제약의 경우 신약 개발 등에 힘입어 전 분기에 이어 희망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았다. 화장품도 ‘K-뷰티’ 확산 영향으로 새해에는 밝은 전망이 우세했다.
반면 철강(72), 비금속광물(67) 등은 건설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부정적 전망이 우세했다. 주력 업종인 IT(84)는 반도체 재고 소진과 일부 품목 수요 회복 기대감에 전 분기 대비 상승했으나 여전히 기준치를 밑돌았다. 자동차(87)의 경우에도 고금리에 따른 구매부담 증가와 중국 등 외국산 전기차의 저가 공세로 전 분기 대비 하락했다.
기업들은 올해 경영실적 달성 여부에 대해 연초 설정한 목표치에 미달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영업이익이 목표 대비 미달할 것이라고 예상한 기업은 63.5%로 그중 절반 이상인 32.4%가 ‘10% 이상 미달’로 답했다.
영업이익 목표 달성에 실패한 핵심 원인은 ‘내수 부진’을 꼽은 기업이 53.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원자재가격’ 19.1%, ‘수출부진’ 18.1%, ‘고금리’ 4.3%, ‘고환율’ 1.4% 등이었다. 올해 투자실적을 묻는 말에는 연초 계획한 목표치에 미달할 것이라는 응답이 49.2%에 달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내년 상반기에는 내수 중심으로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높은 물가와 금리로 인해 가계와 기업들의 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물가 관리뿐만 아니라 소비·투자 활성화 정책을 통해 민간의 역동성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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