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도 '기업 총수' 지정된다…쿠팡 김범석 지정 여부 관심

이철 기자 2023. 12. 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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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외국인도 국내기업 실제 지배하면 동일인 지정…예외요건 충족시 제외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2023.12.19/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앞으로 국적에 관계없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을 실제 지배하면, 해당 기업의 동일인(총수)로 지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인으로, 미국 기업인 쿠팡Inc를 지배하는 김범석 의장이 국내 기업인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예외요건도 있어 실제 내년에 동일인으로 지정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해 내년 2월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27일 밝혔다.

또 동일인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 및 절차 등을 정한 규정인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도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동일인 2·3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되고 외국 국적을 가진 동일과 친족의 등장 등 동일인과 관련된 경제 환경의 변화에 대응한다"며 "보다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동일인을 판단하기 위해 관계부처와의 협의, 전문가 의견 청취 등의 검토 과정을 거쳐서 마련됐다"고 했다.

이어 "특히 경제 글로벌화 심화로 외국인이 지배하는 법인이 한국에서 설립되는 사례가 증가해서 외국인의 동일인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국인 동일인 판단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낮고 이의제기 절차도 충분하지 않아서 동일인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합리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동일인 판단 구조(공정거래위원회 제공) .2023.12.27/뉴스1

공정위는 시행령에서 동일인 판단의 일반원칙을 규정하고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을 그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보기로 했다. 해당 자연인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보도록 했다.

하부 지침에서는 구체적인 동일인 판단 기준으로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기업집단을 대표해 활동하는 자 △동일인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동일인으로 결정된 자 등 5가지를 규정했다.

공정위는 해당 기준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동일인을 판단하게 된다.

공정위는 동일인 지정의 예외사유도 규정했다. 해당 사유를 충족하는 경우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더라도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회사의 범위가 동일한 기업집단의 경우로 예외 범위를 한정한다. 이중에서도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은 경우 △자연인의 친족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음 △해당 자연인·친족과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자금대차 없음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동일인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한 위원장은 "예외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볼 수 있도록 했다"며 "예외요건 미충족 시에는 설령 외국인이더라도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판단할 수 있음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 하부 지침에서는 동일인의 사망, 지분 매각, 주요 직위에서의 사임 등에 따라 동일인 변경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원칙적으로 사유발생 이후 기업집단 지정 시 동일인을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동일인 확인 절차를 명문화했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기업과 협의를 거쳐 기업집단 지정 전 동일인을 잠정적으로 확인·통지하며 이에 대한 기업집단 측의 이의제기 절차도 마련했다.

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모습. 2022.3.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시행령이 개정되면 김범석 쿠팡Inc 의장 역시 국내 기업인 쿠팡의 동일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생긴다.

김 의장의 경우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예외요건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인 쿠팡은 미국에 상장된 쿠팡 Inc가 100% 출자해 김 의장의 쿠팡에 대한 지분은 없다. 또 김 의장의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특히 현재 해당사항이 있더라도 내년 5월1일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할 때까지 이를 해소하면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을 수 있다.

공정위도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쿠팡과 관련해 새로이 확인해야 될 사실관계가 여러개 있다"며 "현재로서는 쿠팡의 경우 동일인이 누구로 지정될지에 대해서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외요건을 충족하는 기업집단이 몇개나 되는지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말씀드리기가 어렵다"며 "다만 2023년 기업집단 지정 당시 현황에 비춰볼 때 그 숫자가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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