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의장도? 지분·임원·금전거래 있으면 외국인도 대기업 총수

세종=유재희 기자 2023. 12. 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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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플랫폼의 독과점을 규제하는 '플랫폼 경쟁촉진법' 제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2.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인 동일인(총수) 지정에 대해 기준을 구체화했다. 기업의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자가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거나 그 친족이 주식 보유 또는 경영에 참여할 경우 당사자가 해외 국적이더라도 법인이 아닌 자연인(실제 인물)을 총수로 지정하는 게 골자다.

관심은 미국 국적의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총수 규제권에 들어올지다. 현재까지 쿠팡은 총수 지정을 피하는 예외조건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파악되지만 당국이 내년 5월 대기업집단 지정까지 새로운 사실관계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공정위는27일 기업집단 지정 시 총수 판단 기준을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를 총수로 지정하고 지정자료 제출 의무 등을 부과한다. 자산이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은 상호출자제한 등 규제를 적용받는데 이때 기업집단, 계열사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점이 바로 총수다.

개정안은 외국 국적을 보유한 대기업 총수 및 친족이 등장하는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정위는 그동안 국내에서 사업 활동을 하는 쿠팡 등 대기업 총수가 외국 국적을 갖고 있을 경우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총수로 뒀다. 다른 국가와의 통상갈등 등이 우려되는 가운데 명확한 기준 없인 자연인을 지정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이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도 총수 지정 판단에 필요한 기준 확인 절차가 없고 외국인 총수 판단 문제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새 개정안에선 대기업 총수를 법인(국내 회사·비영리법인·단체)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조건을 뒀다.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땐 외국 국적이라도 총수지정을 피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쿠팡의 경우 김범석 의장에 대한 총수 지정이 보류되면서 법인을 총수로 지정해왔는데 이번 개정안에선 그 법적근거를 명확히 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총수를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사의 범위가 동일한 기업집단 일경우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고, 그 친족이 계열사에 출자하거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해당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을 경우 등 3개 조건을 모두 충족할 때만 법인을 총수로 지정한다.

예외 기준에 해당, 자연인 총수 지정을 피하더라도 지켜야 할 원칙은 있다. △자연인이 지배하는 국내 법인이 기업집단 범위에서 누락되지 않을 것 △사익편취 규제 등 규제 공백의 최소화 등이다.

관심은 그간 외국인 총수 지정 문제의 핵심이었던 김범석 의장이 예외조건에 해당, 계속해서 총수 지정을 피할지다. 시행령 개정으로 내년 김 의장이 쿠팡 총수로 지정되면 대기업집단 지정자료 제출 시 거짓·누락이 있을 경우 직접 제재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매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각 그룹으로부터 지정자료를 제출 받는데 여기에 의도적인 거짓·누락이 있는 경우 공정위가 총수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고발로 검찰이 기소할 경우 기업총수는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내년 대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쿠팡을 심도 있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의 동생은 미국에 상장된 쿠팡inc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약 20만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정위가 제시한 법인의 총수 지정 조건인 국내 계열사 주식과는 무관하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그 예외 요건과 관련 (김 의장) 친족의 경영 참여 여부라든가 계열사와의 자금대차·채무보증 존재 여부 등에 대해 파악해야 하는 사실관계여서 명확하게 말씀드리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정위는 '동일인 판단 기준 및 확인 절차에 관한 지침'을 내년부터 시행한다. 골자는 총수 판단을 위한 세부 기준이다. 판단 기준은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기업집단의 최고직위자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 △기업집단 내·외부적으로 기업집단을 대표, 활동하는 자 △승계 방침에 따라 기업집단의 총수로 결정된 자 등 5가지다.

이 밖에도 △총수의 사망 △지분 매각 △직위 사임 등에 따라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 총수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공정위의 잠정적인 총수 지정, 통보 이후 기업집단 측의 이의제기 절차도 마련했다.

한 위원장은 " 이번 시행령 개정안 및 지침을 통해 자연인의 국적과 관계없이 적용될 수 있는 자연인 동일인 판단의 일반원칙과 구체적인 판단기준을 마련함으로써 동일인 판단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고했다"고 밝혔다.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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