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인생 후반전'이라는 황선홍 "2024년 정말 중요한 해"[인터뷰]
"이강인 포함 최정예로 올림픽 도전하고파"
[성남=뉴시스]안경남 기자 = 2002 한일월드컵 4강을 일군 뒤 지도자로 변신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황선홍 감독은 자신의 인생을 축구에 비유하며 "후반전 70~80분쯤을 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이 "정말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26일 성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선홍 감독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수술을 받은 오른쪽 무릎 탓에 계단을 오르는 데 다소 불편한 모습이었다.
하루 3시간씩 재활 중이라는 황 감독은 "선수 시절을 포함해 벌써 네 번째 수술이다. 수술은 잘 됐고 회복 중인데, 젊었을 때만큼 빨리 회복되진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딸 황현진 씨의 결혼식 등으로 바쁜 연말을 보낸 황 감독에게 2023년은 잊지 못할 한 해였다.
황 감독은 "우스갯소리지만, 딸을 위해서라도 아시안게임에서 꼭 우승하고 싶었다. 실패했다면 정말 아찔했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퍼펙트 금메달'
숙명의 한일전으로 치러진 결승전에선 정우영(슈투트가르트), 조영욱(서울)의 연속골로 2-1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준비 기간 내내 저조한 경기력으로 부정적인 여론이 이어졌던 터라 더 값진 우승이었다.
황 감독은 "목표를 이루려면 과정이 중요하다. 여론이 좋지 않았지만, 자신을 믿었고 그것이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비결로 '밸런스'를 꼽은 그는 "처음부터 선수들에게 밸런스를 요구했다. 대표팀 특성상 짧은 기간 안에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처럼 만들 순 없다"며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를 무조건 맞춰야 했다. 선수들이 그걸 굉장히 잘 지켜줬다"고 설명했다.
그 중심에는 와일드카드이자 주장인 백승호(전북)가 있었다. 황 감독은 "승호가 밸런스를 잘 해줬다. 본인은 공격 성향이 강한데, 그걸 억제하더라"고 말했다.
밤새워 짠 코치진의 전략도 대회 내내 적중하며 황 감독의 용병술도 주목받았다. 그는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짠 계획이 대부분 들어맞았다. 또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고 했다.
가장 아찔했던 경기는 우즈베키스탄과의 준결승(2-1 승)이었다. 그는 "1-1로 연장전을 갔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상대가 힘으로 밀고 나오면서 선수들이 힘든 경기를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멤버가 약하다고 봤는데, 밖에선 쉽게 우승한 걸로 본다"며 "확실한 원톱이 없었고,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도 없었다. 또 (이)강인이의 합류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다들 너무 잘 해줬다. 특히 저를 도와준 코치진의 노력이 컸다"고 말했다.
파리로 가는 길…'한일전 설욕' 노린다
한국은 내년 4월 카타르에서 개최되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서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와 조별리그 B조에 편성됐다. 올림픽 예선을 겸한 이 대회에서 상위 3위 안에 들면 파리 올림픽 본선에 직행한다.
황 감독은 "쉽지 않은 조인 건 사실이다. 그래서 더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U-23 아시안컵 8강에서 0-3 완패를 안긴 일본과의 재회에는 이를 악물었다. 그는 "일본과 대진이 확정되고, 그때 경기를 다시 2~3번 봤다. 많이 부족했다. 대회 준비 기간이 짧았고, A대표팀에 갔던 선수들이 뒤늦게 합류하는 등 엉망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엔 다를 것이다. 조직적으로 더 잘 갖춰질 자신이 있다. 일본도 준비가 잘 된 팀이지만, 개인보다 팀으로 조직적으로 부딪힌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이강인 그리고 꿈의 와일드카드
황 감독은 "올림픽 예선은 어렵다. 강인이 뿐만 아니라 해외파가 모두 못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선에 오른 뒤 본격적인 얘기가 나올 텐데, 현재로선 강인이와 따로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며 "이강인의 소속팀 동료인 킬리안 음바페의 올림픽 출전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소속팀이 반대하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한국 축구는 최근 아시안게임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따면서 알만한 선수들이 대부분 병역을 해결한 상태다. 올림픽에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올림픽은 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는다.
황 감독은 "구단의 허락 내에서 모을 수 있는 최상의 전력을 내야 한다. 강인이도 올림픽 대표팀 연령에 포함된다. 와일드카드도 최상의 멤버로 꾸리고 싶다"고 했다.
24세 이상 선수인 와일드카드로 조건 없이 모든 선수를 부를 수 있다면 누구를 차출하겠냐는 질문에는 "당연히 손흥민(토트넘), 황인범(즈베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아닐까"라고 웃으며 "그러면 허리가 완성된다"고 했다.
황선홍의 축구 철학…'점유'보단 '속도'
이어 "물론 굳이 나누자면, 점유보다는 속도 있는 축구를 좋아한다. 부산 아이파크에서 처음 지도자를 시작하고 포항 스틸러스에 가면서 전방으로 직선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걸 선호해왔다"고 설명했다.
최근 관심 있게 지켜보는 팀으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브라이튼과 아스널을 꼽았다. 그는 "제로톱 전술에 관심이 있다. 또 중원에서 숫자 싸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프로팀을 거쳐 연령별 대표팀을 맡게 된 황 감독은 선수단 운영이 완전히 다르다고 했다. 그는 "대표팀은 시간이 부족하다. 뽑아서 가르치기보다 현재 잘하는 걸 파악해서 극대화해야 한다. 내 생각에 선수를 맞추기 어렵다. 내가 선수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그러더라. 대표팀 감독은 '일타강사'가 돼야 한다고. 그런 측면에서 유연함이 생긴 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축구 인생 후반전…'비판은 날 강하게 만든다'
이어 "2023년도 중요했지만, 2024년이 더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 어깨가 더 무겁고, 더 어려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승부들이 재밌고 즐겁다. 그걸 이겨내는 게 내 역할"이라며 "팬들의 질타가 두려울 수 있지만, 그게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nan9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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