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열정·선의에 나이제한 없다"…이준석 '세대포위론' 선긋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비대위의 세대교체 요구에 대해 "저는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한 세대포위론이나 세대교체론이라는 말은 그렇게 신뢰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으로 첫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가 세대교체를 할 거란 전망이 있다'는 질문에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국민 열망은 저도 100% 공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창호 사범은 10대에 세계를 제패했고 조지 포먼은 제 나이 때 헤비급 챔피언을 했고 히치콕 감독은 60살에 영화 '사이코'를 만들었다"며 "열정과 동료시민에 봉사하겠다는 선의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바꿔야 하는 것은 맞지만 세대 포위론이나 어떤 나이를 기준으로 갈라치기를 하는 건 누군가에겐 정략적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세상엔 해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세대포위론(세대결합론)은 이준석 전 대표가 주장한 선거 전략으로,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전통적 지지층인 60대 이상 노년층에 2030세대(특히 남성)를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1973년생 한 위원장이 등판하며 당 일각에서 세대교체 요구가 이어졌는데, 생물학적인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전략과도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 인선에 대해선 "열심히 하고 있다"며 "좋은 분들을 나름대로의 사정 때문에 제가 잘 설득드리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걸 공개하기가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비대위원 인선 조건으론 "우리 사회에 여러 돈 벌고 가족 보호하고 동료시민에 대한 선의를 가진 분들을 상징하는 분들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평범하게 경제생활하며 가족을 부양하는 시민들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하겠단 의미로, 비정치권 인사들의 합류를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후 탈당 기자회견을 예고한 이 전 대표를 끌어안기 위해 전향적 입장을 낼 계획이 없느냐는 물음엔 "누구 하나 얘기에 대해 답변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한 위원장은 그를 향해 '검찰당'이라 공세를 펼치는 더불어민주당에 "검찰은 국민을 범죄에서부터 지키는 국민들의 중요한 도구일 뿐"이라며 "저는 어떤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국민의 자산이고 국민의 도구인 검찰을 악마화하는 것은 국민에 피해가 가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 일을 20여년 동안 최선을 다해 했고 국민에 봉사했다고 생각한다"며 "이후엔 법무장관으로서 인혁당 빚고문 해결, 4·3 직권재심, 스토킹 반의사불벌죄 도입, 촉법소년 연령 하향, 피해자에 대한 다양한 구제, 프락치 관련 피해자 항소 포기 등 오히려 민주당은 안 했던,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좋아하실 만한 일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은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 존엄으로 모시는지 묻고 싶다"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했다. 이 대표는 변호사이던 2002년 당시 김병량 성남시장에게 검사를 사칭했다는 혐의로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은 바 있다. 이후 이 대표는 경기지사 후보 시절인 2018년 토론회에서 검사를 사칭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발언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고, 이와 관련한 재판에서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에게 자신이 원하는 대로 증언을 해달라고 요구한(위증교사)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한 위원장은 자신이 전날 비대위원장직 수락 연설에서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과 관련해, 당내 확산이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출마를 하셔야 할 분은 오히려 출마해야 한다. 불출마 자체가 미덕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제가 어제 말한 것은, 우리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승리하기 위한 목적은 동료 시민과 이 나라를 잘 살게 하겠다는 선의다"라며 "헌신과 용기가 필요한데, 제가 외부에서 들어와서 당을 이끌게 되면서 헌신하겠다는 말과 미사여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 진심을 보여주기엔 3개월은 대단히 짧은 기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어려운상황에서는 제 개인의 바람보다는 우리 전체의 승리를 위해서 도움되는 길을 찾은 것"이라며 "제가 말로만 헌신하겠다, 헌신하자고 하면 다들 그냥 말뿐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런 차원에서 제가 미리 말씀드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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