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서 ‘심화수학’ 제외… 이공계 학력저하 논란 확산

■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확정
현 中2부터 선택과목 없는 수능
국어·수학·탐구영역 공통과목
미적분에 있던 미·적분법 빠지고
기하 포함된 평면벡터 등도 제외
이공계 학과 교육에 직격탄 우려

선택 과목 없는 통합형 수능, 고교 내신 5등급 체제를 핵심으로 하는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이 27일 확정되면서 현 중학교 2학년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는 국어, 수학, 탐구영역이 공통과목 체제로 바뀐다. 국가교육위원회 권고에 따라 ‘심화수학’은 신설하지 않기로 해 모든 학생이 현행 문과 수준의 수학만 시험을 치르게 된다. 하지만 국교위 논의가 진행되는 2개월 동안 줄곧 심화수학이 대학교육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해온 이공계 교수들을 중심으로 확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8학년도 수능 수학 출제 범위는 현재 공통과목인 ‘수학Ⅰ’ ‘수학Ⅱ’, 선택과목인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에서 선택과목 없이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로 축소된다. 심화수학이 채택되지 않으면서 현 수능 선택과목 ‘미적분’에 있던 수열의 극한, 미분법, 적분법은 수능 출제 범위에서 빠진다. ‘기하’에 포함된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과 공간좌표도 범위에서 제외된다. 교육부는 “심화수학 신설로 사교육이 유발되고 학생·학부모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며 “대학은 학생부를 통해 학생의 수학적 역량과 심화학습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사실상 현행 문과 수준으로 수학 출제 범위가 축소돼 이공계 대학생의 학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강력 반대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 전자공학과 A 교수는 “이공계 교수들은 굉장히 불편해하는 게 사실”이라며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미적분을 대학에서 또 가르쳐야 한다면 고교 교육과정을 만든 이유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공계 대학생들의 학력 저하로 커리큘럼 운영이 어려워지는 등 이공계 교육이 큰 혼란과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수능 수학 출제 범위가 축소되고 비교적 쉬운 과목으로 구성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변별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소재 대학 이공계 학과 소속 B 교수는 “완전히 고등학교 1학년 중심 과목으로 재편되는 것”이라며“변별력 확보가 힘들어져 수시모집 요소였던 학생부나 내신을 정시모집에서도 들여다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은 학생입학 이후에도 기초교양 학습을 지원해야 하고,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학력 저하 우려와 변별력 확보 논란에 관해선 “현재와 다를 바 없이 3학기에 걸쳐 들어야 하는 학습량을 가지고 수능을 출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범위가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출제 범위나 내용이 변별력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통합형 과목체계 도입이 유지됨에 따라 사회·과학탐구 영역은 모든 응시자가 선택 없이 동일하게 ‘사회’와 ‘과학’에 모두 응시하게 된다. 교육부는 통합사회·통합과학 예시 문항을 내년 중 개발해 공개할 계획이다.

이소현·노지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