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귀환, 헤징(위험 분산) 전략 있나[뉴스와 시각]

김남석 기자 2023. 12. 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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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주도 내슈빌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클라크스빌에서 열린 LG화학 테네시 양극재 공장 착공식 현장을 찾았다.

LG화학은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을 100% 충족하도록 맞춤 설계한 새 공장을 통해 10년간 최소 수천억 원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IRA, 반도체법 등에 발맞춰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555억 달러(약 72조 원)를 미국에 투자키로 한 한국 기업들에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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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19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주도 내슈빌에서 차로 1시간 떨어진 클라크스빌에서 열린 LG화학 테네시 양극재 공장 착공식 현장을 찾았다. LG화학은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요건을 100% 충족하도록 맞춤 설계한 새 공장을 통해 10년간 최소 수천억 원 혜택을 볼 것으로 추산했다. 향후 수요에 따라 시설 2배 확장도 검토 중이지만, 장밋빛 전망을 한순간에 뒤엎을 악재가 상존한다. 내년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지명이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그는 IRA를 겨냥해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 “전기차는 모두 중국에서 만든다”며 취임하면 첫날 IRA를 무력화하고 석유·천연가스 생산을 늘릴 것을 공언했다. IRA, 반도체법 등에 발맞춰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555억 달러(약 72조 원)를 미국에 투자키로 한 한국 기업들에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이날 착공식에 앞서 대선 결과에 따른 IRA 폐기 가능성을 묻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불확정성에 대해 걱정이 되지만 헤징을 통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지난해 11월 출마선언 이후 1년간 어젠다47이라는 집권계획과 4월 헤리티지재단이 내놓은 프로젝트2025 등을 통해 재집권 시 트럼프표 정책의 단상을 드러냈다. 경제 쪽만 훑어봐도 친환경정책 폐지, 모든 수입품에 10% 기본관세, 보복관세 부과 등 한국과 글로벌 경제 전반에 핵폭탄급 충격을 줄 내용이 가득하다.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동맹·가치외교를 중시한 바이든 행정부와 정반대인 신고립주의를 택할 전망이다.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한 일체형 확장억제 제공, 한미일 공조체제 강화 등은 천문학적 계산서를 동반하거나 아예 공염불이 될 수 있다. 재임 때 주한미군을 철수하려 했다 측근 만류로 미룬 에피소드나 재집권하면 북핵 동결을 대가로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거래를 구상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 역시 예사롭지 않다.

대선의 해인 2024년 새해를 코앞에 두고 최근 워싱턴DC에서 정부 부처나 싱크탱크 등이 개최하는 행사를 찾으면 주최가 누구든, 주제가 뭐든 가릴 것 없이 반드시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어떻게 되느냐다. 한반도 안보·경제 관련 행사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재집권을 걱정하는 우려·경고는 넘쳐나는데 아직껏 리스크를 줄일 해법·시나리오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좀체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오히려 “지금 지지율로 1년 뒤 대선 예측은 무리” “트럼프도 마냥 제멋대로 하진 못할 것” 등 막연한 낙관론이 팽배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이던 2020년 10월 당시 정무직 4000명, 이하 직급 5만 명을 충성파로 채우는 행정명령 스케줄 F를 만들었고 당선하면 바로 실행한다는 계획이다. 국정 시스템을 제2 건국 수준으로 탈바꿈하겠다며 착착 준비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 측과 확실한 소통 채널이라도 구축됐는지 정부·기업 모두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만에 하나 2016년 그의 첫 당선 이후 온 나라가 트럼프 인맥을 찾아 헤맸던 상황이 재연된다면 트럼프 집권 2기는 그야말로 재앙이다.

김남석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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