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불가피한 노동 유연화 개혁[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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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주요 과제로 추진됐다가 '주 69시간 근로'의 덫에 걸려 좌초 위기에 빠진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최근의 대법원 판결로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노동계는 "대법원이 현행 근로기준법이 1주당 연장근로 상한선만 명시하고 하루 연장근로 시간 상한선을 명시하지 않은 입법 공백을 틈타 장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는 판결"이라며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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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주요 과제로 추진됐다가 ‘주 69시간 근로’의 덫에 걸려 좌초 위기에 빠진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최근의 대법원 판결로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법원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준수 여부 산정 기준을 일주일로 해야 한다고 지난 7일 판결했다. 고용노동부의 행정 해석에 따라 일(日)단위로 초과근로시간을 합산해 주 12시간을 넘어서 위법하다고 보아 ‘4일 연속 근무 후 하루 휴무’를 주는 ‘집중 근무제’를 운영한 항공기 객실 청소업체 대표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판단한 1, 2심 판결을 뒤집었다. 1주일간 총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위반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정부는 “합리적 판결로 존중한다”는 입장이나, 노동계는 “시대착오적이고 현장 혼란을 자초한 판결”이라며 반발한다.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은 연장근로 시간의 한도를 1주간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있을 뿐, 1일을 기준으로 삼고 있지 않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는 “대법원이 현행 근로기준법이 1주당 연장근로 상한선만 명시하고 하루 연장근로 시간 상한선을 명시하지 않은 입법 공백을 틈타 장시간 노동을 가능케 하는 판결”이라며 비난했다.
노동계와 일부 언론은 ‘이틀 연속 21.5시간 근무’, 밤샘 근무를 가능케 하는 시대 역행적 판결이란 프레임을 씌운다. 그러나 21시간 연속 밤샘 근무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세태에선 논쟁 속에만 있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OECD 회원국 중 최장시간 근로라는 오명을 씻는다는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 첫해에 여야 합의로 철저한 준비가 없이 도입된 주 52시간제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300인 이상 대기업부터 2018년 7개월부터 시행하기로 돼 있었으나, 두 차례 유예돼 2019년 4월부터 시행됐다. 버스 대란을 막기 위해 시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버스 요금 인상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당시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노총과의 노사정대화 중단 위협에도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의 단위기간을 늘렸다.
현행 주 52시간제는 연구소, 벤처기업, 스타트업, 게임 및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업종 특성상 집중 근무가 필요한 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우리와 경쟁하는 일본·독일·프랑스 등은 노사 협의 내지 단체교섭을 통해 탄력근무제의 단위 기간을 1년까지 허용한다. 미국은 연장근로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고, 프랑스는 단체협약을 통해 연장근로 시간을 정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20인 미만 기업은 개별 근로자와 협상을 통해 근로시간을 정할 수 있다.
‘주 69시간 근무’ 논란으로 중단됐던 근로시간 제도 개편의 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11월에 발표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보면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일부 업종과 직종에 대해 노사 협의를 거쳐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확대할 계획인데,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에 대해 노사 간 해석이 다를 뿐 아니라, 노사정 합의를 통해 제대로 된 노동개혁이 이뤄진 예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노사정 합의에 기대지 말고 정부가 나서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주도해야 한다. 근로자의 건강권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안도 같이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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