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사장에 이어 자회사 사장·비상임이사도 ‘정치인 낙하산’
지난달 국힘 소속 박진호 비상임이사 임명
2013년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 수사’ 방해 혐의로 실형까지 살았던 문정옥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65)이 인천공항 제1 자회사 인천공항시설관리(주) 사장에 취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공항에는 현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과 문 제1 자회사 사장에 이어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정치인이 비상임이사 임명되는 등 공항과 전혀 관련 없는 ‘정치인 낙하산’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법무부 인사검증단과 대통령실에서 인사 검증을 마친 문 사장을 제1 자회사 사장으로 임명했다고 27일 밝혔다.
문 사장은 지난 26일 취임식도 하지 않았다. 임기 3년인 문 사장은 연봉이 약 1억2000만원 정도이며, 성과급을 최대 100%까지 받을 수 있다.
문 사장은 2013년 국정원 댓글공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수사를 방해해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증교사혐의로 구속기소 돼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문 사장은 또 2014년 2월 부하 직원을 시켜 SK그룹 등 여러 대기업을 압박해 9억9000만원의 출연금을 보수단체에 지원하게 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문 사장은 2015년 국정원을 퇴직한 뒤 국가 공기업에서 비상임이사로 근무했으며, 자유의 새벽당 고문으로 활동했다.
특히 인천공항 제1 자회사는 공항의 핵심인 수화물과 기계·전력·통신 등을 유지·관리하는 회사이다. 그러나 문 사장은 인천공항에 근무한 전력도 없다.
지난 10월 25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 사장의 제1 자회사 내정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박상혁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댓글 수사 방해 혐의로 처벌을 받았고, 보수단체 시위를 지원하라고 대기업을 협박했다며 국토부가 이런 사람(문정욱 사장)을 인천공항 자회사 사장으로 오게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조도 “인천공항은 코로나19 엔데믹과 내년 4단계 준공 등 안정적인 운영이 필요한 시기”라며 “공항 전문가도 아닌 국정원 출신이 자회사 사장으로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박진호 국민의힘 김포갑 당협위원장(35)이 비상임이사로 임명됐다. 박 이사는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과 전 국토교통부 장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박 이사는 내년 4월 김포갑에서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지난 6월 취임한 이학재 사장도 인천공항과 전혀 관련이 없는 국회의원 3선의 정치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낙하산 관행을 없앨 것”이라고 공약한 바 있다.
인천공항 안팎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인천공항이 한 단계 도약할 시기에 공항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정치인들이 잇따라 낙하산으로 임명돼 우려하는 분위기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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