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은 ‘자진 불출마’ 배수진…이재명의 선택은?
非明-3총리도 부담인데…이재명 ‘전방위 압박’ 더 커지나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권 첫 일성으로 '총선 불출마'를 발표한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선 한 위원장의 결단이 경쟁 상대인 이재명 대표을 옥죄는 카드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법리스크에 휩싸인 이 대표는 최근 '공천파동' 논란까지 겹치며 비명(非이재명) 인사들과 이낙연 전 대표 등 원로들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는 상황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26일 여의도 당사에서 진행된 취임식을 통해 '지역구 및 비례대표 불출마'를 공언했다. 그는 12분간 이어진 수락 연설에서 '동료시민'이란 단어만 10번 언급하며 "오직 동료시민과 이 나라의 미래만 생각하며 승리를 위해 용기 있게 헌신하겠다"고 결단의 배경을 밝혔다. 또 민주당을 겨냥해 '운동권 특권정치'라고 직격하며 "우리도 운동권 특권정치를 대체할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동료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도 '분위기 반전을 이뤘다'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핵심 혁신안으로 꼽아온 '주류 희생' 퍼즐을 완성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장제원 의원은 12일 총선 불출마 선언을, 김기현 전 대표는 14일 당대표직 사퇴를 통해 기득권을 내려놨다. 여기에 당내 중진인 하태경 의원과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 등도 당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총선 험지출마를 약속했다.
서울 지역구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렸다"며 "총선모드 시작부터 혁신의 정점을 찍었다. 앞으로 당을 단결시킬 모습도 기대된다"고 추켜세웠다. 부산 지역구의 한 국민의힘 의원도 "한 위원장이 정치 초년생인 만큼 초반부터 이런 파격적 결단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비대위에 대해 우려했던 부분들을 말끔하게 해소하는 결단력"이라고 전했다.
"이재명, 혁신 이슈 또 뺏겨…韓처럼 결단해야"
반면 민주당은 주류층과 비주류층 간 갈등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총선 후보 공천 작업을 둘러싸고도 연일 파열음이 나오면서 비명계 인사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다. 당 총선후보자 검증위원회는 친명계 핵심 인사들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내민 비명계 인사들에 대해 연이어 부적격 결정을 내렸다. 일각에선 같은 후보 검증 사유를 두고 친명계와 비명계가 '차별 판정'을 받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일부 원외 인사들은 탈당까지 선언했다.
이 같은 상황에 당내 원로인 김부겸·정세균·이낙연 전 국무총리들도 우려를 표하며 지도부에 변화를 촉구했다. 민주당내 혁신계 4인방(조응천·이원욱·김종민·윤영찬 의원) 주축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이 대표와 지도부를 향해 '총사퇴 및 비대위 체제 전환' 등 압박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는 당 대표실 안에서의 묵언 수행을 마치고 진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여기에 경쟁 상대인 한 위원장의 '희생' 결단까지 나오며 이 대표의 부담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민주당 주류층은 한 위원장의 결단을 평가절하하며 자당에 미칠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강남이나 영남이 아니면 당선 가능성이 없고, 비례는 검사 공천에 차질을 빚을 것 같으니 고육지책으로 불출마 선언, 검사 공천용 자구책일 뿐"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미 이 대표를 향해 "한 위원장처럼 결단을 내리라"는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한 비명계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최근 이 대표의 비례 출마설까지 거론되는 만큼 이 대표가 한 치의 희생도 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보인다"며 "이렇게 또 혁신 이슈를 뺏기다 총선에서 패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직격했다. 다른 야권 관계자는 "결국 이 대표도 전방위로 압박을 받고 있는 만큼, 관련 메시지를 내거나 일부 기득권 내려놓기를 실천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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