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출신’ 박민식, 영등포을 출마 시사···한동훈의 ‘검사 VS 운동권’ 프레임 호응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27일 내년 총선에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영등포을 지역구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운동권’ 출신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전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는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전 장관은 검사 출신이다.
박 전 장관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3~4주일 전에 당으로부터 여러 차례 험지 출마 요청을 받았다”며 “말로만 헌신이다 희생이다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2주일 전부터 확실하게 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등포을 출마 의사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당에서 그런 요청이 왔던 건 사실이다”라고 답했다. 사회자가 ‘당에서 박 전 장관에게 영등포을에 출마해 김민석 민주당 의원과 맞대결하는 게 어떻겠냐며 지역구까지 (영등포을로) 콕 찍은 것이냐’라고 묻자 그는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안(민주유공자법)’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할 당시 “586 운동권 기득권을 유지하는 카르텔 특혜법이자 운동권 출신이면 유공자가 돼야 하는 ‘현대판 음서제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유공자법은 4·19 혁명과 5·18 민주화운동 외에 ‘유사한 정도의 민주화 기여도가 인정되는 민주화 운동 관련자’를 예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이날 라디오에서 “(당에서) 여러 지역 중 그것(영등포을)을 가장 무겁게 얘기한 것은 사실”이라며 “제가 국가보훈부 장관을 했고, 최근에 민주화유공자 법안 같은 게 통과되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앞서 한 위원장은 전날 취임 연설에서 “수십 년간 386, 486, 586, 686이 되도록 썼던 영수증을 또 내밀며 대대손손 국민 위에 군림하는 운동권 특권 정치를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 86그룹 인사로 분류되는 김민석 의원은 1980년대 학생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검사 출신 박 전 장관이 김 의원과의 맞대결에 응하면서 한 비대위원장이 설정한 ‘검사 대 운동권’ 프레임에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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