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노동계는 거세게 반발

김동환 2023. 12. 27. 11: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폐업 등 부작용 더 클 수 있어… 1조2000억 투입해 취약 분야 지원”
양대노총, 성명에서 일제히 반발…“노동자 생명과 건강 포기했나” “개악안 즉각 폐기해야”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관련 당정협의회’가 열리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과 정부가 27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2년 유예를 결정하고,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을 위한 1조2000억원의 재정을 내년에 투입하기로 했다.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관련 당정협의회’가 끝난 후 브리핑에서 이처럼 밝혔다. 유 정책위의장은 “내년 1월27일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면 현재보다 대상 사업장이 83만7000여곳이 증가한다”며 “소규모 사업장은 열악한 인력, 예산 여건으로 법 시행에 따른 준비 부족을 호소하며 유예와 함께 정부 지원 확대를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유 정책위의장은 “재해 감소보다 폐업 등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어서 2년간 법 적용을 유예하되 80여만곳의 기업을 충분히 지원하고 준비토록 하는 게 중대재해도 줄이고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정은 재정건전성 유지 원칙을 지키며 내년에 총 1조20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중대재해 취약분야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당정은 중대재해에 취약한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 실태를 점검하고, 안전보건관리 역량 확충과 작업환경 안전 개선을 지원하기로 했다. 관계부처와 공공기관, 관련 협회, 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추진단을 구성하고, 5~49인 사업장 83만7000곳이 자체 안전진단을 하는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한다.

중대재해 위험도 등에 따라 중점관리 사업장 8만여곳을 선정하고, 안전관리를 위한 컨설팅·인력·장비 등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인력·예산 부족으로 자체 중대재해 예방 역량을 갖추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컨설팅을 확대하고, 외국인력 대상 안전교육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교육·인건비 지원 확대 등으로 안전보건 전문 인력을 2026년까지 총 2만명 양성하는 내용 등도 대책에 담았다. 정부는 내년 1분기에 사업을 조기 집행한 뒤, 내후년까지 지원을 지속 확대할 방침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내용을 담는다. 2021년 1월 법 공포 후 지난해 1월27일부터 시행됐는데,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장이나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건설 공사에는 3년 후부터 시행키로 하면서 다음달 27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다.

50인 미만 사업장들은 법 공포 후 총 3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던 셈이지만 추가 유예를 거듭 요구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인 미만 회원업체 641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전체 기업의 89.9%가 유예 기간을 더 연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 중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조치를 마쳤다고 답한 기업은 22.6%에 불과했다.

앞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준비 부족과 만성적인 인력난 등을 고려해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한다는 개정안을 지난 9월 발의했다. 개정안은 ‘공포 후 3년’을 ‘공포 후 5년’으로 규정한다.

임 의원은 해당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과 상황이 다른 중소기업은 복잡하고 상이한 법 내용에 따른 준비 부족, 만성적인 인력난 속에 안전 및 보건관리 전문인력 확보 및 비용 문제, 기업의 대표가 대부분의 업무를 책임지고 있어 상황에 따라 폐업 가능성 등 중대재해처벌법을 준수하는 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회적 혼란은 물론 국가경쟁력 상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서 법적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었다.

양대노총은 당정의 이 같은 결정을 일제히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에서 “열악하고 위험한 중소 규모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포기한 맹탕 수준 지원책”이라며 주장했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숫자놀음에 불과한 재탕, 삼탕 대책으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중대재해법 개악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