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왜 검사 사칭한 분 절대존엄 모시나”···연일 민주당 때리기
“히치콕은 60살에 <사이코> …나이 중요치 않아”
“비정치인 위주 비대위…동료시민에 대한 선의” 사이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더불어)민주당은 검사를 그렇게 싫어하면서 왜 검사도 아니고 검사 사칭한 분을 절대존엄으로 모시는 건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취임 첫날인 전날에 이어 이틀째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여당 쇄신을 위해 취임한 비대위원장이 연일 제1야당 대표 악마화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당의 비상대책이 이 대표를 공격하는 네거티브뿐이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당내에서도 중도 확장이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로부터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검찰당이라고 한다”고 질문하자 “그동안 난 일방적으로 민주당에 질문만 받아왔다. 오늘은 하나 물어보겠다”며 이같이 답했다. 민주당의 비판에 반박하는 것을 넘어 이 대표가 변호사 시절인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에서 검사 사칭 방조죄로 처벌받았던 전과를 들어 공세를 취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날 취임사에서도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이 운동권 특권세력과 개딸전체주의와 결탁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이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
한 장관의 이같은 공격은 상대방을 공격하며 자신에 대한 비판을 피해가려는 전형적인 반사이익 정치로 평가된다. ‘나은 정치’를 하겠다는 취임 일성이 무색할 정도로 네거티브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검찰은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국민들의 중요한 도구일 뿐이다. 악마화하는 건 국민들에 피해가 가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전 그 일을 20여 년 동안 최선을 다했고 국민에게 봉사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일을 마친 후에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인혁당 고문 사건 해결, 4·3 사건 직권 재심, 스토킹 반의사불벌죄 도입(폐지), 촉법소년 연령 하향, 피해자에 대한 다양한 구제, 프락치 관련 피해에 대한 항소 포기 등 오히려 민주당은 안 했던, 민주당 지지하는 시민이 좋아할 일을 했다”고 항변했다.
한 위원장은 “생물학적 나이 기준으로 한 세대포위론이나 세대교체론이란 말은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이창호는 10대에 세계를 제패했고, 조지 포먼은 내 나이 때 헤비급 챔피언을 했다. 히치콕 감독은 60살에 <사이코>를 만들었다. 동료 시민에 봉사하겠다는 선의에는 나이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비대위 진용을 꾸릴 때 생물학적 나이보다는 어떤 능력을 가졌느냐를 먼저 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전 대표의 연대를 표현할 때 쓰곤 하는 ‘세대포위론’을 비판한 측면도 있다. 생물학적 나이는 이날 탈당 후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 전 대표가 한 위원장보다 어린 점을 감안했다는 분석도 있다.
오는 29일 출범할 비대위의 비대위원 인선에 대해선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땀 흘려 돈 벌고 가족을 보호하고 동료시민에 대한 선의를 가진 상징적인 분들을 모셔야 한다. 당연히 비정치인 위주”라며 “정치인 위주로 할 거라면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게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28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둔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에 대해선 “총선용 악법이라고 분명히 말했다. (총선 전후인) 4월9일, 4월10일, 4월11일에도 생중계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한 위원장은 민주당과 이 대표에 대한 비난 말고는 할 말이 없나”라며 “비대위의 목적이 민생과 경제를 외면한 정쟁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집권 1년 반만에 비대위를 꾸려야 하는 여당의 추락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한 위원장은 선동을 멈추고 반성부터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당내에서 한 위원장의 민주당 비판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재명을 독하게 때리면 우리 지지층은 좋아하지만 책임있는 여당으로 보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용호 의원은 전날 저녁 CBS 라디오에서 “한 위원장이 아직 여의도 정치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며 “(한 위원장의 표현을 보면) 여야 간 대치가 강 대 강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그럼 중도 외연 확장은 어떻게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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