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대입] 문·이과 똑같은 수학시험…"사교육 경감" vs "변별력 우려"
'최상위권 변별력 약화·이공계 기초학력 저하' 등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교육부가 현 중2 학생부터 적용될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심화수학'을 도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수험생들은 희망하는 대학 전공과 상관없이 똑같은 수학 시험을 치르게 됐다.
교육당국은 어려운 내용이 포함된 '심화수학'을 수능에서 제외해 사교육 유발을 억제하고, 진정한 의미의 문·이과 통합을 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최상위권 변별력이 약화하면서 오히려 전체적인 수능 난도가 올라가거나 국어·영어영역 난도가 높아지는 '풍선 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공계열 전공의 기초가 되는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의 학습량이 줄어들면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학공화국" 사교육 부담에 수능서 '이과 수학' 제외
교육부가 2028학년도 수능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힌 '심화수학'은 당초 자연계열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이 공부해 온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이다.
이에 따라 미적분Ⅱ에 포함된 수열의 극한, 미분법, 적분법과 기하에 포함된 이차곡선, 평면벡터, 공간도형과 공간좌표 등이 수능 출제범위에서 빠진다.
수험생들은 기존에 '문과 수학'이라고 불리던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만 공부하면 된다.
교육부는 심화수학이 신설될 경우 과도한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고, 학생·학부모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수능 영어영역이 절대평가로 바뀐데다 '이과 쏠림' 현상마저 심해지면서 수학에 대한 수험생의 부담이 어느 때보다 커졌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시민단체들은 수학이 지나치게 어려워 '수포자'(수학 공부를 포기한 학생)를 양산하거나 과열된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지적해왔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20년까지 수능 수학시험 범위가 과다해 선행 사교육이 성행했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과목인 기하를 가르치는 학원도 있었다"며 "심화수학 도입은 이러한 악몽을 되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대학이 학교생활기록부를 통해 학생의 수학적 역량과 심화학습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수능에서 심화수학을 제외하는 것이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미적분 못 배우면 이공계 경쟁력 약화"…'풍선효과'로 다른 과목 어려워질 수도
하지만 이공계열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미적분과 벡터 등을 학생들이 배우지 않는다면 기초학력이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학 이공계열 신입생들은 통상 미적분과 벡터를 충분히 알고 있다는 전제로 물리학 등 여러 기초과목을 배우는데, 이러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경우 대학 입학 직전이나 대학에 들어가서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대한수학회는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은 이공계열 대학 교육을 받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 수학"이라며 "대학 신입생의 상당수가 '고등학교 4학년'인 것처럼 고교 교육과정을 배우는 데 시간을 소모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2005∼2011학년도 수능의 경우 문과 수학에서 미적분이 제외했는데, 당시 대학 상경계열 학생들의 학력 저하 때문에 전공 수업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고교 때 미적분을 배우지 않고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박모(35) 씨는 "경제수학 수업을 위해 개념원리 수학문제집을 사서 풀고, 고등학교 때 미적분을 배운 선배에게서 과외를 받다시피 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 수업에 꼭 필요한 내용은 미리 배우고 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대학에서 벼락치기 공부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심화수학이 없어지면서 최상위권 변별에 어려움을 겪고, 이로 인해 다른 부담이 생겨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변별력 확보를 위해 공통수학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에 버금가는 문제가 나올 수 있고, 수학이 아닌 국어, 과학 등 다른 과목의 난도가 어려워지는 '풍선 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대학별로 고교 때 심화수학 이수 여부나 그 성적 등을 평가 기준으로 활용한다면 정시와 내신을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이중고'를 겪을 수도 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대학에서는 최상위권 변별은 할 수밖에 없다"며 "정시모집도 내신을 반영한다거나, 구술 면접이나 논술을 보는 등 다른 방법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sf@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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