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침공' 사라지지만…'문송합니다' 더 심해지나[2028대입]

수능 선택과목 전면 폐지…문·이과 구분, 과목 간 유불리 사라져
원하는 계열 지원…이공계 쏠림에 인문계열 생존 위태해질 수도

(서울=뉴스1) 서한샘 남해인 기자 = 현 중학교 2학년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모든 수험생이 같은 과목을 응시하게 되면서 이른바 '문과침공' 현상은 사그라질 전망이다.

하지만 동시에 모든 수험생이 계열 구분 없이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이공계열 쏠림' 현상이 한층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는 27일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안'을 확정하면서 국어, 수학, 사회·과학·직업탐구 영역의 선택과목을 폐지하고 동일한 기준·내용으로 평가하는 '통합·융합형 수능'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현행 수능도 계열 구분 없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표방했던 것은 맞는다. 다만 국어는 언어와매체·화법과작문, 수학은 확률과통계·미적분·기하, 사회·과학탐구는 17과목 중 선택하게 돼 있어 사실상 수학 확률과통계·사회탐구를 응시하는 수험생은 문과생으로, 수학 미적분·기하·과학탐구를 응시하는 수험생은 이과생으로 분류됐다.

'문과침공'은 이런 선택과목 지형에서 발생했다. 통합수능 체제에서는 선택과목 난이도 차이로 인한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점수를 조정한다. 이 과정에서 공통과목 성적이 우수한 집단은 선택과목에서도 더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그에 따라 통상 국어는 언어와매체, 수학은 미적분 집단이 본인의 원점수 대비 더 높은 표준점수를 받게 된다. 둘 다 이과생이 주로 택하는 과목이다.

이에 표준점수상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한 이과생들이 인문계열 학과에 교차지원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통합수능이 도입된 2022학년도 수능부터 꾸준히 문제로 지적됐다.

하지만 심화수학을 포함한 모든 선택과목이 전면 폐지된 2028학년도 수능부터 선택과목 간 유불리 문제는 더 이상 불거지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가장 컸던 수학 영역에서 모든 수험생이 현행 '문과 수학' 범위인 대수(현행 수학Ⅰ)·미적분Ⅰ(현행 수학Ⅱ) 확률과통계만 풀면 돼 '문과 불리'는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능 선택과목 폐지에 따라 대학 지원 시 '필수 응시과목'도 사라지면서 이공계 쏠림 현상이 지금보다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뀐 수능 체제 아래 수험생들은 대학이 고교 내신 이수과목에 제한을 두지 않는 한 원하는 계열에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공계 선호현상이 날로 커지는 상황에서 인문계열보다는 이공계열로 몰릴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지난 5월 종로학원이 초·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1395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과 진학을 원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88.2%를 차지했다. 문과로의 진학을 원한다는 학부모는 11.8%에 그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점수에 맞춰 높은 점수를 받으면 자연계열 학과로, 낮은 점수를 가면 인문계열 학과로 가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대학 입장에서는 인문·자연계열 균형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전반적인 대학 서열이 더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교육당국에서 무전공제도 등을 확대하겠다고 하니 계열 간 전과도 쉬워지면서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을 줄 세워놓고 갈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문·이과 개념은 이제 없어지겠지만 대학 서열이 더 고착화할 것 같다"고 말했다.

sae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