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용 데이터에도 보상… 저작권 새 질서 세운다
텍스트·이미지 등 침해 방지
AI산출물 보호 등 쟁점 논의도
정부가 AI(인공지능) 시대 저작권 질서 마련에 나선다. AI 사업자가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 확보를 위해 적법하게 이용할 권리를 얻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내놨다.
유인촌(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7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저작권 정책 비전과 추진과제를 담은 '저작권 강국 실현, 4대 전략'을 발표했다. 또 그 일환으로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저작권 수출 규모를 연평균 10%씩 높여 2027년 250억 달러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국제지식재산지수 저작권 분야는 지난해 기준 7위에서 2027년까지 5위로 끌어올린다. 불법복제물 이용률은 지난해 기준 19.5%에서 오는 2027년 17%까지 연평균 0.5%씩 낮춘다는 계획이다.
AI 저작권 안내서에는 AI 사업자와 저작권자, 이용자 등을 대상으로 한 주요 가이드라인이 담겼다. 구체적으로 AI 사업자는 적절한 보상 등의 방법으로 적법한 이용권한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AI 사업자는 서비스 제공 시 기존 저작물과 동일·유사한 인공지능 산출물이 도출되지 않도록 저작권 침해방지 노력을 해야 한다.
원하는 AI 산출물을 만들기 위해 입력하는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등의 데이터가 타인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침해를 유도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저작권자의 경우 저작물이 AI학습에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경우 반대 의사를 약관규정 등 방식으로 명시하거나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할 것을 권했다. 생성형AI 산출물의 저작권 등록에 대해선 인간의 창작적 개입 없이는 불가한 것으로 분류했다. 저작권 등록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창작물에 대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으로, 다만 생성형AI 산출물에도 인간의 창의적 작업 부분의 경우 예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날 KOSA(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하 초거대AI추진협의회는 AI사업자 유의사항 중 '학습데이터에 대해 적법한 권한을 확보할 것을 권고한다'는 문구 삭제를 제언했다. 이번 권고 내용이 LLM(거대언어모델) 학습 시 필요로 하는 방대한 데이터에 대해 이용목적, 기간, 대가 등을 건건이 협의·계약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고, 이 경우 신속한 기술 개발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문체부는 'AI 워킹그룹 2라운드'를 운영해 AI학습 저작물 이용 시 보상체계, AI산출물 보호 여부 등의 쟁점을 심도 있게 논의하고, AI로 제작한 콘텐츠의 유사도 비교·원본 추적 등 저작권 보호 기술개발도 지속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문체부는 이날 투명한 저작권 산업기반을 구축하고자 저작권료 승인제도와 시스템도 개선한다고 밝혔다. 저작권료를 정확하게 분배하기 위해 음악플랫폼 등 신탁저작물 이용자의 사용 정보 제출을 의무화를 강화하고 방송 영상물의 음악사용목록(큐시트) 자동 산출 체계 도입과 통합 음원 DB(데이터베이스) 등을 통해 신뢰도 높은 저작물 이용정보를 제공한다.
K-팝의 해외 진출에 따라 저작권료의 해외징수를 높여 나갈 기반을 마련해 음악창작자의 권익을 강화한다. 한류 주요국의 음원 유통구조, 각국의 신탁단체 현황 등 해외 시장을 조사해 국내 음원 플랫폼에 현지 정보를 제공하고 보다 정확한 음악사용료 징수를 위한 국내외 신탁단체 간 협력체계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음악방송에 안무가 이름 노출…"저작권 사각지대 해소"
안무가 성명 표시 등 저작권 사각지대의 기초예술 분야를 촘촘히 지원할 계획이다. 음악방송에서 작곡·작사가와 함께 안무가 이름을 노출하는 등 성명표시권을 보호하고 저작권 등록·교육·법률상담 등을 다각적으로 지원한다. 저작물 인식이 부족하고 계약 단계에서 불공정 관행이 계속되는 건축저작물의 보호도 강화한다. 건축가협회 등과 협업해 공모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교육과 캠페인 등으로 저작권 인식을 높이며 저작권 전부 양도 강요 등 현장에서의 불공정 관행을 개선한다.
상대적으로 제도 접근성이 낮은 장애예술인과 예비창작자 등의 권리 보호도 강화한다. 장애인의 저작권 학습지원시스템 전용 콘텐츠를 매년 5종씩 개발·제공하고 공공분야 창작공모전을 전수 조사해 참가자들에게 불리한 불공정 공모 요강의 시정을 권고하는 등 현장개선에 나선다. 또한 '라이브콘텐츠'로 현장성이 핵심인 뮤지컬, 연극 등의 무대공연을 몰래 촬영하는 소위 '밀캠'(무단녹화) 영상물의 불법 거래를 다음달 31일까지 집중 단속해 보호를 강화한다.
영상 분야 창작자, 제작사, 플랫폼 간 대화의 장을 마련해 상생방안 논의를 지원하고 저작권 등록 수수료 면제 대상을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으로 추가·확대한다. 웹툰 등 순차적 저작물의 수수료 할인 등 등록제도를 개선해 예술인의 활발한 창작활동과 적극적 권리행사의 토대를 마련한다.
◇국제 불법유통 적극 대응해 '저작권 강국' 위상 다진다
국제 불법유통도 적극 대응해 저작권 강국의 위상을 다진다. 인터폴 등과의 국제공조는 물론 각국의 저작권 보호 규범을 강화하는 전략적 국제 협력을 토대로 국제화·지능화·다양화하는 최신 해외 불법유통 흐름에 체계적으로 대응한다.
수사 정보와 기법 공유, 공조수사로 개별 불법사이트를 단속·폐쇄하는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의 업무협정 국제공조 모델을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산하고 저작권 해외사무소의 대응 국가를 올해 6개국에서 내년 9개국으로 확대해 현지 진출 기업 지원을 강화한다. 콘텐츠 해외 불법유통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통한 접근(침해 발생 사후 대응)과 더불어 각국의 보호규범 자체를 높여나가는 전방위적 접근(침해의 사전·사후 예방)을 병행하는 대책을 전략적으로 추진한다.
앞서 정부는 2008년 특사경제도와 2009년 이른바 삼진아웃제(온라인상의 불법복제물 삭제와 반복적 게시자의 계정 정지 제도 등)를 도입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후속 입법을 완료한 바 있다. 문체부는 민간과 협력해 저작권 보호를 통합 지원하는 '한국형 저작권 보호 모델'을 세계에 확산하면 K-콘텐츠의 세계적 성장을 본격 지원하는 효과적 전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형 저작권 보호 모델' 확산은 FTA나 정부 간 협력을 통해 구체화한다.
유인촌 장관은 "저작권은 우리 콘텐츠 산업의 원동력으로서 지속 성장을 위한 필수 요소이자 국가 경제를 이끄는 핵심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창작자, 업계 등 현장과 적극 소통하고 시대와 환경에 맞게 '저작권법'과 제도를 개선해 '저작권 강국'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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