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이기는 하지만 사필귀정으로 끝나 [이종세의 스포츠 코너]

2023. 12. 27.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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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오창석 마라톤 감독 체육유공자로 지정
문체부, 2년전 부결 사안 법원 결정에 승복
조선일보 등 국내 19개 매체 일제히 보도해
MK스포츠, 오락가락 행정에 꾸준히 문제 제기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은 있으나 결국은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끝났다. 2년여 전 황희 장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헛발질한 사안이 최근 법원에 의해 바로 잡혔고 유인촌 장관의 문체부가 두 팔을 들고 법원의 결정에 승복한 것이다.

문체부는 지난 21일 2023년 제1회 대한민국 체육유공자 지정 심사위원회(이하 심사위)를 열고 케냐 출신 귀화 마라토너 오주한(35)을 지도하다 사망한 故 오창석(1962년생) 전 마라톤 국가대표 감독을 대한민국 체육유공자로 지정했다고 26일 공식 발표, 조선일보, SBS, 뉴시스 등 19개 언론매체가 일제히 보도했다.

2021년 4월 케냐 체류 비자 연장을 위해 일시 귀국하기 전 케냐 현지에서 오주한과 함께 한 故 오창석 전 감독(왼쪽). 두 사람 모두 왼쪽 가슴에 태극기가 선명한 유니폼을 입고 있다. 사진=생전 본인 제공
이는 오 전 감독의 유족이 문체부를 상대로 낸 체육유공자 지정 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데 따른 것이다. MK스포츠는 지난 2021년 5월 5일, 오 전 감독이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의심되는 증세로 사망한 뒤 문체부가 오 전 감독에게 △체육훈장 맹호장 추서→△체육유공자 자격 심의 부결→△유족과의 소송에서 패소 등 일관성 없는 ‘오락가락 행정’을 펼친 것에 대한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오 전 감독, 아프리카 풍토병 증세로 사망
마라톤 선수 출신인 오 전 감독은 1997년 육군 대위로 상무 마라톤팀 김이용, 제인모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지도했고, 이후 미국 큐레이 마라톤팀 감독을 맡으면서 케냐 선수들과 인연을 맺어 2007년 19세의 오주한을 발굴했다.

2시간 5분 13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보유한 오주한은 2011년 이후 경주와 서울 국제마라톤에서 모두 7번 우승했으며 2018년 우여곡절 끝에 귀화에 성공, 2020년 도쿄올림픽 남자마라톤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유망주로 꼽혀왔다.

오 전 감독은 오주한이 2019년 10월 경주마라톤에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자 2020년 1월부터 1년 3개월간 마라톤 국가대표팀 감독 자격으로 케냐에서 오주한을 지도하다 2021년 4월 11일 일시 귀국했으나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의심되는 증세로 삼성 서울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

행정법원 “문체부 처분 위법” 판결 결정적
이에 따라 문체부는 2021년 10월 15일 오 전 감독에게 체육유공자가 받는 체육훈장 맹호장을 수여했으나 사흘 뒤 열린 2021년 대한민국 체육유공자 선정 보상심의위원회에서는 11명의 위원이 참여, 오 전 감독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려 앞뒤가 맞지 않은 모순행정이란 지적을 받았다.
2021년 10월 15일 故 오창석 감독 영전에 바쳐진 체육훈장 맹호장 훈장증. 사진=정지예 씨 제공
이 같은 문체부의 오락가락 행정에 유족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년여의 소송 끝에 지난 11월 22일 서울행정법원은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오 전 감독이 케냐 고지대에 머물면서 지리적·기후적 요인으로 인해 풍토병이 발병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오 전 감독은 지병이었던 백혈병의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고, 이는 케냐에서 근무하느라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2020년 7월 개최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1년 7월로 미뤄지면서 오 전 감독의 귀국 시기도 1년 가까이 늦어져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것도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올림픽을 위해 선수를 지도하다 사망한 것이기 때문에 체육유공자 지정을 거부한 문체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유인촌 장관 “오 전 감독 높은 뜻 기리겠다” 약속
법원의 판단에 따라 문체부는 지난 21일 재심의를 거쳐 오 전 감독을 체육유공자로 인정했다. 문체부는 “고인이 26년 동안 국군체육부대 마라톤 감독, 구미시청 감독, 국가대표 마라톤 코치 등을 역임하며 대한민국의 마라톤 발전을 위해 선수들을 지도했다”며 “케냐 출신 오주한을 발굴하고 한국으로 귀화시켜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릴 수 있도록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심사위는 국가대표 감독으로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케냐의 고지대로 전지훈련을 떠나고 코로나19 확산, 현지의 열악한 의료환경 등으로 진료를 받지 못한 상황, 법원이 도쿄올림픽을 위한 지도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한 점 등을 고려해 오 전 감독을 체육유공자로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케냐 캅타갓 훈련캠프에서 2020년 6월 식사하는 모습. 오른쪽부터 故 오창석 전 감독, 민진홍 선수, 오주한 선수, 조원민 당시 육상연맹 부회장. 사진=생전 본인 제공
대한민국체육유공자는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보상을 받는다. 연금·수당과 사망위로금이 지급되며 의료·교육·취업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문체부는 오 전 감독의 유족에게 월 120만~140만 원의 연금과 교육비, 취업장려금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고 오창석 감독은 일생을 우리나라 마라톤 발전에 이바지했고, 특히 올림픽 메달을 획득해 우리나라 마라톤 위상을 한층 높이고자 노력하다 안타깝게 사망했다”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오창석 감독의 높은 뜻을 기리고 남은 유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규정에 따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가를 대표해 일선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지도자와 선수들이 안심하고 운동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체육유공자 지원, 의료비 지원 등 체육인복지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오 전 감독의 부인인 정지예(57·충남 청양군 정산면 애티길) 씨와 동생인 오임석(51) 청양군청 육상트레이너는 “오 전 감독님의 체육유공자 지정은 연금 등 재정적 지원을 받는 것보다 고인의 명예가 회복된 것 같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故 오창석 전 감독(왼쪽 두 번째)이 생전 오주한(왼쪽 세 번째), 케냐 마라톤 코치 무타이(오른쪽)와 함께 용인대 이한경(왼쪽) 교수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모습. 사진=이한경 교수 제공
이종세(대한언론인회 총괄부회장·전 동아일보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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