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인수에 초대형 물류단지까지…하림 ‘승자의 저주’ 커지는 우려

2023. 12. 2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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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인수…양재 물류단지 조건부 승인
자금 조달부터 운영까지 과제 ‘산 넘어 산’
해운·건설 모두 경기에 민감…‘독’ 될수도
전북 익산 하림지주 본사. [하림 제공]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13조2000억원’. 하림그룹이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사업 2건의 총 투자금이다.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를 인수한 데 이어 그룹의 숙원사업이었던 양재동 물류단지 사업까지 하림의 행보에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자금 조달부터 해운업 경쟁력 강화 등 산적한 과제는 산 넘어 산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하림이 추진하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해당 사업은 지상·지하 총 66층 규모로 물류센터를 비롯해 오피스와 숙박시설, 아파트 등을 짓는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다. 최근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데 이어 양재 물류단지 사업까지, 하림은 동시에 부담이 큰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업계의 관심사는 역시 ‘돈’이다. 두 개의 대규모 레이스에서 성공적으로 완주하기 위해서는 13조2000억원이라는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인수 이후와 개발 과정에서 완전한 매듭을 짓지 못하는 ‘승자의 저주’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하림·JKL컨소시엄은 HMM 지분 3억9879만주(57.9%)에 대한 비용으로 6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양재 물류단지 사업의 예상 투자금액은 이보다 높은 6조8000억원 규모다. 반면 하림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하림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HMM 인수의 경우 JKL파트너스가 5000억원을 조달하고, 은행으로부터 2조원 규모의 인수 금융을 받을 예정이다. 여기에 3조원 수준의 팬오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양재 물류단지도 금융기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6500억원과 3조8000억원의 분양 수익 등으로 투자금을 마련하는 내용의 조달 계획을 세웠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앞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자금조달을 비롯해 기업결합 등 필요한 작업은 이미 예비입찰 이전부터 두 번, 세 번 두드려보고 검토했다”며 “모든 준비는 끝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의 우려를 해소하는 것이 하림의 최우선 과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하림의 자산은 17조원으로 재계 27위, HMM의 자산은 25조8000억원으로 19위다. 하림이 HMM을 인수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무리한 투자가 발목을 잡아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 하림의 HMM 인수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배경이다. 하림이 HMM의 해운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보다 HMM의 현금성 자산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김홍국 하림 회장. [연합]

이와 관련해 하림그룹은 입장문을 통해 “HMM의 유보금은 현재의 불황에 대비하고 미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최우선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선대 규모나 경쟁력에서 HMM을 훨씬 앞서는 글로벌 1·2위의 해운사들은 훨씬 큰 규모의 현금을 보유하고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불황이 예견되는 상황에서는 기본적으로 배당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하림을 향한 우려의 시선은 처음이 아니다. 과거 팬오션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승자의 저주’가 화두로 떠올랐다. 김홍국 회장은 “팬오션 인수 때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있었다”면서 “그런데 1년 지나서 실적으로 보여주니까 ‘신의 한 수’를 뒀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M&A 과정에서 실수한 적이 없다”면서 “이번 M&A도 시너지로 인한 기대감이 더 크다”고 일축했다.

한편 HMM 인수보다 상대적으로 규모다 큰 양재 물류단지 착공 시점은 2025년으로 예상된다. 2029년 말 준공되면 2030년부터 물류단지를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계획에 따르면 양재 물류단지는 용적률 800%, 건폐율 60%를 적용받는다. 오피스와 숙박 시설은 각각 1개 동, 아파트는 총 4개 동으로 총 998가구가 공급된다. 오피스텔은 972실로 계획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금을 계획대로 조달하더라도 해운과 건설 모두 경기에 민감한 업종인 만큼 위기 상황에서는 정상적인 운영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며 “하림의 결단이 ‘신의 한 수’가 될지 ‘승자의 저주’가 될지는 앞으로의 경기 상황이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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