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도천지장법으로 본 미래 모빌리티의 최종 승자는?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3. 12. 2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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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전략컨설팅 회사 BCG(보스턴컨설팅그룹)는 2030년 미국의 모빌리티에 대해 이렇게 예측했다. “미국에 있는 차의 총 주행거리 중 25%를 자율주행차가 담당할 것이며, 차량공유, 자율주행차 그리고 전기차의 보급 확대로 전체 모빌리티 비용이 60%가 감소할 것이다.” 어느 도시의 자가용을 모두 공유차량으로 대치하면 주차공간을 90% 이상 줄이고 이산화탄소도 획기적으로 감축할 수 있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기관의 보고서가 이런 예측을 뒷받침한다. 전기차를 기반으로 하여 AI 가 운전하는 자율주행차가 많이 보급되고, 플랫폼 기반 MaaS(Mobility as a Service)가 활성화되면 그렇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각국 정부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를 육성, 지원하고 있다. 모빌리티에 새로운 혁명적 변화의 조짐이 보이자 거기에 구글, 애플 등 Big Tech 기업 그리고 IT, 전자기업이 뛰어들어 모빌리티 춘추전국시대가 된 것이다.

모빌리티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에서 패권다툼 결과, 누가 2030년 이후 패자(覇者)가 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은 당연 흥미로운 화제거리이다. 500여 년간 지속된 춘추전국시대를 끝내고 천하의 패권을 쥔 진(秦)나라 같은 강자는 아직 ‘모빌리티 춘추전국’’에서는 부상되지 않고 있다. 샛별같이 나타난 테슬라가 시가총액에서 기존의 강자 GM 이나 도요타를 추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장래의 패자’가 될 합리적 이유라고 말할 수는 없다. SF문학의 세계적 거장인 영국의 아서 클라크(Arthur Clarke)는 “합리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래는 비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가”라 말하며 미래 예측의 어려움과 반전의 상존에 대해 시니컬하게 표현했다.

춘추전국시대에는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힘을 키우고, 때론 경쟁자와 손잡기도 하는 합종연횡(合從連橫) 등 여러가지 전략 및 전술이 난무했다. 기존 자동차업계, 신규 참여자, Big Tech, IT기업, 베터리 업체 등에서 기업간 상호제휴와 경쟁이 있고, 또 친환경 정책이라는 명분 아래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미, 중, 영, 일, 독 등 국가간 경쟁과 알력이 있으니 춘추전국시대임은 틀림없다.

춘추시대에 비해 약자가 많이 걸러진 전국시대에 들어서면 전쟁은 피할 수 없었다. 무릇 전쟁은 이순신 장군과 같이 철저히 준비해서 이길 수 있을 때에만 해야 한다. 누가 전쟁에서 이길 것인지 예측한다는 것은 아서 클락의 말처럼 합리적 판단만으로 얻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손자병법 ‘제 1편 시계편(始計篇)’에 나오는 대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다섯가지 요소’를 철저히 준비하여 갖추고 있어야 어느 정도 승리를 예측할 수 있다. 손자는 그 ‘오대(五大) 요소’를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이라 했으니, 모빌리티 전국시대에서 승자가 되기 위한 ‘도천지장법’에 대해 풀어 본다.

첫번쨰가 도(道)이다. 손자가 말한 도는 전쟁의 대의명분이다. 누구나 공감하고 인정하는 대의명분이 있어야 전쟁은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패권전쟁을 준비하는 현대의 모빌리티 기업에게 도는 비젼과 미션이다. 미래의 패권을 노리는 구글의 대의명분인 미션(Mission; 使命)은 웅대하다. “전세계 정보를 모두 체계화하여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이미 전세계의 책과 지도를 모두 데이터화 했고 그를 기반으로 하여 자율주행차를 개발 중이다. 테슬라의 비젼과 미션은 가히 우주적이고 광대하다. “지구 멸망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친환경 에너지의 실용화”가 그들 전기차의 대의명분이고, “지구 종말 시 인류를 화성으로 실어 나르기 위한 우주선 개발”이 Space X의 미션이다. 이들과 대조하면 소박해 보일지 모르지만, 기존 완성차 메이커들 즉, 도요타, GM, Ford, 다임러 그리고 현대기아는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자(Mobility Service Provider)’로 변신하겠다고 현실적인 비젼과 미션을 공표했다.

둘째, 천(天)이다. 이는 천시(天時)를 말하며,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면 타이밍(Timing)과 외부환경의 변화를 의미한다. 삼국지의 제갈공명은 남동풍이 온다는 천시를 알고 이용하여 화공(火攻)으로 조조의 백만대군을 물리쳤다. 모빌리티 전국시대에 ‘2050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이슈에 부응하여 전기차 등 친환경 차의 개발은 피할 수 없는 천시이고 외부환경이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전지차, 좀더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배터리 그리고 자율주행차 등이 모빌리티의 주어진 환경이다. 이에 어떻게 대처하여 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대책과 준비가 바로 천(天)이다. 아울러 MZ 등 미래 세대들의 트렌드를 미리 파악하고 그에 대비하는 것은 ‘다가올 남동풍’을 미리 아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예를 들자면, 미래 모빌리티 이용자들은 이동 중에 무언가 집중하여 새로운 즐거움을 누리고 싶어할 것이다. 그에 대비하는 것이 ‘인포테인먼트(Infortainment)의 개발’이다.

셋째가 지(地)이다. 손자병법에서는 자신의 상황을 파악하고, 지형 지물의 지리(地利)를 선택하고 활용할 줄 아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에서는 자신의 처지(處地) 즉, 자신의 역량과 강약점을 아는 것이며, 또 지형 지물은 바로 ‘시장’이니, 그것을 꿰뚫어 보고 이용하는 것이다. 도요타의 JIT, 테슬라의 기가 팩토리, 현대기아의 JIS(서열 생산방식) 등과 같은 자신만의 강점을 이용하는 것이 지이다. 시장 대응도 지(地)의 문제이니 예를 들자면 판매망이다. 미래차의 판매에서 빅 테크 기업처럼 플랫폼을 중시하여 지향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딜러 네트워크를 중점 활용할 것인지의 이슈이다. 미래 모빌리티 전쟁터는 플랫폼일이다. 따라서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인 MaaS가 지향점인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는 빅 테크와 플랫폼에서 조우하여 그들과 한바탕 치열한 전투를 치룰 것이다. 따라서 플랫폼도 지(地)이다.

네번째가 장(將)인데, 손자는 이를 장군의 리더십으로 보아, 지혜(智), 신의(信), 인덕(仁), 용기(勇), 엄정(嚴)의 다섯 가지를 승리를 이끄는 장수의 덕목이라 했다. 현대 기업에서 CEO를 위시하여 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각 부문을 책임지는 간부들의 리더쉽과 역량을 의미한다. 특히 어떤 제품을 어떤 시점에 어디에서 얼마에 판매할 것인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은 미래 자동차의 전쟁에서 승패를 좌우할 장(將)의 덕목이다. 따라서 훌륭한 장군인 CEO는 제품 개발에서부터 A/S까지 최적의 판단을 해야 한다. 경영에서 합리적인 판단에만 기인하여 여러 옵션 중에서 하나만을 선택하여 준비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느 CEO가 친환경차의 시대를 예견하였으나 그중 수소연료전지차가 가장 친환경이라는 점에만 집착하여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를 외면하고 거기에만 올인한다면 위험하다. 경영에서 합리적 예측은 항상 필요하지만 아서 클라크의 말처럼 비합리적으로 흘러가는 상황도 Plan B로 대비해 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法)인데, 이는 조직 편제, 지휘 계통 그리고 신상필벌 등 군령(軍法)을 의미한다. 최근 경영환경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속성장’을 담보하는 Management와 기업문화이다. ESG 경영, 지속가능경영, 윤리 및 투명 경영 등이 그 현대적 표현이며, 그것을 실행하는 기업이 지속적인 승자가 될 것이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확산은 기술진보와 같은 속도로 올라갈 것이다. 충전 방식 및 시간, 주행거리 그리고 AI의 통제 등에서 진화해야 할 기술적 여지가 많이 남아있고, 전국시대의 합종연횡처럼 수직통합, 수평분업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아직은 승자를 예측할 수 없다. 손자병법은 도.천.지.장.법 중 도를 최고의 승리 요소로 꼽는다. 따라서 모빌리티 전쟁의 최종 승자는 가장 현실적이고 누구나 공감하는 비젼과 미션을 우선 제시하고, 나머지 천,지,장,법을 균형 있게 두루 실행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소프트랜더스㈜ 고문/ 전 현대자동차 중남미권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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