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인 미만' 산재 예방에 1.5조 투입…"안전관리체계 구축 총력"
재유예되는 2년 동안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총력'
8만여개 사업장 선정해 컨설팅·인력 등 패키지 지원
산단 등 영세기업은 공동안전관리자 선임할 수 있도록
[서울·세종=뉴시스] 고홍주 용윤신 기자 = 중대재해처벌법의 50인 미만 기업 전면 확대의 2년 재유예를 추진하는 정부가 내년 한 해 동안 1조5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민의힘과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개최하고 내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합동으로 마련해 발표했다.
중대재해법은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다만 전면 도입에 앞서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 대해서는 2년 간 시행을 유예해 2024년 1월 27일부터 법이 적용될 예정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등 업계에서는 법 적용을 앞두고 준비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유예기간 연장을 촉구해왔다.
이에 정부는 2년 재유예를 추진하되, 시행 전 2년 동안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총력을 쏟기로 했다.
이번 대책에는 범부처 지원사업과 민간 자율 추진사업 등을 망라해 그동안 노사 양측에서 요구하고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4대 분야·10대 과제를 담았다. 내년 중 1조2000억원의 직접 재정투입과 제도개편에 따른 안전관리비용 등 간접 투입효과를 합쳐 총 1조5000억원 규모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현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빠르게 체감할 수 있도록 내년 1분기부터 곧바로 사업을 조기집행한다.
2025년에는 내년도 제도 시행 후 성과평가를 거쳐 지원을 지속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4대 과제는 ▲산업안전 대진단 및 종합지원체계 구축 ▲안전보건관리역량 확충 ▲작업환경 안전개선 지원 ▲민간주도 산업안전 생태계 조성이다.
우선 관계부처·공공기관 및 협·단체 등이 참여하는 민간합동 추진단이 구성된다. 전체 50인 미만(5~49인) 사업장 83만7000여개를 대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자체 진단하는 '산업안전 대진단'을 실시한다.
이 같은 대대적인 진단이 강제성을 띄지는 않지만, 어차피 법 시행 이전에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에 점검에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장별 특성을 고려해 중대재해 위험도 등을 분석하고, 전체 사업장 지원을 목표로 하되 일단 8만개 내외의 중점관리 사업장을 선정해 컨설팅·인력·장비 등을 패키지로 지원할 계획이다.
두 번째로는 사업장의 신속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해 컨설팅 및 교육·기술지도의 서비스 품질 제고 및 지원을 31만6000여개로 확대하고, 최근 대폭 확대된 외국인력 대상 안전교육 프로그램도 신설·강화한다.
특히 안전보건관리 전문인력 선임에 어려움을 겪는 소규모 기업들을 위해 전문가를 공동으로 선임하는 '공동안전관리전문가 지원사업'을 신설한다. 또 전문인력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교육과정 운영, 산업안전 전공학과 추가 신설, 안전관리자 자격인정 요건 완화 등을 통해 2026년까지 2만명까지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세 번째로 보다 체계적인 안전관리를 위해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 지원 등도 확대된다. '스마트공장+스마트안전' 등 부처협업형 산업재해 예방모델 발굴도 추진한다.
마지막으로 정부가 주도하기보다 민간이 주도하는 산업안전 생태계 조성을 위해 민간 협회와 단체 등 중소기업계 차원에서 자구책을 마련하도록 하고,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한 산업단지에 대한 통합안전관리 체계 구축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원·하청간의 격차를 맞추기 위해 원청 대기업이 하청 협력사에 대한 '안전보건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이에 대한 인센티브도 적극 부여한다. 현재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이 시행 중인데 정부는 원청 대기업이 상생협력 사업 추진에 쓰는 비용의 50%를 부담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밖에도 그동안 분절적, 산발적으로 추진돼 온 지원사업들을 종합적으로 재개편해 운영할 예정이다. 특히 노사 및 전문가그룹 등에서 안전사각지대로 지목해온 외국인력과 노후 산업단지, 하청업체 등에 대해 예방역량을 집중 육성한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대책 마련이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3대 요구 조건'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강기룡 기획재정부 경제구조개혁국장은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해 11월부터 고용부를 중심으로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을 통해 컨설팅과 기술지도를 해왔지만 여전히 기대에 못미친다는 진단 하에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며 "10월부터 2달 간 기재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교통부 등 부처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 민주당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급히 마련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결과적으로는 민주당이 제시한 조건을 최대한 충족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또 2년 재유예 없이 법을 곧바로 시행하면서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동시에 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었다.
최태호 고용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은 "체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재해가 발생되면 곧바로 처벌이 된다"며 "정부는 전반적으로 안전과 관련된 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 현장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박종찬 중기부 중소기업정책관도 "이대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폐업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종업원들도 같이 피해를 보게 된다"며 "중대재해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현장에서는 당장 중요하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delante@newsis.com, yony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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