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한국의 허리'가 늙어간다…40대 취업자 20년 만에 최소

권애리 기자 2023. 12. 27.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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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요일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청년층 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다는 거는 몇 번 전해드린 적 있었죠. 그런데 우리 사회의 중추라고 할 수 있는 40대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고요. 

<기자>

지난달 기준으로 한국의 40대는 790만 9천 명입니다.

1년 전보다 13만 9천 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9년 8월 이후로 최대폭의 감소입니다.

40대는 올해 11월까지 전체적으로는 12만 명이 줄어서요.

17만 8천 명이 줄어든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층 다음으로 가장 인구가 많이 줄어든 연령대였습니다.

우리가 청년, 어린이에 줄곧 초점을 맞춰서 인구 문제를 바라보고 있지만 당장 노동력의 핵심인 40대에도 인구 감소의 징후가 뚜렷한 겁니다.

1968년부터 1974년생까지를 2차 베이비붐 세대라고 부릅니다.

이른바 58년 개띠를 위시해서 한참 얘기가 많이 나왔던 1차 베이비붐 세대 다음으로 아이들이 많이 태어났던 세대, 이 연령대에 속하는 사람들이 내년이면 모두 50대로 접어듭니다.

그러면서 40대의 감소가 최근에 두드러진 겁니다. 

<앵커>

40대가 이렇게 줄었다는 거는 일하는 40대도 그만큼 줄었다는 거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40대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지금 625만 4천 명입니다.

취업자가요. 2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입니다.

1년 전에 비해서 6만 2천 명이 줄었습니다.

여성들의 경제 활동이 꾸준하게 늘어왔기 때문에 사실 인구가 좀 줄어들어도 그 빈자리가 어느 정도 메꿔지게 됩니다.

40대의 고용률, 전체 40대 인구 대비해서 일하는 사람의 비율은 최근에도 32개월째 계속해서 늘어왔습니다.

있는 사람들은 일을 한다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대 취업자가 20년 만에 가장 적다는 건 앞으로에 대한 우려를 낳을 만한 수준입니다.

2010년 중반까지만 해도 일하는 40대, 700만 명 가까이 있었는데 단시간 동안 600만 명 초반대까지로 축소된 겁니다.

40대는 전체 일자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연령대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허리가 40대였죠.

일하는 사람의 수로 봐도 그렇고 노동 숙련도나 체력 같은 측면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40대가 한국을 받친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일단 일하는 사람 수에서 50대에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노동시장에서 50대의 비중이 24%로 가장 크고요. 40대는 23.8%입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래 처음 역전된 겁니다.

한국의 허리가 한층 더 나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인구 문제는 들여다볼수록 걱정이 참 많이 됩니다. 우리나라 노동력이 이렇게 나이가 들고 있는 게 여러 현장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요? 

<기자>

고령화가 문제의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요새는 여러 요인들 사이에 항상 스며들어 있습니다.

올해 3분기를 기준으로 한국은행이 일자리 상황을 살펴봤더니요,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의 16개 시도 중에서 광주 한 곳을 빼면 서울을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1년 전에 비해 구인 증가율이 구직 증가율을 웃도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일할 사람을 구하는 비율이 일자리를 찾는 비율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제조업에서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과거에는 주로 30대 이하의 청년층에서 제조업을 기피한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면요.

올해에는 40대에서도 구직자가 줄고 있다는 점을 한은도 두드러지게 지적했습니다.

구인 수요가 늘어나는데 이제는 청년층뿐만 아니라 40대도 제조업을 기피한다는 겁니다.

일하는 40대 자체가 줄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제조업이야말로 40대 인력이 특히 중추를 담당했던 분야입니다.

그런데 제조업에 몸담았던 40대 숙련공들은 나이가 들어가고, 새롭게 40대로 진입하는 청년층은 그 자리를 대체할 만큼의 인원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처럼 제조업을 기피하는 현상이 더해지는 거죠.

제조업 일자리의 근무 여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가 함께 노력하는 게 일단 급선무겠고요.

장기적으로는 이제 40대에서까지 두드러지기 시작한 인구 감소,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일자리 설계가 큰 틀에서 좀 더 면밀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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