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인생 재건’ SOS…‘응원의 힘’ 모은 SNS
“할 수 있다” 누리꾼 답글 확산
힘겨운 청년의 삶 ‘공감·위로’
“방황하다 30대에 인생 재건해서 살아가고 있는 분 찾습니다.”
30대에 새로운 꿈을 찾아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A씨(33)는 지난 24일 엑스(구 트위터)에 ‘숟가락들힘만있어도국물떡볶이를먹을수있다’는 이름의 계정으로 글을 올렸다. 10~20대 시절 우울증과 분열성 정동장애를 앓았다는 A씨는 “30대가 되니 인생을 재건해야겠는데, 체력은 죽어가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롤모델이 되어주실 분을 찾는다. 당신의 인생을 자랑해달라”고 적었다.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대학에 가겠다는 딸을 주변에 어떻게 소개할지 난감해하는 부모님을 볼 때마다 A씨는 씁쓸함을 느낀다고 했다. A씨는 “지금까지 직장을 꾸준히 다니지도, 좋은 학교를 나오지도 않다 보니 어디에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틀 만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을 담은 글에 ‘할 수 있다’는 응원의 글이 쏟아진 것이다. A씨가 글을 게시한 지 이틀 만인 26일 오후 3시 기준 해당 글은 295만회 조회되고 4200회 리트윗됐다. 답글 형식의 인용글도 540여개 달렸다.
누리꾼들은 A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을 응원하는 글을 남겼다.
한 이용자는 “저 또한 10대와 20대를 우울증으로 날리고 20대 후반에서야 새로운 전공을 찾아 천천히 가고 있다”며 “당장 행복하지 않아도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한 것이니 하고 싶은 것부터 해보자”고 했다.
30대 초반이라고 밝힌 다른 이용자는 “24세 때부터 조울증으로 내원했었다”며 “20대를 허송세월했다고 생각했지만 살아남았고 버텨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인 제가 해냈으니 해내실 수 있을 것이다. 함께 힘내서 즐거운 30대 보내자”는 답글을 남겼다. 새해에 어학연수를 계획 중인 30대 초반이라고 밝힌 또 다른 이용자는 “스트레스 반응으로 항우울제를 먹은 지 10년이 넘어간다. 그래도 20대보다 30대가 더 낫다”며 “타이밍도 개인차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힘겨운 청년 삶에 공감·위로…누리꾼 ‘응원 릴레이’
A씨는 “제 주변 친구들도 뭔가 시도했을 때 자꾸 실패해서 고민이 많은 상황인데 누군가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글을 올렸다”면서 “저랑 비슷한 상황이라는 분들이 많아서 위로를 많이 받았고 다른 분들도 희망을 느끼면 좋겠다”고 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에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며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각자 처한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지만 ‘청년층의 힘겨운 삶’이라는 20·30대의 공통감각이 공감대의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A씨처럼 ‘나이에 맞는 사회적 지위’라는 통념의 부담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들이 크고 작은 실패를 모두 경험하기 마련이라 부침 없는 인생이 없으니 이 같은 글에 공감할 것”이라며 “용기를 얻고 새로 출발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송이·전지현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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