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물보다 진해"…형제·사촌경영으로 경영 안정성 높이는 기업들

이시은 2023. 12. 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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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LS·동국제강·세아·고려아연 등···경영 안정화 기반으로 신사업 확장 도모

[아이뉴스24 이시은 기자] 오너가의 상속 분쟁과 경영권 다툼은 빈번하게 일어나는 재계 이슈다. 특히, 최근 한국앤컴퍼니가 형제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재계는 물론 국민들의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끈끈한 '형제·사촌경영'을 토대로 그룹 경영의 안전성을 높이는 그룹사들도 적지 않다. 최근 2인자 자리에 사촌을 앉힌 SK그룹부터 전통적으로 형제·사촌경영을 이어오고 있는 LS그룹·세아그룹·동국제강·고려아연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 고(故) 구인회 럭키금성 창업 회장 등 창업1세대들이 대부분 형제들과 함께 기업을 일궈와 형제·사촌경영은 흔히 볼 수 있는 재계 풍경이기도 하다. 2·3·4세들 일부는 계열분리를 통해 독자경영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 그룹 울타리에서 같이 경영을 맡아 협업을 하고 있는 그룹들도 상당수다.

최창원 SK수펙스협의회 의장. [사진=뉴시스]

SK그룹은 지난 7일 정기 인사에서 SK수펙스협의회 의장에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고 최정건 SK창업주의 셋째 아들로, 최태원 회장의 사촌이다. 수펙스협의회 의장은 그룹 내 실질적 2인자 자리로 통한다. 최 신임 의장은 그룹 내 중간지주사인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역임하며 친환경 소재와 제약 등 사업 부문을 맡아왔다.

지난 5월 12일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 페럼타워에서 동국제강 임시주주총회 종료 후 장세욱(왼쪽) 부회장과 장세주 회장이 취재진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동국제강]

동국제강그룹은 형 장세주 회장과 동생 장세욱 부회장 중심의 형제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앞서 장 회장은 2016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원정도박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고 2018년 가석방됐다.

이 기간동안 장 부회장은 대표이사를 맡아 그룹을 경영했다. 장 회장은 지난 5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사내 이사로 선임되며 8년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 형제경영에 재시동을 걸었다. 장 회장과 장 부회장은 각각 13.52%와 8.7%의 동국제강 지분을 가지고 있다.

현재 동국제강은 장세주 회장의 장남 장선익 상무가 유력한 차기 회장 후계 구도를 보이고 있다. 현재 경영에 나선 오너 4세는 장 전무뿐이며, 장 부회장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1.04%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장 부회장 슬하의 장훈익 씨 등은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동국제강 지분을 늘려온 만큼, 곧 경영에 합류하며 동국제강은 '오너 4세 사촌 경영' 시대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 1월 2일 경기도 안양 LS타워 대강당에서 그룹의 미래 청사진인 비전 2030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LS그룹]

LS그룹은 순차적으로 사촌에 회장직을 맡겨온 '사촌경영 모델'의 대표기업이다. LS그룹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인 고(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고(故) 구평회 E1 명예회장‧고(故)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 3형제가 분가해 2003년 LG전선으로 출범했다. 20년이 됐지만, 경영권 분쟁 등 일체의 잡음이 없다.

계열사 지분을 3명의 집안이 각각 보유하면서 9년 주기로 사촌에게 회장직을 승계하는 방식을 통해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확립했다. LS그룹은 2003년 창립 후 고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회장이 먼저 2004~12년 동안 이끌었다. 이후 사촌인 구자열 회장이 2013년부터 9년간 그룹을 맡았다. 현 구자은 회장은 2021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다. 구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30년까지다.

이태성(왼쪽) 세아홀딩스 대표이사 사장과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 [사진=세아그룹]

국내철강 빅4 중 하나인 세아그룹 역시 사촌경영으로 유명하다. 현재 세아그룹은 고 이종덕 창업주와 장남 고 이운형 회장의 뒤를 이어 차남 이순형 회장이 이끌고 있다.

그룹 안에는 특수강 사업 중심의 세아홀딩스와 강관 사업 중심의 세아제강지주 2개의 지주사가 있다. 이중 세아홀딩스는 고 이운형 회장의 아들 이태성 사장이, 세아제강지주는 현 이순형 회장 아들 이주성 세아제강지주 사장이 최대주주로 경영하고 있다.

이순형 회장이 그룹을 총괄하고 있으나 사실상 서로 다른 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차기 회장직을 누가 승계하는지 문제와 맞물려 계열분리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특수강과 강관이 유사 사업으로서 상호보완적이라는 특성상 사촌경영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7월 21일 서울 논현동 고려아연 본사 라운지에서 개최된 '생각을 읽다, 마음을 잇다'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아울러 비철금속제련 기업 고려아연도 사촌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이달 고려아연 이차전지 소재부문 자회사 켐코의 최내현 사장이 신임 회장으로 승진했다. 최 회장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사촌관계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황산니켈 신사업 확장에 있어 오너 일가를 중심축으로 속도를 낸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고려아연은 최창근 명예회장의 아들 최민석 상무가 원료구매본부를 이끄는 등 오너가 중심의 경영 체제를 지속 구축해 오고 있다.

/이시은 기자(isieun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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