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글로 FDA 허가받은 녹십자, 향후 관전포인트는?
알리글로 매출 높이려면 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수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GC녹십자(006280)가 8년간 공들인 ‘알리글로’(국내 제품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가 8번째 국산 신약으로 등극하며 알리글로 후속제품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GC녹십자에는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에 앞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에 도전했던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5%’와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의 소아 대상 적응증 확장’이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22일 GC녹십자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알리글로 투여 가능 환자를 성인에서 2세 이상~17세 미만의 소아로 확장하기 위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 정보사이트인 ‘클리니컬 트라이얼’에는 해당 임상이 올해 11월 말까지 진행되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애초 계획과는 달리 임상 3상 종료 일정이 늦춰졌다는 것이 GC녹십자 측의 설명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알리글로 제품을 활용한 소아임상 3상은 FDA와 협의를 통해 2026년 11월30일로 임상 종료 기간이 연장됐다”며 “임상 3상 종료 후 적응증 확대로 생물학적제제 허가신청서(BLA) 변경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글로는 선천성 면역결핍증으로 불리는 1차 면역결핍증 치료에 필수적인 면역글로불린 제제다. 면역글로불린(IVIG)은 인체 내 침입한 세균을 둘러싸 무력화시키고 면역반응을 수행하는 당단백질분자다. IVIG 주사는 다섯 가지 면역 글로불린(IgG, IgA, IgM, IgD, IgE) 중 IgG를 직접 투약하는 치료법이다. IVIG 주사는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치료효과가 탁월한데 중증감염증에 항생물질과 병용해 쓰이거나 이식환자에서의 거부반응, 길랑바레 증후군, 가와사키병 소아 환자, 면역결핍 환자 등에게 쓰인다.
지난 15일(현지시간) FDA로부터 허가를 받은 알리글로는 1차 면역결핍증을 앓는 17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추가적인 적응증 확장 없이도 혈소판 감소증이나 중증 근무력증, 길랑바레 증후군 등에 처방이 가능할 전망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면역글로불린 제품들이 150개 이상의 적응증에 오프라벨로 처방되고 있다.
다만 소아에 처방하려면 오프라벨 처방을 하더라도 소아 임상 데이터가 추가로 필요하다. 가와사키병과 같은 경우는 5세 미만 소아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급성 혈관염 질환으로 국내 환자 수만 연간 4000~5000명에 달한다. 이밖에도 선천성 면역결핍증을 대상으로 해 소아 대상 면역글로불린 시장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2번 실패한 면역글로불린 5% 제제, 재도전에 주목
앞서 GC녹십자가 진출을 시도했다 보류한 면역글로불린 5%의 추가 진출 여부도 관심이 모인다. 면역글로불린 함유 농도에 따라 5% 제제와 10% 제제로 구분되는데 10% 제제는 전체 IVIG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0% 제제가 FDA 허가에 성공한 만큼 5% 제제의 추가 허가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FDA는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GC녹십자에 면역글로불린 5%제제의 제조공정 관련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보완요구서(CRL)를 보냈다.
면역글로불린 10% 제제 허가 이후 5% 제제도 재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혀왔던 GC녹십자는 최근엔 5% 제제의 추가 허가에 대해 보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5% 제제의 FDA BLA 신청에 대해 GC녹십자 측은 “아직 계획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소아 대상 적응증 확장이나 5% 제제 등 후속 주자들의 허가는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 안착이 이뤄진 뒤 진행될 전망이다. 10% 제제가 형성하는 시장이 훨씬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포트폴리오 확장 차원에서도 5% 제제 추가 허가나 소아 대상 적응증 확장은 불가피하다. 현재 미국에서는 CSL베링의 ‘프리바이젠’(Privigen)이 알리글로와 같은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IVIG) 제형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다양한 혈액제제 포트폴리오가 베링이 선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베링의 프리바이젠 매출은 연 30억2800만 달러(약 4조원)로 미국 전체 면역글로불린 시장(13조원)의 30% 수준이다.
이밖에 점차 성장하고 있는 면역글로불린 피하주사(SCIG) 제형 시장도 무시할 수 없다. 베링에서 SCIG 제형의 ‘하이젠트라’(Hizentra)는 아직 프리바이젠 매출의 절반 수준이다. 하지만 IVIG 대비 투여 시간이 절반 수준으로 짧고 체내에서 더 안정적으로 면역글로불린 농도가 유지돼 SCIG 처방이 선호되므로 장기적으로는 하이젠트라의 매출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GC녹십자도 SCIG의 공정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SCIG는 IVIG 대비 고농도 제품으로 면역글로불린을 농축하는 기술이 중요하며, 농도가 진해지면 투여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개선시킬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며 “CSL 베링 제품이 미국에서 과점하고 있는 이유는 혈액제제 관련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해 묶음 판매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또 면역글로불린 제품에 대해 1차 면역 결핍증뿐만 아니라 만성 염증성 탈수초성 다발성 신경병증,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자반증 등 다양한 적응증에 대해 임상에서의 효능을 입증해 처방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나은경 (ee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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