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다 삐끗, 시청자는 방심위 향했다..올해 논란의 프로그램 [Oh!쎈 결산]

김채연 2023. 12. 27.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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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최규한 기자]피프티 피프티(시오, 새나, 아란, 키나)가 간담회를 마친 뒤 인사를 전하고 있다. 2023.04.13 / dreamer@osen.co.kr

[OSEN=김채연 기자] 프로그램을 보다가 ‘이렇게 방송해도 돼?’라는 생각이 들때, 과거 시청자는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항의글을 남겼다. 이렇게 조성된 여론이 제작진의 해명 혹은 반성으로 발전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시청자들은 단순히 시청자 게시판을 향하기보다, 그 윗 단계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찾는다. 이는 잘하던 프로그램이든, 기대 속에 시작한 프로그램이든 차별은 없다. 올해 어떤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의 민심을 잃었을까.

# 그것이 알고싶다

국내 최고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피프티 피프티 편을 보도한 이후 예상치 못한 논란에 휩사엿다.

‘그것이 알고싶다’ 피프티 피프티 편은 해당 그룹과 소속사의 분쟁을 다루면서 한쪽에 편파적인 내용을 보도했다는 논란을 입었다. 이로 인해 국회에 프로그램 폐지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갔고, 올해 방심위 최대 민원 프로그램이라는 멍에를 안았다.

지난 10월 1일 국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방심위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8월 19일 방송분에 대한 민원은 무려 1146건이 접수됐다. 현재 방심위에서 심의 여부를 검토 중인 상황이다.

시청자들 뿐만 아니라 연예제작자협회, 한국매니지먼트 연합에서는 ‘그것이 알고싶다’가 적절치 못한 내용을 담았다고 주장하며 사과를 요구했고, 결국 ‘그알’ 측은 논란 5일 만에 “방송 과정에서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K팝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분들과 K팝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하며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추가취재를 통한 후속 방송으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도록 하겠다”고 당부했다.

# 7인의 탈출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언니는 살아있다’, ‘펜트하우스’ 시리즈까지 마라맛 드라마의 대모 김순옥 작가의 신작이 첫 회부터 혹평을 받으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지난 9월 첫 방송된 ‘7인의 탈출’은 1회와 2회에서 원조교제 및 교내 출산, 아동학대 장면이 잇따라 등장하며 논란이 일었다.

앞서 ‘펜트하우스’, ‘황후의 품격’에서도 방심위 민원이 접수돼 법정제재 주의와 시청 등급 조정을 요구받았던 김순옥 작가와 주동민 감독의 조합은 첫 방송부터 자극적인 소재와 장면을 삽입하며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무리수 넘치는 소재와 장면 때문이었을까. ‘7인의 탈출’은 6% 시청률로 시작한 이후 별다른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고 종영했다. 전작 ‘펜트하우스’ 시리즈의 통합 시청률이 18.5%대라는 점을 비교하면 더욱 차이가 크다.

460억 제작비를 투입했던 ‘7인의 탈출’은 시즌2에서 주동민 감독이 하차하고, 공동 연출이었던 오준혁 감독이 작품을 이끈다. ‘7인의 탈출’ 측은 “내부 협의에 따른 결정"이라고 입장을 밝혔으나, 혹평이 계속됐던 작품에서 시즌2 감독이 바뀌었다는 점에 많은 의미가 느껴지고 있다.

# 불타는 트롯맨

‘불타는 트롯맨’은 트로트 서바이벌의 새 판을 열었던 서혜진 PD가 방송국을 퇴사한 뒤 처음으로 선보인 프로그램이다. ‘불타는 트롯맨’은 결승전 녹화까지 마쳤으나, 출연진 논란으로 위기를 맞았다. 황영웅이 학폭 및 폭력 전과 의혹에 휩싸인 것.

황영웅은 ‘불타는 트롯맨’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출연자로, 첫방송에 대국민 투표 1위, 준결승전에서도 최종 1위에 오르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전과 논란에 프로그램 측도 난처할 따름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제작진은 “오디션 당시 참여를 원하는 이들의 동의를 얻어 결격 사유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서약서를 받는 등 내부적 절차를 거쳐 모집을 진행한 바 있다”며 “한 개인의 과거사를 세세하게 파헤치고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사실 파악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린다. 조속한 상황 파악 후 다시 말씀드리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고, 황영웅은 “과거의 잘못이 무거우나 새롭게 살아가고자 하는 삶의 의지를 가지고 20대 중반 이후 수년 간 공장에서 근무하며 성실한 삶을 배워왔다. 그리고 어린 시절 꿈이었던 노래를 다시 시작해 '불타는 트롯맨'에도 출연하게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같은날 제작진 역시 “최근 출연자 황영웅에 대해 제기된 내용들에 대해서 사실 확인했다"며 "제기된 사안(폭행)에 대해 황영웅은 2016년(당시 22세) 검찰의 약식 기소에 의한 벌금 50만원 처분을 받았다고 확인해줬다"고 과거에 대해 인정했다. 다만 하차는 없었다.

이 외에도 밀어주기 의혹 등 계속되는 논란에 결국 황영웅은 프로그램에서 하차했고, ‘불타는 트롯맨’ 측은 황영웅 문자투표 수익금 전액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들의 방심위 민원이 이어졌고, ‘불타는 트롯맨’에서 학폭 논란에 휩싸인 황영웅이 방송 출연이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의 민원은 총 259건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 닥터 차정숙

20년 만에 사회로 돌아가게 된 ‘경단녀’의 삶을 화끈하게 그려낸 ‘닥터 차정숙’은 극중 크론병 묘사와 한약 비하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다.

'닥터 차정숙'은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엄정화 분)의 찢어진 인생 봉합기를 그린 드라마로, 7화에서 논란이 불겨졌다.

당시 극중 대장항문외과 의사 서인호(김병철 분)의 환자로 크론병 환자가 등장한 가운데, 그의 예비 장인과 장모가 환자를 찾아가 “어떻게 이런 못된 병을 숨기고 우리 딸과 결혼을 할 수 있냐”고 타박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뿐만 아니라 “이 병 유전도 된다면서”, “이 결혼 자네가 포기해줘. 시작부터 남편 병 수발들게 만드는 꼴 못 본다”라고 표현하는 장면도 논란이 됐다. 크론병은 소화계에 염증이 일어나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발병 원인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병이다.

결국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과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실제 크론병 환우들과 환우의 가족들은 “크론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무조건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고 비난하며 공식 사과 및 방송 정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방심위를 통한 민원이 제기되기도.

이와 함께 1회에서 급성 간염으로 인해 간 이식을 받아야하는 차정숙이 급격하게 간 수치가 나빠진 이유로 건강원의 약이 언급되기도 했다. 이때 차정숙의 엄마 오덕례(김미경 분)는 “이게 다 그 싸구려 X약 아니냐”고 분노했다.

방송 이후 “한약을 비하했다”는 의견이 이어지자, 제작진은 해당 장면을 잘라내고 묵음을 처리하는 식으로 논란을 해소했다. 잘 나가던 드라마에 이어지는 논란이 아쉬움을 안겼다.

/cykim@osen.co.kr

[사진] OSEN DB, 방송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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