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만 보고 산 한평생, 모든 게 神의 계획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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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제게 일어났던 일들이 결국 김대건 신부상을 세우기 위한 훈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모든 게 다 신의 계획이 아니었을까요."
평생 화강암과 현무암, 대리석을 깎으며 조각세계를 구축하고,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하고, 가톨릭 신자로서의 믿음을 갖고, 김대건 성상을 맡기에 앞서 우연히 구상조각 작업을 연달아 경험한 모든 게 한국 작가 최초로 가톨릭 본산에 조각상을 세우기 위한 안배라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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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의 바티칸 성상 제작과정
모형 샘플·기록 자료 추려 전시
“어쩌면 제게 일어났던 일들이 결국 김대건 신부상을 세우기 위한 훈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모든 게 다 신의 계획이 아니었을까요.”
한국 현대 조각 1세대 전뢰진(1929∼)과 유영교(1946∼2006)에게 조각을 배웠다. 돌의 매력에 흠뻑 빠져 이탈리아로 건너가 카라라 국립 미술아카데미에서 한국인 첫 졸업생이 됐고,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돌이라는 물성을 다루며 형상을 꺼내고 생명을 불어넣는 데 천착했다. 한국조각의 전통적인 작업 방식과 서구조각의 현대성을 아우르며 깎아낸, 단순하지만 행복한 기운을 뿜는 작품들은 프랑스 대통령궁, 일본 하코네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전 세계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한국 돌조각 거장 한진섭(사진)은 반세기 가까이 걸어온 조각가의 삶을 커다란 여정으로 여긴다. 이 운명의 종착점엔 ‘비앙코 카라라’(흰색 대리석)로 만들어진 갓 쓰고 도포 두른 3.7m 크기의 조각이 있다. 한국인 첫 가톨릭 사제이자, 동양인 처음으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 모셔진 성(聖) 김대건 안드레아(1821∼1846) 신부의 성상(聖像)이다. 평생 화강암과 현무암, 대리석을 깎으며 조각세계를 구축하고,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하고, 가톨릭 신자로서의 믿음을 갖고, 김대건 성상을 맡기에 앞서 우연히 구상조각 작업을 연달아 경험한 모든 게 한국 작가 최초로 가톨릭 본산에 조각상을 세우기 위한 안배라고 본 것이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바티칸에 서다’는 김대건 성상을 제작한 한진섭의 2년여의 시간이 담긴 전시다. 비앙코 카라라 고장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카라라 지역에서 돌을 찾고, 유학 시절 있었던 마을인 피에트라산타에 머물며 성상을 만들고, 550년간 비워져 있던 자리에 성상이 설치되기까지의 과정을 교황청에 제출한 모형 샘플과 기록자료 등의 아카이브로 구성했다. 매일매일 기도를 드리며 작업을 했다는 그는 “내 힘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성령의 도움이 있어서 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바티칸에 설치된 것과 동일한 형태의 60㎝ 크기 조각상 ‘김대건 신부님’을 볼 수 있다. 25세에 순교한 김대건 신부의 용기와 모든 것을 포용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미켈란젤로가 활용했다는 스타투아리오(Statuario) 대리석보다 더 단단하고 색상도 하얗다는 성상 제작 시 사용한 돌의 일부에선 재료를 찾는 데만 5개월을 쏟아부은 한진섭의 고민과 노력의 흔적이 보인다. 전시는 내년 1월 14일까지.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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