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멘토 정희숙 대표가 말하는 집 정리법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자들의 집을 정리해봤더니 이것이 다르더라” 부자들의 정리 습관법 공개
요즘 정리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정리에 관심 있는 사람이 많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출을 못 하니까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 이전에는 몰랐던 내 공간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된 겁니다. 특히 남성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집에 자신의 공간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고요. 한때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정리라고 하면 무조건 버리는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미니멀 라이프와 한국형 정리는 좀 달라요. 버리는 것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남은 것에 집중하는 것이 한국형 정리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예전부터 버리면 낭비라고 생각해왔고, 또 ‘정과 덤’의 문화잖아요. 물건을 버리되 효율적으로 버리고 물건으로 가득했던 잃어버린 공간을 다시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릴 때부터 “방 정리 좀 하라”는 말을 습관 적으로 듣고 살아왔는데도 여전히 정리가 어렵습니다.
단순히 물건을 치우고 버리고 청소하는 것이 정리가 아닙니다. 정리는 물건에 적절한 자리를 부여함으로써 내 삶의 공간을 살리고 주변 환경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 일을 시작한 지 12년이 넘었는데 처음에는 저도 의뢰인도 정리나 공간에 대한 개념을 잘 몰랐어요. 의뢰인 집에 가서 하루 종일 물건만 버리다가 온 적도 있고, 수납장에 살림살이만 집어넣다가 온 적도 있어요. 초창기에는 정리 전문가가 아닌 단순한 수납 전문가였던 것 같아요. 그러다 경험이 쌓이면서 물건이 아닌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 고객이 왜 정리를 의뢰했는지, 사람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걸 알게 된 겁니다. 또 정리에는 가구 배치와 공간 재구성이 뒤따른다는 걸 깨달았죠. 정리에 대해 저도 많이 배웠고, 고객의 수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내 집, 내 공간을 정리하는데 굳이 전문가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스스로 정리를 잘하는 사람도 있어요. 전문가가 있는 이유는 전체를 보는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우리 집 물건을 수납하려면 어느 정도의 수납장이 있어야 하는지, 공간을 어떻게 사용해야 더 효율적인지 등을 도와주는 거죠. 일단 정리를 하려면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한꺼번에 쏟아놓고 봐야 합니다. 대부분 같은 물건이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죠. 반드시 있어야 할 자리에 물건을 수납하고 가족들이 그 사실을 공유하는 게 중요합니다. 물건에 지정석을 만들어줘야 해요. 그래야 필요할 때 찾아 사용할 수 있죠. 정리가 안 된 집은 거실에 아이 물건이 가득하고, 심지어 옷장에 쌀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어요. 문제는 이렇게 물건이 뒤죽박죽 여기저기 있다 보면 정작 필요할 때 찾지 못해 또 사게 된다는 거죠. 예를 들어 박스 테이프가 집에 하나만 있으면 되는데 어디에 뒀는지 몰라 박스 테이프를 묶음으로 사서 여기저기 두는 사람이 많아요. 택배 회사도 아닌데 가정집에 박스 테이프가 그렇게 많을 필요가 없죠. 구입하는 데 돈도 많이 들고 공간도 많이 차지합니다.
물건의 지정석을 만들어라
의뢰인 중에 생활필수품으로 집 안을 가득 채운 경우가 있었어요. 30롤씩 들어 있는 두루마리 화장지 40여 팩을 발코니에 쌓아놓은 걸 보고 깜짝 놀랐죠. 세일해서 샀다는 거예요. 화장지 2,000~3,000원 싼 거에 집중하다 보니 아파트 공간 한 평을 차지하는 몇천만원 이상의 보관료를 생각 안 한 거죠. 그걸 쌓아놓고 먼지 닦느라 시간 낭비는 물 론 먼지가 많이 생기니 건강에도 안 좋죠.
잼병, 나무젓가락 같은 일회용품, 배달 음식 포장 용기 등을 버리지 않고 주방 수납장 중앙에 보관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런 걸 안버렸다고 알뜰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예전에 제빵이 취미라서 제빵 도구를 샀는데 지금은 안 하고 있다고 가정해봐요. 당시에 그걸 중고 거래 앱으로 처분했다면 적은 돈이라도 받았을 텐데, 지금은 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된 겁니다. 제빵 도구를 없애고 그 공간에 더 소중한 것을 넣어 활용했다면 더 좋았겠죠. 많은 사람이 집 평수 늘릴 생각만 하지 짐을 줄일 생각은 안 해요. 그런데 정리를 안 하면 아무리 넓은 집으로 이사가도 또 물건들로 가득 차게 됩니다.
특히 여성들에게 옷장 정리는 쉽지 않습니다.
옷장 정리가 가장 시간이 많이 걸려요. 핵심은 정확하게 분류하면 됩니다. 어떤 정리든 분류가 가장 중요해요. 정리하라고 하면 다들 버릴 것부터 찾는데, 먼저 정장과 캐주얼로 나누고 부피가 큰 것부터 정리를 시작해야 합니다. 부피가 큰 물건부터 시작해야 공간이 생깁니다. 패딩이 부피가 크니까 패딩부터 롱 패딩, 쇼트 패딩, 패딩 조끼 등 패딩 종류만 모아 몇 개가 있는지 하나하나 기록하세요. 이렇게 적어보면 벌써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겨울에는 패딩을 안 사도 되는 거죠.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비슷한걸 또 사게 됩니다. 비싼 건 못 사고 그저 그런 옷들을 사니까 동창회나 친구를 만나러 갈 때 입을 옷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맞아요. 옷장에 분명 옷이 있는데 막상 외출할 때 입고 나갈 옷이 없어요.
옷 정리의 팁을 하나 알려드리면, 옷 정리할 때 거울을 가져다 놓고 입어보면서 하면 좋습니다. 단추가 안 잠기는 옷이 있고, 지난 해에는 잘 입었는데 이상하게 올해는 안 어울리는 옷이 있어요. 그런 옷들을 꺼내 합친 다음에 보면 우선순위가 정해집니다. 당장 입을 수 있는 옷, 입고 싶은 옷, 버리려고 보면 왠지 좀 아까운 옷들도 있죠. 한 번 더 입을까 했다가도 이 옷 저 옷 비교해보면 버려도 아깝지 않겠다 싶은 옷이 생깁니다. 그렇게 정리해가면 버려도 스트레스를 덜 받아요. 이런 과정 없이 버리면 ‘나 많이 버렸으니까 또 사도 돼’로 연결돼 불필요한 소비를 또 하게 되는 거죠.
정리에서 물건 재고 파악과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정말 중요하군요.
패딩 정리가 끝나면 재킷, 니트, 청바지 등도 이런 과정을 거쳐 정리하면 됩니다. 단계별로 하나씩 정리하려면 결국 우리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 그 물건과 나의 눈이 마주쳐야 합니다. 그래야 그 물건이 더 이상 우리 집에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정리에서 중요한 또 하나는 동선입니다. 동선이 중요한 이유는 사용 장소에 사용할 물건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안방 옷장에는 부부의 옷이 구분돼 있어야 하고, 아이 옷은 아이 방 옷장에 있어야죠. 아이가 대여섯 살만 돼도 자기 옷을 스스로 꺼내 입을 수 있어 부모가 골라줄 필요가 없어요. 정리만 잘돼 있어도 주부의 일손이 한결 줄어들고 아이도 어릴 때부터 자기 물건을 정리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죠.
기획 : 하은정 기자 | 취재 : 박현구(프리랜서) | 사진 : 김동환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