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때 30~40초 걸렸다…피치 클락 20초에 가능할까

백종인 2023. 12. 2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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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백종인 객원기자] 가장 뜨거웠던 한국시리즈 3차전 얘기다. 마지막 공방이 치열했다. 9회 초 오지환의 3점 홈런으로 승부가 뒤집어졌다. 9회 말도 순탄치 않았다. 홈 팀이 1사 만루의 역전 기회를 잡았다. 매 순간이 살얼음판이었다. (11월 10일 수원 구장, LG-KT)

이 상황을 촉진 룰의 관점으로 재구성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피치 타이머(혹은 피치 클락)를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그런 궁금증이다.

9회 초 1사 1루까지는 나쁘지 않다. 15초 이내의 투구 간격이 유지된다. 그런데 중심 타선으로 연결되며 갑자기 신중해진다. 3번 김현수 타석 때다. 공 하나 던지는 데 25~30초가 걸린다. 4번 오스틴 딘 때는 더 심하다. 30초도 넘기기 일쑤다. 카운트 3-2에서 7구째는 38초나 걸렸다 (결과는 볼넷).

9회 말도 다를 것 없다. 주자가 생기자, 마무리 고우석의 템포가 급격히 느려진다. 대부분 24~26초 정도 걸린다.

이 공방에 메이저리그 방식(2023년 버전)을 적용하면 상당수가 규정 위반이다. 주자 없을 때는 15초 이내, 주자가 있으면 20초 이내에 투구해야 한다. 시간을 초과하면 볼로 선언된다. (2024년에는 20초를 18초로 줄이기로 했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는 LG와 KT의 모든 투구가 20초를 넘겼다. 유일하게 제한 시간 안에 들어온 게 있었다. 2사 1, 2루에서 오지환을 향한 2구째다. 18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투구의 결과는 역전 3점 홈런이었다.

OSEN DB

한국야구위원회가 시행을 예고한 피치 클락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물론 취지 자체는 충분히 공감한다. 시간 단축은 KBO 리그의 지상 과제였다. 그동안 마련된 스피드업 규정만 무려 48가지 항목에 이른다. 그럼에도 3시간 벽은 20년 넘게 요지부동이다 (2023년 평균 3시간 16분).

따라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다만 갑작스러운 적용으로 인한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단 메이저리그는 확실한 효과를 봤다. 3시간 4분이던 러닝 타임이 2시간 39분으로 줄어들었다. 무려 25분이나 단축된 것이다.

그러나 경기인들은 한국식 야구의 차이를 걱정한다. 벤치에서 많은 사인이 나오는 탓에 제한 시간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14일 부산에서 열린 KBO 실행위원회에서도 여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앞서 예를 든 한국시리즈의 경우를 보자. 주자가 없을 때는 그나마 무난하다. 하지만 주자가 생기면 20초는 고사하고 30초도 넘기는 일이 예사다. 이유가 있다. 공격이나 수비 모두 복잡한 사인 전달의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①     (공격의 경우) 벤치에서 사인이 나간다.

②     3루 코치가 이걸 받아 타자와 주자에게 전달한다.

③     (수비의 경우) 타자나 주자의 움직임을 본 뒤 볼배합을 정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벤치에서 사인을 줄 때도 있다.

④     주자 상황에 따라 포수가 내야수에게 사인을 주기도 한다.

일단 타자가 사인 보는데 빠르면 6~8초, 더디면 12~14초 정도 걸린다. MLB 피치 클락은 8초 이내에 타석에 들어가서 타격 자세를 취해야 한다. 아니면 위반으로 간주해, 스트라이크 1개를 선언한다.

포수의 경우도 비슷하다. 앞선 예를 다시 들어보자. LG가 9회 말 1사 1, 2루의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박동원이 일어나 내야수들에게 복잡한 신호를 주고 다시 앉는 데까지 20초가 소요됐다. 이미 피치 클락 위반인 셈이다.

KBO 제공

승부에 결정적인 9회라서 그랬다고 보기도 어렵다. 양 팀은 1회에도 비슷했다. 주자만 나가면 벤자민과 임찬규의 인터벌은 20초를 넘기는 게 다반사였다.

즉, 현재의 구조라면 ①~④의 과정을 20초 안에 해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수십 년 된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도 쉽지 않다.

KBO 심판위원회는 12월 초 이천에서 동계 훈련을 가졌다. 닷새 동안의 일정에서 중점적으로 점검한 것은 로봇 심판으로 불리는 ABS(자동 스트라이크 판정)와 피치 클락에 대한 것이었다.

이중 ABS는 의외로 큰 거부감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몇 년간의 준비 기간도 있었고, 전달된 신호만 표현하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심판의 관점이다. 타자나 투수가 느끼는 이질감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피치 클락은 아니다. 생소하고, 어렵고, 복잡하다. 따져야 할 것들 여러 가지다. 타자의 타격 준비 시간, 투구 간격, 견제 횟수, 타임 횟수 등을 모두 체크해야 한다. 또 이닝 교대, 투수 교체 시간에도 각각의 기준이 마련된다.

예시가 너무 극단적이라는 지적이 있을지 모른다. 하필이면 왜 한국시리즈냐. 가장 긴장감이 크고,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 아니냐. 당연히 시간이 더 걸린다. 그런 이의 제기 말이다.

하지만 아니다. 그런 긴박한 대목이야말로 피치 클락이 필요한 지점이라는 반론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도 이번 포스트시즌 동안 정규시즌과 동일한 타이머를 적용했다.

KBO 제공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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