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 현실화되나"…신한캐피탈, '잠재 부실' 3배↑
메리츠캐피탈, 8.94%…전년 두 배 이상 늘어
DB캐피탈, 6.1%…대출자산, 전체의 95.8% 차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한국 경제의 잠재 위험 요인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가계부채 등을 꼽은 가운데, 캐피탈사의 부동산PF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단 지적이 나온다. 신한·DB 등 일부 캐피탈사는 잠재부실로 여겨지는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이 지난해와 비교해 3배까지 증가했다.
27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9월말 기준 캐피탈업계는 여신업계(캐피탈사)는 은행(44조원), 보험(43조원)에 이어 26조원으로 세 번째로 많은 부동산PF 대출 규모를 자랑한다. 반면 은행(0%), 보험(1.11%)과 달리 전체 연체율 규모는 4.44%에 달한다.
부동산PF로 인한 캐피탈사 위기의 전조는 실적 부진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캐피탈업계의 실적은 전년보다 크게 악화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카드사를 제외한 여전사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6171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00억원) 대비 21.9%(4529억원) 급감했다.
조달금리 증가의 부담 지속, 브릿지론을 포함한 부동산PF 건전성 저하의 현실화로 인한 대손부담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신한, IBK, 메리츠, 한국투자, 한국, 키움, 한국자산, DB 등은 총자산에서 실질 부동산금융 비중이 20% 이상을 차지하는 고위험군으로 알려졌다.
이들 캐피탈사들은 자산건전성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9월 말 기준 신한캐피탈은 총자산이 13조 수준인데, 요주의이하여신액이 8422억원으로 전년동기(2788억원)보다 202.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3.4%에서 10.3%로 세 배가량 뛰었다. 요주의이하여신은 연체기간 3개월 미만의 대출금으로, 잠재 부실 가능성이 있는 채권을 의미한다.
신한캐피탈은 대출자산이 전체의 62.8%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중 대부분이 7조8500억원가량의 기업대출로 구성됐다.
총자산이 약 9조원인 메리츠캐피탈은 요주의이하여신액이 60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03억원)과 비교해 141.8% 늘었다. 같은 기간 요주의이하여신비율도 3.6%에서 8.94%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메리츠캐피탈은 대출자산이 전체의 54.1%다.
신용등급이 더 낮은 중소형 규모의 캐피탈사의 위기는 더 심각해 보인다. DB캐피탈(BBB+, 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은 총자산이 4000억원 규모인데 대출자산이 95.8%로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이 회사의 9월 말 기준 요주의이하여신액은 245억원으로 전년동기(44억원)보다 492.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요주의이하여신비율도 0.9%에서 6.1%로 여섯 배 이상 뛰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상반기 정기평가에서 DB캐피탈의 신용등급전망을 'BBB0 긍정적'에서 'BBB0 안정적'으로 변경했는데, 자산 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대출 대부분이 브릿지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3월 말 기준 DB캐피탈의 자산 내 부동산금융 비중은 70%가량으로 알려졌다.
이는 캐피탈업계가 타 업권에 비해 브릿지론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브릿지론은 통상 신용도가 낮은 시행사가 1금융권에서 본 PF대출을 받기 전 개발자금을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대출 받는 만큼, 일반 주택이나 상업 시설 등 수익성이 낮은 사업장에 공급돼 본 PF대출 대비 리스크가 높다. 변제순위를 따지면 '본 PF, 브릿지론 선순위, 브릿지론' 순인 만큼 수수료 수익이 크지만 손실 위험도 높아지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문제가 됐던 부동산PF대출 역시 브릿지론이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AA급 캐피탈사의 영업자산에서 본PF가 차지하는 비중은 8%, 브릿지론 비중은 4%에 그쳤다. 반면 BBB급 캐피탈사의 본PF 비중은 13%, 브릿지론은 21%인 것으로 나타났다. 등급이 낮을수록 브릿지론이 비중이 훨씬 큰 것이다.
또 캐피탈사의 경우 저축은행 등과 비교해 느슨했던 규제가 독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저축은행은 자기자본 20% 원칙이나 취급 한도 설정 등 부동산 PF와 관련된 각종 규제를 받지만 캐피탈사는 해당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권고하는 요주의사업장 판단 기준인 브릿지론 착공 지연, 본PF 분앙률 저조 사업장, 본PF 공정지연 등의 사업장 수가 상당한 수준으로 파악된다"며 "캐피탈사의 건전성 저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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