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장 탄원서에 담긴 교권회복 외침…끝내 벗은 오명
"법령으로 교사 권위 회복되는 것 아냐, 교사다운 교사 대우를"
[편집자주] 극심한 가뭄에 수돗물 절약 캠페인으로 새해를 연 광주전남은 올해 역시 크고 작은 사건사고의 연속이었다. 경찰사회를 뒤흔든 검경브로커 사건은 파장이 확산하고 있고, 사라진 아이들 전수조사를 통해 드러난 영아살해 사건은 지역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교사들의 교권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드높았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성공, 속도 내는 광주 복합쇼핑몰사업, 광주군공항 이전 진척 역시 굵직한 이슈로 꼽힌다. <뉴스1 광주전남취재본부>는 올 한 해 광주·전남을 뜨겁게 달군 주요 10대 뉴스를 선정해 5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광주=뉴스1) 서충섭 기자 = 지난 7월 서울 서이초에서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던 2학년 담임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전국 교사들의 분노가 수 개월간 들불처럼 일어났다.
그에 앞서 광주에서는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한 초등학교 교사가 숱한 법정 소송 끝에 오명을 벗으면서 교권회복의 신호탄이 됐다.
이는 최근 아동학대의 정서적 학대 범위가 확대됐지만 현실에 적용하기 애매모호한 부분이 늘어난 가운데 일선 교사들이 겪는 법적 문제를 판단하는 하나의 근거로 작용됐다.
광주 북구 한 초등학교 윤모 교사는 지난해 4월 교실에서 싸우는 학생들을 말리는 과정에서 책상을 학생이 없는 쪽으로 넘어뜨렸다가 학부모로부터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했다.
학부모는 윤 교사의 행위가 정서적 학대행위에 해당된다며 3000만원이 넘는 손해배상 민사소송도 제기했다.
결국 검찰로 넘겨진 윤 교사에게는 전국 초등 교사 1800명의 탄원서가 불과 3일만에 모여들었다.
전국 교사들은 탄원서에서 "현 시대의 교사는 규율을 지키지 않는 학생을 제지할 어떠한 수단도 없다는 점을 감안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교사들 뿐만 아니라 사건 당시 교실에 있었던 학생들도 고사리손으로 탄원서를 쓰고 검찰에 나가 사건에 대해 진술했다. 학부모들도 적극적인 훈육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탄원 행렬에 동참했다.
초등학생까지 참여한 의견 청취 끝에 검찰은 사건 발생 1년여 만인 지난 4월 윤 교사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검찰 심의위원회는 해당 사건에 대해 윤 교사의 행동을 정서적 학대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학부모가 이번 사건 관련 자신과 아들에 3279만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민사소송도 기각됐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에 불복한 학부모는 법원에 재정신청까지 제기하면서 법적 다툼이 11월까지 이어졌다.
결국 지난 10월 광주고법이 윤 교사에 대해 학부모가 제기한 재정신청을 기각하면서 1년6개월간의 사건은 일단락됐다.
윤 교사가 재직하는 초등학교에서 열린 교권보호위원회에서도 학부모의 잇따른 소송 제기가 교권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교보위는 "지난해 5월부터 반복적으로 학교를 찾아와 민원을 제기하고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간섭하고 제한했다"며 교육활동 침해행위라고 밝혔다.
1년이 넘는 법적 소송 기간 동안 윤 교사는 담임에서 배제되고 소송 과정을 홀로 진행하는 고초도 겪었다.
광주시교육청은 이후 서울 서이초 교사의 사망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교권침해 교사에 대한 법률 지원을 강화하는 등의 대안을 내놨다.
교원단체는 교육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사와 학생간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단순 지원책보다 더 본질적인 공교육 회복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삼원 광주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올 한해는 교사들의 오래된 분노가 폭발한 해였다. 교사의 사회적 지위와 직무를 낮춰보는 풍조가 오래 지속돼 온 것이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됐다"면서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가 관련법 제정으로 한번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교육청 등이 교사의 지위를 높이고 우대하는 정책을 통해 교사가 교사다운 대우를 받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zorba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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