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위해 세입자 내보내려면…“이사준비 상황 입증하라”는 법원

강민우 기자(binu@mk.co.kr) 2023. 12. 27.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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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려는 임대인은 실거주 의사에 대한 증명책임을 져야한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주거 상황,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실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여부, 이사하기 위한 준비 유무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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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63아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2023.12.21 [사진=연합뉴스]
실거주를 이유로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하려는 임대인은 실거주 의사에 대한 증명책임을 져야한다는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집주인 A씨가 세입자 B씨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보증금 6억3000만원에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를 2019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B씨 부부에게 임대하는 전세계약을 맺었다. A씨는 계약 종료를 3개월 앞둔 2020년 12월 B씨 부부에게 “가족들이 이 아파트에 들어와 살려고 한다”며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B씨 부부는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다며 내용증명을 보내고 퇴거를 거부했다.

A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B씨 부부는 “A씨가 처음에는 자신의 가족이 실거주한다고 했다가 소 제기 후 노부모를 모실 예정이라고 주장을 바꿨으므로 A씨의 갱신거절권은 부적법하다”며 맞섰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다만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비속을 포함)이 실제 거주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의 실거주 계획이 진실한 것인지 의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임대인이나 그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할 의사가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드러난 경우가 아닌 한 통상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실거주 요건 조항 해당 사유를 원인으로 하는 임대인의 갱신 거절은 적법하다”고 설명했다. 항소심도 결론이 같았다.

대법원은 그러나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증명책임은 임대인에게 있다”며 앞선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의 존재는 임대인이 단순히 그러한 의사를 표명했다고 곧바로 인정될 수 없다”며 “임대인의 의사가 진정하다는 것을 통상적으로 수긍할 수 있을 정도의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 [사진 = 연합뉴스]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에 진정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대법원은 “임대인의 주거 상황, 직장이나 학교 등 사회적 환경, 실거주 의사를 가지게 된 경위, 갱신요구 거절 전후 임대인의 사정, 실거주 의사와 배치·모순되는 언동의 여부, 이사하기 위한 준비 유무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실거주 의사가 있는지 판단하는 문제에 대해 하급심 재판에서 의견이 엇갈려 왔다”며 “이번 판결은 실거주 의사의 증명책임의 소재와 판단 방법에 관한 법리를 최초로 명시적으로 설시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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