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군대 운영 항공사 출범.. 관광지 툴룸행 첫 이륙

차미례 기자 2023. 12. 27.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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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이례적 군 항공사 영업허가
12개 공항과 호텔 열차 세관 운영도 군대에 맡겨
"좌석 벨트를 매라, 명령이다!" 같은 멘트는 없어
[멕시코시티=AP/뉴시스] 멕시코 군대에게 항공사 운영을 맡겨 12월 26일 첫 출항을 하게 만든 오브라도르 대통령(가운데)이 루이스 산도발 국방장관(왼쪽)과 호세 라파엘 오헤다 해군사령관과 함께 2021년 8월 13일 군 사열을 하고 있다. 멕시코가 1980년대 국영기업의 모든 분야 독점이 폐해를 깨고 민영화를 이룬 것에 대해 오브라도르는 모두 국영사업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2023. 12. 27.

[ 멕시코시티=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멕시코가 사상 최초로 멕시카나 항공사의 군이 운영하는 자회사를 출범시켜 그 첫 취항으로 26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카리브해 관광지 툴룸을 향하는 여객기가 출발했다.

멕시코 군에게 항공편 운영을 맡긴 이런 광경은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상상을 초월한 작품이다.

이 항공사는 군 소유의 항공기 운영 뿐 아니라 10여개의 공항들과 여러 호텔, 철도, 관광 테마공원, 국가의 세관 업무까지 관장하는 회사들을 거느리고 있다.

멕시코의 루이스 크레센시오 산도발 국방장관은 이 처럼 군이 다양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 "선진국들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군대가 운영하는 항공사를 가진 나라는 실제로 쿠바, 스리랑카,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등 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나라들이 운영하는 항공기는 대체로 소형이며 거기에 몇 대의 헬기 등을 더해서 주로 국내 오지나 항공편 노선이 없는 지역의 항공여객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의 멕시카나 항공사는 주요 대도시로부터 관광지인 칸쿤, 푸에르토 바야르타, 로스 카보스, 지후아타네호, 아카풀코, 마사틀란 같은 곳을 운항한다.

이 항공기들은 주로 주말에 집중, 평일엔 3~4일 간격으로 운행될 예정이다.

멕시코군은 이 항공기들이 가격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멕시코시티에서 툴룸까지의 첫 여객기는 92달러의 표가 425매나 판매되었다. 정부는 이 가격이 일반 민항기 가격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첫 비행기의 비행은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회사측은 MXA1788 항공기가 툴룸의 악천후 때문에 목적지를 메리다로 변경해야 했다고 밝혔다.

그 곳에서 한동안 대기한 뒤 다시 이륙해서 툴룸에 도착한 것은 멕시코 시티를 떠난지 5시간만이었다. 이는 정상적인 운항시간의 약 2배가 걸린 것이다.

멕시카나 항공은 앞으로 항공편이 아예 없거나 너무 적은 16개의 소규모 지방 공항에도 여객기를 배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좌석벨트를 매라, 이건 명령이다!" 같은 기내 방송을 들을 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객실 승무원들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들이 근무할 것으로 보인다.

산도발 국방장관은 군 항공사가 우선 3대의 보잉 제트기와 임대한 소형 엠브라에르 기종 2대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했다며 2024년 초까지 5대의 제트 여객기를 추가로 구입하거나 임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과거에 국영항공사였다가 민영화된 멕시카나 항공사의 일부로 이 번 군 항공라인을 개척한 것에 대해 "역사적인 사건" "새로운 무대가 열렸다"며 극찬했다.

이번 일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군과 더욱 밀착하게 되고 1980년대 대대적인 민영화로 국영사업체가 사라진 후에 그가 품었던 석유, 가스, 전기, 광산, 항공, 전화 사업 등 "국영 회사"들의 경제 지배의 꿈도 실현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국영회사가 경영이 방만하고 열등하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사기극이었다며 민영화를 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멕시코의 국영회사들은 예컨대 국영 제지회사가 야당지 신문사에는 종이 공급을 끊는 등 횡포가 심해서 관치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1990년에 민영화된 국영 전화회사는 전화가입 신청에 몇년씩 걸리고 전화를 개통하려면 회사 주식을 상당히 매입해야 설치해주기도 했다. 그런 문제들은 민영화 이후 모두 사라졌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펠리페 앙헬레스 공항과 툴룸 신공항을 비롯한 인프라 건설 사업, 기내식 공급사업, 대통령의 구상인 마야문명 관광열차 사업을 위한 철도 건설까지 군대에 맡길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당장 여객기 운영 경험이 전무한 군대가 이번 항공사도 멕시카나의 자회사로 항공사업을 운영하는 처지여서 권위주의적 국가독점 체제로 경제를 되돌리려는 대통령의 명령이나 장기적 시도가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mr@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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