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5시간’ 마라톤 전곡 연주 붐…관건은 연주자의 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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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그가 작곡한 5곡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한꺼번에 마라톤으로 연주하는 일의 어려움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올해는 국내외에서 한 작곡가가 특정 장르에서 남긴 곡을 한꺼번에 연주하는 '마라톤 전곡 연주 시리즈'가 유행했다.
그중에서도 올해 탄생 150돌을 맞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곡 연주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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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배커(linebacker·미식축구에서 태클을 걸며 방어하는 수비수)의 체력, 외과 의사의 손재주, 예술가의 영혼’
뉴욕의 클래식 전문지 ‘클래시컬 리뷰’가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연주에 필요한 자질로 꼽은 것들이다. 테크닉과 음악성에 지구력까지 더해져야 제대로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고난도 곡들이란 얘기다. 하물며 그가 작곡한 5곡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한꺼번에 마라톤으로 연주하는 일의 어려움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올해는 국내외에서 한 작곡가가 특정 장르에서 남긴 곡을 한꺼번에 연주하는 ‘마라톤 전곡 연주 시리즈’가 유행했다. 그중에서도 올해 탄생 150돌을 맞은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곡 연주가 많았다. 3~5시간씩 걸리는 전곡 연주는 엄청난 체력과 집중력이 기본이다. 그래서인지 주로 30~40대 젊은 연주자들이 도전했다.
성신여대 초빙교수인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39)는 지난 9월 7일 라흐마니노프의 5곡을 차례로 완주했다. 1~4번 협주곡에 이어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등 5곡 전곡 연주였다. 인터미션(중간휴식)이 두 차례 있었다.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곡을 한 자리에서 연주하는 건 국내 최초였다.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의 반주를 도맡다시피 해온 라쉬코프스키는 10년 넘게 국내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앞서 중국계 피아니스트 유자왕(36)이 1월 28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5곡을 연달아 연주했다. 연주시간은 4시간 30분. 완벽한 기교에 화려한 옷차림으로도 유명한 유자왕은 5벌의 드레스를 준비해 곡이 바뀔 때마다 바꿔 입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재치 있는 질감, 역동적인 표현력, 짜릿할 정도의 명쾌함, 새로운 통찰력”을 들려줬다고 평했다. 야닉 네제-세갱이 지휘한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협연이었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48)도 지난달 3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아트센터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했다. 역시 작곡가 탄생 150돌 기념 연주였다.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마추예프는 ‘번개의 손’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 강력한 타건의 피아니스트다. 조성진이 지난해 그의 대타로 나서 빈필과 카네기홀에서 협연한 바 있다. 러시아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51)는 지난 13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전곡을 들려줬다. 케이비에스(KBS) 교향악단과 함께였다.
베토벤이 남긴 피아노 협주곡 5곡을 한 공연에서 연주하는 일도 녹록지 않은 일이다. 피아니스트 박재홍(24)은 지난 1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이병욱이 지휘하는 인천시향과 함께 베토벤 협주곡 5곡을 내리 연주했다. 연주시간은 3시간 남짓, 인터미션이 두 차례였다. 1번부터 5번 ‘황제’까지 번호순대로 연주했다. 187㎝의 큰 키에 손가락도 길어서 12도(도에서 다음 옥타브 솔까지)는 편하게 짚는다는 그는 2021년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네 개의 특별상까지 휩쓸었다. 몇 년 전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이런 방식으로 베토벤 협주곡 전곡을 한 공연에서 연주한 적이 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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