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한장] 크리스마스 새벽, 차가운 강물을 건너는 이민자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현지 시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차가운 새벽. 멕시코를 통과한 한 중남미 이민자 가족이 미국 텍사스주 이글패스로 가기 위해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아버지로 보이는 남성은 한 아이를 무등 태우고, 엄마는 아이를 안고 허리까지 빠지는 강물을 헤치며 걷고 있습니다. 무엇이 이 가족을 성탄절 아침 차가운 강물에 뛰어들게 했을까요.
최근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는 이민자수가 급증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과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지난 주 미국 국경순찰대가 체포한 불법이민자 수는 5만 명으로 하루 평균 1만 명에 달했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불법으로 멕시코 국경을 넘어 입국한 이민자 수가 220만 명이었는데, 2023년 월경자 수는 이를 훌쩍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경제가 무너진 베네수엘라 이민자가 많았고, 지난 10년 동안은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북부 삼각지대로 불리는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늘었고, 최근에는 다른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급증하는 불법 입국자들 때문에 미국의 국경 도시들은 치안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국경 통제로 인해 무역도 차질을 빚고 있다고 AP가 보도했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반 이민 정서를 가진 보수 유권자들의 눈치를 안 볼 수 없는 바이든 대통령은 곧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 고위 관료들을 멕시코로 보내 급증하는 불법 이민자 통제를 위해 멕시코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멕시코 치아파스주 타파출라에서는 약 6천여 명 이민자들이 캐러밴을 형성해 도보 이동을 시작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멕시코를 통과하기 위한 인도주의 비자를 받기 위해 타파출라에서 수 개월을 기다리다 소식이 없자 무작정 이동을 시작했는데, 이들의 집단 이동은 미국과 멕시코 정부의 이민자 통제 정책을 위한 협상을 앞두고 압력을 넣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빈곤과 자연재해, 만연한 조직범죄와 정치적 탄압 등으로 부터 탈출해 미국에서 인간 다운 삶을 살겠다는 이들에게 성탄절 아침의 평화로움은 사치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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