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까지 전쟁 불사 이스라엘··· "굴복 없다" 하마스··· 장기전 수렁 가나 [뒷북 글로벌]

박준호 기자 2023. 12.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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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종전 없다" 이스라엘 정부 "전쟁 예산 18조 추가 지출" 추산
하마스는 지도자 메시지로 "항복 없다"며 휴전 등 중재안 비판
성탄절 공습 민간인 250명 사망··· 인질 가족 "당장 협상하라" 반발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25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이스라엘군 주둔지에서 보호 조끼와 헬멧을 착용한 채 군 관계자로부터 군사 브리핑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국제사회에서 휴전 등 전쟁 중단 압박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은 해를 넘겨 계속될 판이다. 민간인 누적 사망자가 2만600명을 넘길 정도로 피해가 불어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5일(현지 시간) 휴전·종전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가 하면 하마스 역시 가자지구 지도자의 전쟁 발발 후 첫 공개 메시지를 통해 ‘항복은 없다’는 자세를 고수했다. 전쟁 당사자들의 강경한 입장 속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은 계속되면서 이날 하루에만 민간인 250명이 숨지는 등 피해만 늘어가고 있다. ‘가자지구 내 휴전과 추가적 인질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는 희망이 빠르게 수포로 돌아가고 있다(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비관적인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는 물론 정부 행보를 통해 장기전에 대한 의지를 뚜렷하게 내비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가자지구 북부에 주둔한 이스라엘군을 방문해 “누가 논하든 간에 종전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같은 날 의회 연설에서 “군사적 압력이 없으면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구출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집권 리쿠드당 성명에서는 “긴 싸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지는 내년 예산에서도 드러난다. 이스라엘 정부는 의회에 제출한 예산을 통해 “고강도 전쟁이 적어도 내년 2월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500억 셰켈(약 18조 원) 이상의 추가 지출을 추산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제시한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선결 조건 세 가지’도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가 제시한 바는 이란의 대리인인 하마스의 파괴, 가자지구 비무장화, ‘급진주의’ 포기로, 특히 가자지구 비무장화와 관련해 지역 내 안보 통제권을 한동안 이스라엘이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군대의 지속적 주둔을 암시했다.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미국 등의 입장을 계속 거스르는 내용이다.

하마스도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야 신와르가 이날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처음 내놓은 공개 메시지를 통해 항전 의지를 고수했다. 신와르는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보낸 서한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에 맞서 격렬하고 폭력적이며 전례 없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점령군의 조건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는 신와르의 주장에 대해 이집트가 제안한 ‘3단계 종전론’을 염두에 두고 항복은 없다며 도전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25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난민촌 급식소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음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날 하루에만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250명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졌다. UPI연합뉴스

앞서 이집트는 △1단계에서 최대 2주간 전투 중단 및 이스라엘 인질 40~50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120~150명을 맞교환하고 △2단계에서 팔레스타인 정파들이 참여해 전후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할 과도정부 수립에 나서며 △3단계로 대규모 인질·수감자 맞교환을 진행해 종전을 선언하는 내용의 종전론을 제안했다. WSJ는 “전쟁 발발 이후 이처럼 포괄적 평화안이 나온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냉담한 반응이었으며 격렬한 저항이 불가피한 안”이라고 평가했다.

하마스는 휴전 등 중재안도 비판했다. 카타르에 머물고 있는 하마스 고위 관리 이자트 리시크는 “‘공격의 완전한 종식’ 없이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공습이 계속되면서 민간인 및 인질 피해 우려는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이스라엘군이 26일 새벽 가자지구 중부에 위치한 난민 수용소에 폭격을 가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크리스마스인 전날에도 공습을 계속했으며 가자지구 보건부는 24시간 동안에만 중부 난민 캠프와 남부 칸유니스 등에서 민간인이 250명 숨졌다고 전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X(옛 트위터)에 공습으로 머리를 다친 아홉살 소년의 사진을 올리며 “아이들은 폭격당하고 길을 걷거나 침대에서 자다가 살해당한다”며 “국제사회는 이런 상황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이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인질 가족들이 네타냐후 총리의 의회 연설 도중 “지금 당장”이라고 외치고 야유하면서 인질 석방 협상에 즉시 나서라고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또한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군이 시리아에서 공습을 벌여 시리아에 머물던 이란 혁명수비대의 고위 장성인 라지 무사비 선임고문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무사비는 2020년 이라크에서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한 혁명수비대 정예군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과 동행하던 장성 중 하나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이 범죄에 대해 분명히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스라엘이 저강도 전쟁으로의 전환을 통해 전쟁 장기화에 따른 출구 모색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네타냐후의 최측근인 론 더머 이스라엘 전략 담당 장관이 26일 방미해 백악관 및 미 국무부와 가자지구 전쟁 규모 축소와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 계획을 논의한다고 전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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