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사랑의 지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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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에 들어서니 모든 사물이 일제히 정리 모두에 들어간 듯 숙연하다.
바로 '사랑의 지주대'였다.
처음 베란다에 내놓을 적에 어떤 지주대라도 세워줘야 했었다.
어떤 난관이 찾아와도 절대 쓰러지지 않을 균형 감각으로 동아줄보다 더 튼튼한 '사랑의 지주대'를 내어놓고 나보란 듯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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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에 들어서니 모든 사물이 일제히 정리 모두에 들어간 듯 숙연하다. 우리 집 베란다 반려 식물들도 누런 잎들을 다 떨궈내며 일제히 겨울 전투에 임하려는 엄혹한 모양새다.
그간 홀대를 당해가며 유리창 문 앞에서 무거운 하늘을 이고 위용을 자랑해 오던 고무나무의 고민이 가장 클 것 같다. 그간 따뜻한 거실에서 사랑을 독차지하며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셋씩이나 낳아 오순도순 호사도 누렸었다. 그러다가 자연 몸의 균형을 잃어 베란다 귀퉁이로 밀려난 신세가 됐다.
이젠 살든 죽든 그를 내방 쳐 버린 것이다. 그는 가족의 냉대 속에 차츰 원형을 잃어가며 기진맥진 해가고 있었다. 이미 가분수가 되어버린 그의 몸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급박한 상황에까지 몰리게 됐다. 그런데, 내 시선에서 멀어진 지 얼마만의 시간이 흘렀던 것일까? 사랑에 목말라간 그는 베란다 한편에서 삶과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생기 없이 사위어간 그에게서 이상기류까지 발견됐다. 겨우 연명하는 그에게 물을 주다가 깜짝 놀랄만한 사실을 발견해 낸 것이다.
바로 '사랑의 지주대'였다. 누가 그에게 막대기 하나 꼽아주지 않았는데, 자기 몸에서 지주대를 멋지게 뽑아 내린 것이다. 난 이처럼 놀라운 현상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동아줄보다 더 튼튼한 지주대를 제 몸 안에서 스스로 뽑아 올린 것이다. 그는 이미 최후의 보루를 꺼내든 것이다. 혼신을 다해 뽑아낸 그 '지주대'는 너무도 훌륭했다. 그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다.
처음 베란다에 내놓을 적에 어떤 지주대라도 세워줘야 했었다. 너무 혹독하고 인정 없는 세상으로 그를 내몰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어쩌면 손도 발도 없는 그가 살아내기 위해 온갖 염력까지 다 동원해 옆에 있던 아스파라거스 화분에 깊숙이 동거의 뿌리를 내린 것이다. 어떤 난관이 찾아와도 절대 쓰러지지 않을 균형 감각으로 동아줄보다 더 튼튼한 '사랑의 지주대'를 내어놓고 나보란 듯 웃고 있다. 김숙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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