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1잔” 필담 주문에 미소가 돌아왔다…‘착한 고용’ 늘어나네
장애인 파트너 515명 근무 중
청각장애인 직원이 주문 받고
휠체어 손님도 매장 편히 이용
맥도날드는 시니어 직무 개발
평균 61세…최고령 크루 81세
26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서울대치과병원점에서는 청각장애인 파트너가 주문대 앞에서 분주하게 고객들을 응대하고 있었다. 글씨를 쓰고 지울 수 있는 전자패드인 필담노트에 고객이 ‘아메리카노 톨 1잔’이라고 적어서 보여주면 파트너가 이를 보고 주문을 접수하는 방식이다. 핫, 아이스, 테이크아웃, 매장이용 등 선택지가 표시된 안내판을 손으로 가리켜 주문할 수도 있다.
이 매장은 14명의 파트너 중 절반인 7명이 장애인 바리스타인 곳이다. 장애인 파트너들이 음료 제조 업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주문을 받으며 고객과 소통할 수 있어 더 특별한 매장으로 꼽힌다.장애인 고객을 위한 인테리어도 눈에 띄었다. 주문대와 픽업대 아래에 휠체어를 넣을 공간이 마련돼 있고, 테이블 높이도 휠체어 눈높이에 맞게 설계돼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도 편하게 드나드는 모습이었다.
국내 식품업계에서 이처럼 차별 없는 ‘열린 채용’으로 장애인과 시니어 직원을 늘리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26일 스타벅스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장애인 파트너는 515명으로 지난해(462명)보다 10% 이상 늘었다. 전체 임직원 대비 장애인 고용률은 4.28%를 기록해 민간기업의 장애인 법정 의무 고용률인 3.1%를 웃돌고 있다.
장애인 파트너 중 중증은 432명, 경증은 83명이다. 중증 장애를 2배수로 하는 법정 장애인 근로자 수에 따르면 스타벅스에서 근무하는 장애인 파트너 수는 947명에 달한다. 단순히 채용 단계에만 그치지 않고 장애인 파트너들을 위한 무환경을 조성한 덕에 근속연수도 긴 편이다. 지난 2011년에 입사한 장애인 바리스타 3명은 현재 12년째 근무 중이다. 3명 중 1명은 점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2명은 일반 바리스타보다 숙련도가 높은 ‘수퍼바이저’로 근무하며 매장을 관리하고 있다.
또 이곳은 커피 한 잔 당 기부금을 300원씩 적립해 저소득층 장애인 치과 수술비 지원 등에 활용하는 ‘커뮤니티 스토어’의 역할도 하고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서울대치과병원점 외에도 성수역점, 대학로점, 적선점, 경동1960점, 독립문역점, 제주세화DT점 등 총 7곳을 이익공유형 매장인 커뮤니티 스토어로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시니어 파트너도 지난해 7명에서 올해 13명, 외국인은 5명에서 30명으로 늘렸다. 자사 파트너뿐만 아니라 전국에 있는 시니어 바리스타를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개설한 시니어 바리스타 교육장 ‘스타벅스 상생 교육장’에서 올해 상반기까지 교육을 이수한 시니어 바리스타는 누적 1100여명에 달한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차별 없는 열린 채용 원칙을 바탕으로 학력, 나이, 성별, 국적, 장애에 관계 없는 바리스타 채용을 적극 진행하고 있다”며 “다양한 채용 방식을 통해 커피 인재를 양성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 같은 채용 정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맥도날드도 장애인 크루와 함께 55세 이상 시니어 크루를 꾸준히 늘리는 ‘열린 채용’ 선도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10월 말 기준 맥도날드에 재직 중인 시니어 크루는 약 650명으로, 올해 초 567명에서 크게 증가했다. 이중 최고령 크루는 만 81세이며, 시니어 크루의 평균 연령은 만 61세다. 장애인 크루는 약 200명으로 법정 의무 고용률을 상회하는 3.69%를 기록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시니어 크루, 중증 지적 장애인 크루에게 적합한 업무를 배정하기 위해 매장 내부 청결 유지, 시설 관리 등의 직무를 개발하기도 했다. 열린 채용을 통해 들어온 시니어, 장애인 크루들은 안정적인 근속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중 최장기 근속 장애인 크루는 22년 넘게 근무중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하반기에는 외국인 크루 채용 가이드를 구체화하는 등 외국인 크루 채용 확대를 위해 내부 시스템을 개선했다. 맥도날드는 기존 일부 매장에서 진행해 왔던 외국인 채용을 전국 단위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맥도날드 관계자는 “‘버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닌 ‘버거를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회사’를 경영 철학으로 삼고 있다”며 “향후에도 맥도날드는 차별 없이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와 안정적이고 일하기 좋은 근무 환경 조성,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함으로써 직원과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국내 식품기업 중에선 SPC 계열사인 파리크라상, 비알코리아의 장애인 직원 비중이 각각 3.93%, 3.41%로 의무고용률을 웃돌고 있다. 2012년부터 발달장애인들의 자립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행복한베이커리&카페’와 장애인 직업 재활을 위해 같은 해 시작한 ‘SPC&SOUL행복한베이커리교실’ 등 사회공헌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SPC 관계자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 누구나 함께 일하며 맛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장애인 의무고용비율 보다 많은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외계층과의 동반성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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