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와 미래 정조준 K-방산·로봇

박찬규 기자 2023. 12. 27.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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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아듀! 계묘년… 불황에도 잘 버틴 K-산업]④ '육·해·공' 넘어 '우주'로 도약
KF-21 보라매 시제5호기 비행장면 /사진=방위사업청
▶기사 게재 순서
①장사 잘한 완성차, 전기차는 주춤
②빈부격차 극심해진 수입차 브랜드
③항공·해운 힘겨운 빅딜… 결론 못지은 M&A
④미래 정조준 한 K-방산·로봇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며 미래를 정조준했다. 40~50여년 전만 해도 제대로 된 소총도 만들지 못하던 한국이 세계 주요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각종 무기 수출이 이어졌다.

방위사업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의 방위산업 수출액은 170억달러(약 22조2054억원)다. 2020년 30억달러(약 3조9189억원)에서 2021년 72.5억달러(약 9조4699억원)로 증가했는데 지난해는 이를 두 배 이상 뛰어넘었다. 올해는 총액이 줄어든 대신 수출대상국과 수출 무기체계가 다양화된 점이 특징이다.

27일 국방부는 올해 방위산업 수출액으로 140억달러(약 18조1776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지난해는 폴란드가 무기 대량구매에 따라 전체의 72%(124억달러)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타지역 수출이 2.5배 늘면서 폴란드 외 비중이 68%로 증가했다. 국방부는 내년 초 폴란드와의 2차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세계 4대 방산수출국' 진입을 목표로 세우고 전 세계 주요 방산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K-방산'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방산 수출은 해당 수입 국가와 무기체계를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호 군수지원도 가능해지는 만큼 일종의 안보동맹과 같은 효과를 낸다. 폴란드로의 방산 수출은 유럽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하다. 독일-프랑스-영국 등 전통적인 방산 강국과도 경쟁이 가능할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것도 입증됐다.


'K-방산', 도전은 계속된다


고스트 로보틱스의 4족 보행 로봇 '비전60' /사진=박찬규 기자
K-방산은 지난해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도 도전을 이어갔다. 주력 사업은 물론 신규 영역에도 발을 들여놓으며 시너지효과를 노린다.

LIG넥스원은 최근 로봇 등을 활용한 방산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미래 성장 플랫폼을 확보하면서 해외 방산시장에 진출하는 게 목표다.

지난 12월8일 미국의 필라델피아 소재 로봇 개발·제조업체 '고스트 로보틱스'의 지분 60%를 1877억3200만원에 인수했다. 고스트 로보틱스가 개발한 '비전 60'은 미군과 영국군에서 감시·정찰·수색 등에 활용된다.

고스트 로보틱스는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경쟁사로 꼽힌다. 2015년 필라델피아에서 설립돼 4족보행 로봇을 전문으로 만든다. LIG넥스원은 고스트 로보틱스를 통해 미국 방산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지난 11월에는 무인수상정 체계통합시험동을 준공했다. 미래전의 핵심 무기체계 전술로 꼽히는 '해양 유·무인 복합체계'(MUM-T)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시험 설비를 갖췄다. 특히 무인수상정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한화오션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현지 언론 매체를 대상으로 폴란드 해군 잠수함 현대화 사업인 ‘오르카(ORKA) 사업’ 참여를 위한 ‘한화오션 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한화오션
특수함정과 함께 이를 정비하고 수리할 수 있는 방산 MRO(유지·보수·정비)사업도 관심거리다. 시장조사 업체 모도 인텔리전스는 전 세계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를 올해 약 75조원에서 2028년까지 연평균 2% 성장, 83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9월 이사회에서 미국 자회사 '한화오션 미국홀딩컴퍼니' 설립안을 통과시켰는데,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마련한 4200억원을 해외 생산 거점 마련과 함께 MRO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필리핀에 10척 함선을 수주한 HD현대중공업은 함선 유지보수를 위해 필리핀 수비크 조선소를 임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폴란드 정부가 추진하는 3000톤급 잠수함 2~3대를 도입하는 오르카 프로젝트와 함께 내년 이후 추진 예정인 캐나다 잠수함 도입 사업에도 관심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 수출은 현지에서의 유지보수도 포함하는 만큼 주요국 방산 기업들이 계약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폴란드에 수출한 FA-50의 후속지원을 위한 항공 MRO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현재는 중동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KF-21, FA-50, LAH, 수리온 등 주력기종과 함께 유·무인 복합체계를 소개하고 수출을 추진 중이다. 나아가 우주분야의 기술개발을 위한 협력도 약속했다.
군 정찰위성 1호기가 지난 12월2일 새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이스 X사의 '팰컨 9'을 사용해 발사에 성공했다 /사진=KAI
KAI는 올 1월 2050년 매출 40조원을 글로벌 7위 항공우주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우주 분야도 미래 6대 핵심사업으로 선정했다. 그동안 정부 주도의 우주사업에 참여해 중·대형 위성과 발사체 역량을 키워왔고, 최근엔 초소형위성과 우주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확대했다. 지난 12월4일 발사에 성공한 한국 정찰위성 1호기 본체의 개발을 주도했다.


K-방산, 수출이 살 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7일 경기 판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제2차 방산수출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지속 가능한 방산 수출을 위한 정책방향을 살피고 기업들과 소통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윤 대통령은 "AI, 우주, 유무인 복합체계, 로봇 등 첨단기술을 조속히 개발해 방산에 적용함으로써 세계 방산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최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자리에서 양국의 '반도체 동맹'을 강조한 것도 방위산업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반도체 등을 비롯한 '소재·부품·장치'(소부장)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필수여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경기 성남 분당구 LIG넥스원에서 열린 청년 방위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이 방산수출전략회의를 직접 주재한 건 방위산업이 안보와 경제를 함께 뒷받침하는 국가전략산업이기 때문이다. 방산수출은 모든 분야 국제 협력의 외연을 넓혀주는 역할도 하는 만큼 수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전략회의에서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방산수출을 통한 전략적 협력관계 확대 방안'을 발표했고, 엄동환 방위사업청장이 '방위산업의 첨단산업화 전략'을 발표했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핵심 소부장 기술과 제조업 역량 강화 방안'을 보고했다. 이어 기업들의 발표와 함께 군 관계자들의 피드백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일부 사람들이 방위산업, 무기산업을 전쟁산업이라고 보고 산업 발전에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해 왔다"며 "사실 방위산업은 글로벌 안보체계에 있어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고 국제 질서를 존중하는 우방국과 그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평화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년에 50~60조 정도가 국방에 들어가는데 이를 비용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면 국방의 의미가 자산으로 바뀐다"며 "방위산업에 대한 투자가 우리 GDP를 늘리고, 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으로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수출에 힘을 주는 배경을 설명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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