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IB 공매도 단속 절실한데…정작 현장 조직 없는 금감원 [금융당국 포커스]

선한결 2023. 12. 27. 06: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

올들어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 단속을 부쩍 강화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이 정작 홍콩·싱가포르 등 국내 금융시장에서 공매도 거래를 주로 하는 글로벌 IB 소재지에는 현지 사무소를 두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감독당국과의 협업과 정보 수집 등 현장성이 중요한 주요 업무 여력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1분기부터 현지 당국과 공조…국내 직원 빼서 파견해야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다음달 초에 정기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지난달 조직개편과 부서장 인사 후 팀장급 이하 직원을 배치하는 인사다. 인사 대상 직원 중 영어에 능통하거나 공매도 조사 경력이 있는 인력들은 지난달 초 신설된 공매도특별조사단으로 배치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공매도특별조사단을 활용해 내년 1분기부터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 싱가포르 통화감독청(MAS) 등 해외 감독당국과 불법 공매도 공조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내년 상반기 중엔 홍콩·싱가포르 등지의 외국계 IB를 대상으로 현지에서 공매도 규제 간담회도 가질 예정이다. 

이같은 해외 현장 업무에 대해 금감원이 현재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은 사실상 공매도특별조사단 뿐이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조직이 국내에서 진행 중인 공매도 거래 전수 특별조사와 정보 수집·분석을 벌이는 한편 새롭게 추가되는 해외 공조·협의까지 도맡아야 한다는 얘기다.

 '조직 줄여라' 요구에…글로벌IB '아시아 본진'엔 해외 사무소 없어 

이는 금감원이 홍콩과 싱가포르 등엔 해외 사무소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달 기준 금감원이 해외사무소를 두고 있는 지역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독일 프랑크프루트, 베트남 하노이 등 여섯 곳에 그친다. 

이 명단에서 글로벌IB와 자산운용사, 헤지펀드 등이 아시아 일대에서 '본진' 격으로 삼고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는 없다. 앞서 홍콩사무소가 있었지만 2019년 5월께 폐쇄했다. 감사원이 금감원 조직이 비대하다며 해외 사무소를 줄이라고 지적한 영향이다. 

당시 추진 중이었던 싱가포르 사무소 개설도 같은 이유로 백지화됐다. 금감원은 이후 홍콩·싱가포르 등지의 금융감독 관련 사안을 중국 베이징 사무소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

불법 공매도 정보는 해외에 많아…"동굴에 비친 그림자 따라가는 듯"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에 기반한 조사만으로는 한계가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불법 공매도는 대부분 국내에 근거지를 두지 않은 해외 IB와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8월까지 금융위가 부과한 무차입 공매도 과태료·과징금 중 92%는 외국계 회사에 부과됐다.

금감원이 지난 10월 최초로 적발한 관행적·고의적 불법 공매도도 국내가 아니라 홍콩에 있는 IB들의 사례다. BNP파리바 홍콩법인이 국내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규모 무차입 공매도를, HSBC 홍콩법인이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냈다가 발각됐다. 

한 증권가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은 금감원 등 국내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직접 감독·지침을 받는 반면, 외국에 소재한 금융사 등은 상대적으로 국내 당국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며 "이때문에 해외 IB 등은 불법 공매도를 두고 상세한 규정을 미처 알지 못했다거나 조직 관리 중 실수가 일어났다는 등의 명목을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기존 발표 사례 외에도 이미 이상 거래를 감지해 조사 중인 불법 공매도 사건이 두어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당수 자료가 해외에 있다보니 국내 인력만으론 충분한 조사가 빠르게 이뤄지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금감원 국정감사 당시 "지금도 진행 중인 불법 공매도 조사건이 있다"며 "다만 많은 정보와 자료가 해외에 있는 상황에서 마치 동굴에 비친 그림자를 따라가듯 조사하는 형식의 작업이다보니 이번 적발건과 비슷한 사례를 또 적발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다"고 했다.

기존 발각 사례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위해서도 적절한 해외 기반 조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 증선위는 지난 22일 BNP파리바와 HSBC의 홍콩법인에 대해 검찰 고발 조치를 의결했다. 증선위가 불법 공매도에 대해 검찰 고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홍콩·싱가포르 등 국외에서 이뤄진 거래 행위라도 그 효과가 국내에 미친 경우 자본시장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실제 처벌이 이뤄지려면 현지와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라는 게 법조게의 설명이다. 

앞서 BNP파리바와 HSBC의 홍콩법인을 각각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 고발한 김철 법무법인 이강 변호사는 "국내에서 해외 소재 법인과 임직원에 대한 수사를 하려면 해당 국가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해야 한다"며 "문제가 되는 불법 공매도는 대부분 해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형사 사법 공조 없이 불법 공매도를 처벌하는 것은 사실상 무의미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클래식과 미술의 모든 것 '아르떼'에서 확인하세요
한경 창간 60주년 구독신청 사은품 보기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