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00] 움츠러든 진보정당 부흥할까…'선거연합' 주목
정의·노동·녹색·진보 4개 정당 연대 추진…뿌리깊은 정파갈등 변수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점점 쇠락해가는 진보좌파 정당들이 다시 화려하게 부활할지 여부다.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의 사상 첫 원내 진입으로 시작된 진보좌파 정당의 '의회 정치'는 나름 원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 등을 하면서 정치권에 자극제가 됐다.
하지만 이후 민중민주(PD)와 민족해방(NL) 계열의 결별, 종북 논란 등을 거치면서 계속 축소돼온 진보좌파 정당들의 입지는 이제 원내에서의 생존을 걱정할 만큼 쪼그라들었다.
맹주 격인 정의당조차 현재 정당 지지율이 3% 안팎인 만큼 진보좌파 정당 전체가 이번 총선을 통해 다시 '장외 정치'로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감도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를 계기로 진보좌파 세력 내 분열을 치유하고 힘을 합치면 오히려 지난 총선보다 나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도 충분하다.
실제 진보좌파 정당들 사이에선 '선거 연합'을 통한 활로 찾기가 진행 중이다.
정의당은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직접지역민주당연합 추진위원회에 '선거연합정당'을 제안한 상태다.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선거연합정당을 이루고 당명까지 교체해 선거를 치른 뒤, 4개당 후보가 선거가 이후 각자의 당으로 돌아간다는 구상이다.
이들은 우선 선거연합정당으로 총선을 치러야 한다는 큰 틀의 공감대는 이룬 상황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4개 정당 간 연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상황"이라며 "1월 말에는 가시적 성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보당이나 노동당 내부에서는 정의당을 중심으로 치르는 선거에 부정적 반응이 만만찮게 표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NL 계열인 진보당이 PD 계열인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삼는 데 대한 반감이 크다고 한다. 진보당은 별도 신당 창당 후 진보 정당들이 모두 모이고, 여기에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까지 연대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정의당 내에서도 통합진보당의 후신으로 평가받는 진보당과 연합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인사들이 눈에 띈다. 통진당은 지난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했다.
정의당과 진보당은 더불어민주당과의 '범진보 연합'에 대해서도 상반된 시각을 가지고 있다.
정의당의 경우 민주당과 연대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민주당 역시 당내 민주주의가 실종된 모습"이라며 "다시 민주당과 손을 잡는 건 우리 당의 기틀을 다잡는 데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진보당은 대통령의 거부권(재의 요구권) 행사도 재의결을 통해 무력화할 의석수인 200석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면, 민주당과 연대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내 운동권 출신들도 NL 계열이 주축인 점은 동질감을 형성한다.
진보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총선의 핵심은 결국 윤석열 정부 심판"이라며 "이를 위해 민주당과 손을 잡아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중도층도 공략해야 하는 민주당에서는 진보당에 대한 거부감이 큰 상황이어서 이 같은 연대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주도하는 '개혁연합신당'의 성공 여부도 관심사다.
기본소득당은 총선을 앞두고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창당준비위원회와 개혁연합신당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창당 형태가 될지, 다른 형태의 연대가 될지는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총선에서 젠더 이슈를 기치로 내걸고 '페미니즘'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로 나섰던 여성의당은 현재 당이 존폐 기로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의 존폐 위기를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다만, 약자의 삶을 고민하는 진보의 입장에서 여성, 노동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이번 총선에서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u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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