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100] '꼼수 위성정당' 퇴출될까…'병립형 비례제' 회귀 가능성
與 '병립형' 당론 정하고 野 압박…민주, 찬반논쟁 속 지도부는 병립형 '무게'
여야, 텃밭 수성 수싸움에 선거구획정 장기화 …막판 벼락치기 '게리맨더링'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4년 전 총선에서 범여권의 선거법 강행 처리 여파로 도입돼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른바 '꼼수 위성정당'이 100일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에선 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야는 지역구는 소선구제를 유지하되 현행 전국 단위 비례대표제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데까지는 공감대를 이뤘지만, 비례대표 배분 방식을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막기 위해서라도 준연동형을 폐지하고 대신 기존의 병립형을 재도입하는 내용의 선거제 개편안을 이미 당론으로 정한 상태다.
병립형은 지역구 의석수와 상관없이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 의석을 나눠 갖는 것으로, 20대 국회 때까지 적용되던 제도다.
반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지난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현행 준연동형 유지안을 택할지 아니면 병립형으로 돌아갈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준연동형을 유지하되 별도로 위성정당 방지법을 만들자는 당내 주장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위성정당 출현 자체를 막을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준연동형은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 득표율보다 적을 때 모자란 의석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연동률이 50%인 까닭에 '완전 연동형'이 아닌 준연동형으로 불린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됐는데, 일반인은 이해가 어려울 만큼 비례 의석 배분 계산법이 복잡해 유권자를 우롱한다는 비판까지 나올 정도였다. 지난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민주당 허영 의원은 "국민들이 준연동형 산식을 알 필요 없다"고 했다가 논란이 일자 특위 위원직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야 3당(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은 제1야당인 옛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반대에도 강행 처리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제 개편은 여야 합의로 통과시켜 오던 관행이 깨진 것이기도 했다.
준연동형은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도와 다양한 목소리를 국회에 반영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결과적으로 '꼼수 위성정당'이 출현하는 바람에 의미가 퇴색했다.
여야 모두 22대 국회에서는 위성정당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선거제 개편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서로 다른 셈법 속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 입장은 간단하다. 준연동형을 유지하는 한 위성정당 출현을 원천 봉쇄할 수 없는 만큼 아예 기존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다.
아울러 준연동형이 유지될 경우 국민의힘은 현실적으로 위성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논리로 민주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준연동형 유지와 병립형 회귀를 놓고 여러 차례 의원총회를 연 데 이어 최근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 일반 국민 여론조사까지 실시하며 안팎의 여론을 살피고 있다.
일단 당 지도부는 준연동형 유지보다는 병립형으로 서서히 기우는 분위기다.
'준연동형 유지 및 위성정당 폐지'라는 대선 공약을 지키려다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 때문이다. 또 선거제 합의 처리를 공언한 터라 과반 의석을 앞세워 준연동형 유지안을 강행 통과시킬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 이재명 대표의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 홍익표 원내대표의 "모든 약속을 지켜야 하나" 등 병립형 회귀에 무게를 싣는 지도부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2일 홍 원내대표는 당내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절반 이상이 병립형을 선호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친명(친이재명) 지도부와 달리 비주류인 비명(비이재명)계 다수가 병립형 회귀에 반대하고 있어 당내 비례제 논란은 계파 갈등과도 맞물려 확산할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민주당은 총선 승리라는 현실론에 병립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향후 정개특위에서 거대 양당의 병립형 회귀 합의가 이뤄질 경우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 정당과 일부 학계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정의당 관계자는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만약 병립형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는 거대 야당의 선거제 개혁 반동"이라며 "총선 앞 유불리에 매몰돼 소수당의 원내 진출을 막고 양당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담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지 보름이 됐지만 여전히 선거구 획정이 되지 않아 '깜깜이 선거'가 지속되는 것도 문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 5일 지역구 선거 수를 현행 253개로 하는 내용의 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민주당은 '여당 편향적'이라며 재획정을 요구하는 상태다.
획정위는 서울과 전북 지역은 각각 1개 선거구를 줄이고 인천과 경기는 1개씩 늘리는 안을 냈는데, 민주당은 강남구를 포함해 서울에서 2석을 줄이고 전북은 선거구 숫자를 기존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노원구와 경기도 안산, 부천 등 민주당 지지세가 센 지역구의 '합구'에도 반발하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구는 국민의힘, 전북은 민주당 지지세가 매우 강한 곳인 만큼 향후 협상 과정에서 여야 간 '텃밭 지키기' 수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이번에도 여야의 선거구 획정 줄다리기가 길어지면서 막판 벼락치기 야합에 따른 게리맨더링(정략적 선거구 획정)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총선 때마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이뤄져 왔다.
2000년 21대 총선은 선거일 39일 전, 2016년 20대 총선에선 42일 전에야 겨우 획정이 끝났다. 이는 현역 의원들의 암묵적 담합으로 가능한 일이었고, 결과적으로 정치 신인들만 애꿎은 피해를 봤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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