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주권 강화…생명공학 접목 'K-종자' 수출 청사진[메가 FTA시대, 세계가 주목하는 K-푸드+④]
디지털 육종기술로 수요자 맞춤형 품종 개발
농업 선진국 기술력 인정…매출比 수출 40%
2022년 한국 최고 품종 영예…정부 지원 큰힘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농업분야에 생명공학 기술을 접목한 '그린바이오 산업'은 인구 증가와 기후변화, 전쟁 등으로 인한 전 지구적 식량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이는 종자, 동물용 의약, 미생물, 곤충, 천연물, 식품 소재 등에 있어 기존 화석연료 기반 생산구조를 바이오 기반으로 대체하는 신산업이다.
농업분야 반도체로 불리는 종자는 인공지능(AI), 생명공학(BT) 등 첨단 디지털 육종 기술과 만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미래 농업으로 각광 받고 있다. 글로벌 종자시장은 449억 달러(2020년 기준), 한화로 약 58조원 규모에 달한다. 이러한 거대 시장을 바이엘, 코르테바, 신젠타 등 일부 다국적 기업이 신품종을 개발해 공급하는 등 글로벌 종자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에 반해 국내 종자시장은 세계시장의 1%를 겨우 넘는 7367억원에 불과하다. 판매액 5억원 미만의 소규모 업체가 90%에 이를 정도로 영세하고, 정부 주도 연구개발(R&D)에 의존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수입 농산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식량 자급률은 40% 중반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식량 안보를 심각하게 위협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정부는 올해 초 전통적인 방식의 노동집약적 농업에서 벗어나 수출 중심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그린바이오 산업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종자산업은 농업 경쟁력 강화와 식량주권 확보에 있어 중요한 씨앗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아직은 걸음마 수준인 국내 종자시장에서 전문화된 육종 기술과 신품종 개발로 주요 선진국에 진출하며 'K-종자'의 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이 있다. 오롯이 수박 품종만을 연구하는데 매진해 고부가가치 수박 육종 전문회사로 성장하고 있는 '파트너종묘'가 그 주인공이다.
전북 김제시 백산면 한적한 농촌 마을에 위치한 파트너종묘는 수박 육종 전문가인 김용재 대표가 2011년 창업한 수박 육종 전문 기업이다. 씨가 적은 수박부터 씨가 없는 수박, 씨앗채 먹을 수 있는 수박, 건강기능성 성분인 리아코핀 함량이 매우 높은 수박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수박 품종을 개발해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각국에 수출하고 있다.
김용재 대표는 "창업 초기 해외 선진국 시장을 목표로 고부가가치 형질을 발굴하고, 관련 분자표지 개발에 힘써 최근에는 2년6개월 내에 목표로 하는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며 "가까운 미래에 중요해질 수 있는 형질을 예측하고, 관련 유전자원을 수집해 계통개발과 디지털 육종 체계를 수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자표지는 농축산물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특정 형질의 표지자로 개체를 구분하는 것으로, 이를 활용한 디지털 육종 기술은 앞으로 나올 품종의 특성 중 우수한 특성은 유지하고, 단점을 개량해 전체적인 육종 시기를 줄이면서도 원하는 특정 계통을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파트너종묘가 이렇게 수립한 수박 디지털 육종 체계는 씨 없는 수박, 씨 적은 수박, 씨 작은 수박, 흰가루병 저항성 수박 등 여러 수박 육종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스페인, 미국, 일본, 호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농업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53만7000달러의 수출을 기록했고, 올해는 12월 현재까지 56만 달러 수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있어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할 정도로 해외 시장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용재 대표는 "유럽시장에 고품질 씨 없는 수박을 공급하는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스페인은 고온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로 수박에 치명적인 흰가루병에 대한 피해를 많이 받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가 개발한 흰가루병 저항성 씨 없는 수박 품종들이 차별화된 품질과 병 저항성으로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과 달리 원형 수박을 선호하는 스페인의 소비 특성을 감안해 파트너종묘가 초기 보급한 품종인 단타원형 수박 품종의 과형분자표지를 활용해 원형으로 개량하고, 여기에 흰가루병의 저항성을 갖춘 맞춤형 품종인 '피엠알아이조은' 품종을 3년 만에 도입해 현지 바이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파트너종묘는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국립종자원이 주관한 '제18회 대한민국우수품종상'에서 피엠알아이조은 품종으로 대통령상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피엠알아이조은은 국내 씨 없는 수박의 47%를 차지한다. 2026년까지 45만 달러의 종자 수출이 기대된다.
김용재 대표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국내외 채소종자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경쟁력 있는 품종을 개발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중장기적인 품종개발계획을 세우고, 경쟁자들보다 빨리, 효율적으로 신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결과 차별화된 품종 개발이 가능했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해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파트너종묘는 매출의 40%를 R&D에 재투자하고 있다.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난 최근 몇 년 동안에도 이러한 경영 방침을 고수하는 중이다. 본사는 물론 태국에서 육종연구소를 운영하며 세계에서 제일가는 기능성 수박 육종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파트너종묘가 세계 종자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까지 정부의 정책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정부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4911억원을 투자한 '골든 시드 프로젝트'를 통해 전문 육종기업으로서 고부가가치 시장을 개척할 수 있었다. 김용재 대표는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목표로 하는 시장에서 성능테스트가 필수적인데 개별 육종기업 만의 힘으로는 벅찬 것이 현실"이라며 "우수 종자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이들이 주도하는 디지털 육종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종자산업 수출을 두 배로 확대하기 위해 디지털 육종 기술 상용화에 5년간 2조원 상당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육종 상용화를 위한 종자산업 혁신기술 연구개발에 착수하고, 세계 종자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식량작물과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스마트팜에 특화된 종자 개발에 힘쓰고 있다.
파트너종묘와 같은 작지만 강한 전문 육종기업이 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무기 삼아 세계 최고 수준의 우수 품종을 개발한다면 FTA 체결로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 농업과 식품산업의 새로운 가치사슬 구조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용재 대표는 "최고의 공격은 최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이 특정 작물에 대한 높은 육종기술을 갖춘 전문 육종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나가고 있다"며 "관련 대기업이 갖지 못한 전문적인 육종 역량을 바탕으로 기후변화와 종자시장 개편에 맞서 신품종 개발과 보급에 앞장서는 것이 'K-종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말했다.
(제작지원 : 2023년 FTA 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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