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3억' 동갑내기의 SD 입성, 제대로 자극 받았다…'日 국대 3회' 좌완 ML 진출 공언 "꿈 아닌 목표"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꿈이 아닌 목표로 바뀌었다"
일본 '주니치 스포츠' 등 현지 복수 언론은 26일(이하 한국시각) "다구치 카즈토가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옵션을 포함한 3년 총액 5억 5000만엔(약 50억원)의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다구치는 지난 2013년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를 밟았다. 171cm의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최고 151km의 빠른 볼과 평균 140km대 직구를 바탕으로 슬라이더 포크볼, 커터, 투심, 체인지업을 던지는 좌완 투수. 2015년 처음 1군 무대를 밟아 13경기(12선발)에 등판해 3승 5패 평균자책점 2.71의 성적을 거두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구치는 단숨에 선발진의 한 자리를 꿰찼고, 2016시즌 26경기에 나서 10승 10패 평균자책점 2.72를 기록하며 첫 두 자릿수 승리를 수확, 이듬해 26경기에서(3완투 2완봉) 13승 4패 평균자책점 3.01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다구치는 이 활약을 바탕으로 제1회 아시아 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 승선해 일본 대표팀의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승승장구를 이어가던 다구치가 부진에 늪에 빠진 것은 2018시즌이었다. 다구치는 2018시즌 16경기에서 2승 8패 평균자책점 4.80으로 크게 부진했고, 2019년부터는 불펜 투수로 보직을 전환했으나, 3승 3패 14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13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2019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승선해 3경기(4이닝)에서 실점 없이 1세이브로 또다시 일본의 우승에 힘을 보태면서 다시 한번 선발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정규시즌에서 다구치의 반등은 없었다. 다구치는 2020시즌 26경기(14선발) 5승 7패 2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63으로 부진한 끝에 야쿠르트로 전격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야쿠르트에서 새롭게 출발하게 된 다구치는 33경기(17선발)에서 5승 9패 4홀드 평균자책점 4.02를 기록하는데 그쳤는데, 2022시즌 완벽하게 부활했다.
다구치는 2022년 '셋업맨'으로 45경기에서 1승 1패 18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1.25를 기록한 뒤 올해는 '마무리'의 중책을 맡으며 3승 5패 6홀드 33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의 성적을 남겼다. 올해 야쿠르트가 5위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세이브 2위에 오른 것을 보면 얼마나 뛰어난 활약을 펼쳤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 그리고 올해 '와일드카드'를 통해 일본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었고, APBC 대표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였다.
특히 다구치는 지난달 17일 한국과 예선라운드에서 일본이 2-0으로 근소하게 앞선 9회초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 다구치는 선두타자 노시환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뒤 문현빈까지 3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이후 대타 김휘집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으나, 후속타자 김주원을 삼진 처리하며 경기를 매듭지었다.
결승전에서도 제 몫을 다했다. 다구치는 11월 19일 APBC 결승전에서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 등판해 박승규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생산, 최지훈을 우익수 뜬공, 김혜성을 2루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깔끔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고, 경기를 연장전까지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다구치는 올 시즌을 끝으로 국내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손에 넣었다. 일본 현지 복수 언론에 따르면 다구치는 FA 자격을 통해 이적도 고려했지만, 야쿠르트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아들이며 팀에 잔류하기로 했다. 단, 계약 과정에서 다구치가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바로 2024시즌이 끝난 뒤 해외 FA 자격을 얻었을 때에는 재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옵트아웃'이 아닌 '재협상'이다.
올해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가 LA 다저스와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213억원), '최연소 200세이브' 마쓰이 유키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5년 2800만 달러(약 363억원)의 계약을 맺고 빅리그에 입성했다. 그리고 '좌완 에이스' 이마나가 쇼타와 우와사와 나오유키 또한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상황. 다구치도 해외 FA 자격을 얻으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이를 26일 기자회견에서 더욱 확실하게 밝혔다.
'주니치 스포츠'에 따르면 디구치는 "메이저리그는 꿈이 아닌 목표로 바뀌었다. 목표를 가지면 내 레벨도 올라갈 것이다.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다구치는 '동갑내기' 마쓰이가 샌디에이고와 다년계약을 체결한 것에서 큰 자극을 받은 모양새였다. 다구치는 "마쓰이에게 '지지 말자'는 것보다는 따라잡도록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마쓰이에게는 '무조건 쫓아갈 거다'라는 연락을 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선발 경험이 풍부한 만큼 다양한 구종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평균 구속이 140km 대에 불과하기에 구속과 구위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유형의 투수가 아닌 만큼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얼마나 관심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2024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겠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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