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T커머스 생방송 허용 검토에 속 타는 TV홈쇼핑社 "방발기금은 어쩌고"

양범수 기자 2023. 12. 2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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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T커머스 생방송 송출 허용 검토
TV홈쇼핑 업계 “송출수수료 인상 초래”
“T커머스, 방송통신발전기금 비중 낮아”
정부 “제반 사항 함께 검토… 신중하게 추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사업자의 생방송 송출 허용을 검토하면서 TV홈쇼핑 사업자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T커머스 업체들의 생방송 송출이 가능하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TV홈쇼핑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TV홈쇼핑 사업자들이 T커머스 사업자에 비해 ‘방송통신발전기금’도 더 내고 있는 상황이라, TV홈쇼핑 업계에서는 정부가 T커머스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 전에 업계 간 형평성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일러스트=손민균

27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이달 중순부터 CJ·GS·현대·롯데 등 7개 TV홈쇼핑 업체 임원들과 순차적으로 미팅을 갖고, T커머스 사업자에 대한 생방송 송출 허용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과기정통부가 허용하지 않으면서 불가능했던 T커머스 사업자들의 생방송 편성이 가능해지면, 영향을 받게 될 TV홈쇼핑 사업자들로부터 우려 사항을 듣는 자리입니다.

TV홈쇼핑과 T커머스 사업자 모두 방송법상 상품 소개 및 판매에 관한 전문 편성을 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TV홈쇼핑은 방송법에 따라 ‘텔레비전방송’에 해당하는 반면, T커머스는 ‘데이터방송’에 해당합니다. 소비자가 느끼기에 큰 차이는 없지만, T커머스는 해당 정의 규정에 따라 영상 화면이 전체 화면의 2분의 1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화면비율 규제’와 생방송 송출 금지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정부는 T커머스 사업권을 보유한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방송 송출을 시작한 2015년부터 이러한 T커머스에 대한 규제가 정당하다는 견해를 고수해 왔습니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는 ‘데이터홈쇼핑 개념 및 범위에 관한 법적 적용기준’으로 “데이터홈쇼핑 도입 취지상 원칙적으로 생방송 편성을 할 수 없다”고 밝혔고, 2020년 과기정통부도 설명자료로 “방송법 규정의 해석, 데이터홈쇼핑 도입 취지와 경과, 재승인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행 방송법 체계 하에서 데이터홈쇼핑에 대한 생방송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T커머스 업계는 생방송 송출 허용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습니다. 생방송 송출 금지가 명문화된 규제가 아닌 법령 해석에 따른 것인 데다, T커머스와 TV홈쇼핑 간 경계가 모호하기에 규제 완화에 무리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국데이터홈쇼핑협회(T커머스협회)가 지난해 12월 화면 비율 규제와 함께 생방송 송출 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국민신문고에 제출하면서,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이 관련 내용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이번 정부 들어 ‘규제 개혁’이 화두가 된 데다 성장하던 T커머스 업계가 침체에 빠지면서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정부는 해당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했고, 해당 사안과 관련한 작업은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T커머스협회의 민원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제도 정비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답하기도 했죠. 최근 정부가 TV홈쇼핑 업계 의견을 청취하면서 업계는 ‘올해 안으로 규제가 완화될 수도 있겠다’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TV홈쇼핑 업계에서는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T커머스 생방송 송출 금지는 과기정통부가 법령 해석 변경 등 정책적 재량에 따라 해 오던 것이기에 이를 허용한다고 해도 문제가 되는 사항이 아니지만, TV홈쇼핑 시장 상황이 악화하는 가운데 경쟁 심화를 부추겨 송출수수료 인상이라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한 TV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생방송 송출 허용으로 T커머스와 TV홈쇼핑의 차이가 흐려지면 결국 (채널) 번호가 중요해질 것”이라면서 “2018년부터 IPTV 가입자 수가 늘면서 T커머스 사업자들이 당초 번호보다 앞 번호의 채널에 방송을 송출하게 됐는데, 생방송 송출까지 허용한다면 채널 번호 경쟁에 따라 송출수수료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TV홈쇼핑 사업자들이 방송발전기금을 더 많이 내는 등 산업 발전에 대한 의무가 큰 상황에서, T커머스 사업자에 대한 규제 완화로 사업권의 차이를 좁히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금 징수 및 부과 등에 관한 사항(고시)에 따라 TV홈쇼핑 사업자는 방송 영업이익의 13%를 발전기금으로 내도록 하고 있는데, T커머스 사업자는 이 비율이 10%로 낮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T커머스 전용 사업자들은 적자를 기록하면서 방송발전기금을 거의 내지 않은 반면, TV홈쇼핑 사업자들은 매년 수백억원의 방송발전기금을 내왔기에 생방송 송출 허용과 같은 정책적 편의를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시각입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주요 7개 TV홈쇼핑 업체들이 지난해 지불한 방송통신발전기금은 402억원으로, 연도별로는 2018년에는 596억원, 2019년 489억원, 2020년 477억원, 2021년 505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TV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규제 개혁에 대한 입장을 관철한다면, T커머스 사업자들이 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정부도 육성책을 마련하겠다는 등의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이같은 업계의 의견을 청취해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T커머스 사업자의 생방송 송출 허용과 관련해 검토를 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방송발전기금 등의 문제를 포함해 제반 사항을 함께 검토하고 업계 의견을 청취해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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